“도쿄·싱가포르 버금가는 금융 중심지로 육성”

2011년까지 외환규제 철폐 … 6월말까지 세부실행계획 마련 ‘아시아 금융 중심지 프로젝트’ 추진

김용덕재정경제부 차관보“부산항과 광양항을 물류와 무역, 그리고 국제업무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개발할 계획입니다. 경제특별구역에는 외국기업 직원에게 장기비자를 발급하고, 주거와 교육, 의료비 등에 세제혜택을 줄 예정입니다. 금융시장과 관련,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외환규제를 폐지하고 파생금융상품을 다양화할 겁니다.”김용덕 재정경제부 차관보(52·국제업무 정책관)는 서울이 아시아의 금융중심지로 발돋움하기 위한 세부계획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그는 지난 75년 재무부 국제금융국 사무관으로 출발, 아시아개발은행(ADB) 재무담당관, 대통령 금융비서실 국장, 그리고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을 지냈다. 환율의 등락에 대해 그의 발언보다 정확한 정보는 없다는 평을 들을 만큼 세계 경제흐름을 꿰뚫고 있다.그가 이번에 추진하는 ‘아시아 금융중심지 프로젝트’는 평소 ‘시장에 정통하자’는 소신이 반영, 외국계 투자가와 국내 시장의 자연스러운 조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언제부터 이 프로젝트를 구상했는가.지난 2000년 초부터 금융연구원 등에 용역을 주며 밑그림 그렸다. 네덜란드, 런던, 호주, 일본의 금융도시를 비교 연구하며 한국에 맞는 형태를 찾고 있다.6월 말이면 아시아금융 허브를 포함해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을 위한 세부실행계획이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공청회를 거쳐 12월 말까지 확정한다.서울이 아시아의 금융중심지가 될 것으로 보는 이유는.서울에서 비행기로 3시간이면 인구 100만명 이상의 도시가 43개나 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일본과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는 중국이 이웃이다.또 인천공항과 부산항, 광양항 등 국제적 수준의 인프라를 갖췄다. 정보화 기반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국내 인적자원 또한 수준이 높다. 서울은 일본 도쿄, 싱가포르, 홍콩에 버금가는 금융시장이 될 것이다.아시아 금융 허브 실현을 위해 정부가 한 일은 무엇인가.선진 금융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 과감한 개혁을 추진했다. 건강한 금융시스템 구축을 위해 기업 부문도 철저하게 개혁했다. 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이 97년 7.04%에서 11.46%로 상승했고, 부실채권비율은 3.4% 하락했다. 또 금융지주회사 방식이 새로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금융산업의 겸업화도 진전됐다.우수한 외국 두뇌를 유치하는 것이 관건인데, 이민법이 문제인 것 같은데.외국인의 출입국 및 이민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우선 5월부터 영주권 제도를 도입했다. 거주자격소지자 중 5년 이상 국내 체류한 사람에게 영주권을 준다. 거주자격은 50만달러 이상 고액투자자 중 3년 이상 체류한 사람이나 7년 이상 체류한 전문인력에게 준다.앞으로 취득자격 요건을 더욱 완화할 예정이다. 또 전문기술 인력의 비자기간 및 체류기간을 연장하고, 경제특구 내 외국기업 임직원에게는 장기비자를 발급한다.외환규제 때문에 국제금융도시가 되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다.그동안 2단계에 걸친 외환자유화로 대부분의 외환규제가 폐지됐다. 나머지 외환규제는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해 OECD 회원국 상위수준으로 자유화할 것이다.외환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파생상품거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7월부터는 증권 및 보험사의 은행간 외환시장 참여를 허용하고 자기자본 1,000억원 이상 증권사에 대해 장외 외환파생상품 금융거래를 허용키로 했다.외국인들은 한국이 싱가포르나 홍콩보다 소득세율이 높다고 불평한다.소득세율은 더 못 내린다. 제프리 존스 미상공회의소 회장이 소득세율을 낮춰달라고 주장하면서 홍콩과 싱가포르의 예를 들고 있는데, OECD 국가인 한국이 이들의 세율을 따를 수는 없다.OECD 국가 중에선 우리가 아일랜드 다음으로 낮다. 다만 외국인의 주거와 교육, 그리고 의료비 등에 세제상의 혜택을 줄 것이다.세금과 관련한 또 다른 문제는 국세청 직원 등이 외국인은 돈을 벌어가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점차 바뀌고 있지만 아직도 그렇다.국내 국제적인 법률회사가 없어 계약을 외국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법률시장 개방은 언제 할 계획인가.국내 법률시장은 외국변호사의 활동을 금지하는 등 매우 폐쇄적이다. 외국기업의 인수합병(M&A)과 외국인직접투자(FDI)는 물론 경영활동에 필수적인 저렴하고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받는 데 한계가 있다.현재 DDA(WTO 도하개발 아젠다) 협상에서 외국 변호사의 업무허용 범위와 국내 변호사와의 동업 및 고용허용 여부를 논의한다. 앞으로 DDA 협상결과에 따라 국내 법률시장 개방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자녀교육 문제 등 외국인들이 서울에서 생활하는 데 불편한 점이 많은데.과거와 달리 초등학교 자녀를 둔 젊은 외국인 직원들이 한국으로 많이 온다. 이 때문에 자녀들을 수용할 학교시설이 모자란다. 유능한 외국인 교사 채용도 이민법 등의 문제로 막혀 있다. 앞으로 경제특구에 외국인학교는 물론 병원과 대형 식료품점 등을 유치할 것이다.반면 외국인들은 한국이 볼거리가 많고, 동대문 등 대형 시장이 있어 쇼핑하는 즐거움이 있다고 한다. 또 서울만 벗어나면 경치가 좋은 곳이 많다. 외국인들이 편안하게 한국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음식점과 쇼핑센터에 영문 안내판을 설치키로 했다.런던은 금융개혁(Big Bang) 후 국제금융도시로 변모하면서 자국 금융회사들이 도태됐다. 우리도 같은 상황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는가.영국계 증권사의 90%가 미국과 유럽의 증권사에 인수됐다. 대형 상업은행의 절반은 외국계 금융기관이 인수했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곳은 도태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경쟁력 있는 기관은 더 큰 회사가 됐다.로이드, 바클레이 등 영국의 거대 상업은행은 자회사를 통해 각종 투자사업에 진출, 거대 금융그룹을 형성했다. 한국도 주주에 대한 배려, 이익을 추구하는 마인드를 갖춘 금융회사만 살아남을 것이다.서울이 발전하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지방은 불만을 표출할 수 있을 텐데.수도권은 국제경쟁력을 갖춘 곳으로, 지방은 투자유치능력을 강화해 자생적 발전기반을 마련하는 쪽으로 갈 계획이다. 수도권과 지방 간에 윈윈(Win-Win) 전략을 도모하고 있다.예컨대 제주도를 국제자유도시로 개발하기 위해 2010년까지 2조9,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부산신항을 개발하면서 창원은 기계와 부품 중심지로, 마산은 자유무역지대, 그리고 울산은 중화학공업 중심지로 발전시킬 계획이다.또 여수는 종합 해양관광도시가 되고, 목포는 생산과 물류의 중심지, 그리고 광주는 첨단정보도시로 건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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