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조원대 부동자금 누가 관리하나?

얼마 전 한국은행 총재가 은행 관계자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5월 초의 콜금리 인상에 보조를 맞춰 예금금리를 인상해줄 것을 주문했다는 신문보도가 있었다.그럴 만한 속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아무튼 시장을 선도해야 할 한국은행 총재가 시장에 구걸(?)을 하는 형식이 된 것 같아 모양새가 썩 좋지는 않다. 게다가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 이후 시장금리가 오히려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이처럼 한국은행 총재를 난감하게 만든 주범은 바로 현재 시중에 나돌고 있는 약 150조원이 넘는 부동자금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총생산(GDP)의 30%에 해당하는 대규모 부동자금의 존재야말로 향후 경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과거 몇 년간의 총저축률과 총투자율의 괴리(Gap)를 살펴보면 지난 95, 96, 97년에는 각각 마이너스 1.8%, 마이너스 4.3%, 마이너스 1.0%로서 투자율이 저축률보다 높아 자금 부족이 발생했었다. 그러나 98, 99, 2000, 2001년에는 각각 12.6%, 6.0%, 4.1%, 3.1%로 저축률이 투자율보다 오히려 높아 자금의 잉여가 발생했다.우리나라의 경우 60~70년대 초기 경제개발 시절은 물론이고 지난 80년대와 90년대에 이르러서도 기업들의 왕성한 설비투자 의욕으로 인해 투자가 저축을 항상 초과, 만성적인 자금 부족을 경험해 왔다.그러나 지난 98년부터 이런 상황이 역전돼 기업 부문의 설비투자 의욕 상실 등으로 인해 오히려 저축이 투자를 초과하게 돼 자금의 잉여가 발생하고 있다.이는 우리 경제의 자금순환구조가 그동안의 ‘만성적인 자금 부족’에서 이제는 ‘구조적인 자금 잉여’로 전환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98~2001년에 투자 부족으로 인한 자금 잉여의 누계금액은 약 120조원이었다.이같은 실물 부문의 자금 잉여 외에도 98년 이후 최근까지 약 300억달러 내외의 주식투자 자금이 해외에서 순유입되었음을 감안하면 98년 이후 최소한 ‘150조원 규모의 자금 잉여’가 누적되고 있다.게다가 99년 이후 한국은행이 통화량에 대한 직접관리를 포기하고 콜금리 중심의 지표관리로 전환함과 동시에 일반은행을 통한 가계대출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면서 최근 2~3년간 은행의 가계대출을 통해 시중에 공급된 자금만 10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다시 말하자면 98년 이후 투자 부족으로 실물 부분의 자금 잉여가 누적되고 해외 부문의 자금유입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을 통한 가계대출의 급증으로 인해 지금 시중에는 적어도 150조원이 넘는 부동자금이 호시탐탐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본다.이는 언제라도 한바탕 소란을 일으키며 경제에 불안과 충격을 줄 수 있는 위험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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