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침투하라! …‘깜짝 이벤트’ 효과만점

호기심 유발 아닌 제품기능성 입증에 중점...LG전자,중국에서도 실시

‘이래도 우리 제품 안 살래?’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요즘 기업들은 각종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를 어르고 달래느라 정신이 없다. ‘성능이 좋으니 한 번 써보라’고 제품을 나눠주기도 하고 대형버스를 미용실로, 바(bar)로 개조해 종횡무진 전국을 누비기도 한다.이처럼 예측불허의 깜짝 이벤트를 동원한 마케팅, 즉 ‘게릴라 마케팅’이 확산되고 있다. 웬만한 자극에는 반응조차 하지 않는 요즘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이같은 특이한 충격요법들이 마케팅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지난 5월22일 성균관대학교 중앙도서관 옆 공터.축제 기간을 맞아 시끌벅적한 캠퍼스에 염색약 광고가 도배된 대형버스가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다.대학 캠퍼스까지 진출한 이 버스의 정체는 바로 태평양의 염색약 브랜드‘미쟝센’의 ‘무빙헤어숍’. 무료 염색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미쟝센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태평양의 독특한 마케팅 전략의 하나다.이 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이민영양(21)은 “오늘은 예약을 한 12명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니 아쉽다”면서 “비용에 비해 큰 잠재력을 지닌 전략이 아니겠느냐”고 의견도 덧붙였다.이날 행사에는 100여 명의 학생들이 모여들었다.미쟝센의 무빙헤어숍은 5월 넷째주에만 성균관대를 포함해 9개 대학교를 돌았다. 이미 6월 말까지 스케줄이 잡혀 있다.게릴라마케팅이 단순히 흥미와 호기심 유발 때문에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기능성 제품의 경우 그 효과를 소비자의 체험을 통해 입증하려는 의도로 이용되기도 한다.올 초 동양제과는 ‘니코엑스’라는 기능성 껌을 출시했다. 니코틴 제거에 효과적이라는 이 껌을 시장에 내놓으며 회사측은 고민에 빠졌다. 식품위생법상 기능에 대한 적극적인 광고캠페인을 펼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홍보버스를 타고 다니며 직접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나눠주는 행사였다.우선 제품이 나오자마자 서울·부산·대구·대전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거리시식행사를 벌였다. 이 행사의 강점 중 하나는 수시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 서울 지역만 해도 강남, 여의도, 서울역 등 하루에도 몇 차례씩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깜짝 이벤트는 예상보다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마케팅 담당자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니코엑스의 경우 출시 첫 달인 1월에 5억원의 매출을 올리더니 2월 30억원, 3월 35억원, 4월 40억원 등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5월 매출예상액은 50억원.동양제과 관계자는 “홍보버스의 주목도가 높고 비용도 다른 광고수단에 비해 적게 들어 앞으로 이런 전략을 계속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외관을 화려하게 장식한 홍보버스가 인기를 끌면서 아예 3.5t 트럭을 게릴라마케팅용으로 개조하는 기업도 있다. 하이트는 지난 6개월 동안 준비해온 ‘이벤트카’를 5월22일 강남대학교 교정에서 선보였다. 총 3대인 이벤트카의 제작비용은 한 대당 2억원. 트럭의 양쪽 문이 열리면 생맥주 기자재와 음향시설 등을 갖춘 바(bar)로 ‘변신’한다.신 기능성 제품 무료제공 … 입소문 효과 기대‘게릴라’들에게 마케팅 장소는 거리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때로는 지하에도 침투한다. 인텔코리아는 올 봄부터 지하철 광고를 펼치고 있다.4월부터 지하철 6개 노선 중 7대의 열차 전체를 인텔 펜티엄4 프로세서에 관한 내용으로 꾸며 운행하고 있다. 운행을 시작한 4월에는 깜짝 이벤트를 보다 자세히 알리기 위해 이벤트 담당 직원들이 직접 지하철에 올랐다. 궁금해 하는 소비자들에게 선물을 주고 광고내용을 설명해주는 행사를 가졌다.게릴라 마케팅은 해외까지 이어지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중국시장에 PDP TV를 내놓으면서 ‘영업특공대’를 만들었다. 이 조직은 한 마디로 ‘게릴라 마케팅’을 위한 것이다. 이 팀을 통해 베이징, 상하이 등지에서 국내에서 선보인 ‘시도 때도 가리지 않는’ 마케팅을 확산해 간다는 방침이다.분야도 가리지 않는다. 얼마 전 할리우드 영화 ‘쇼타임’이 개봉을 앞두고 벌인 이벤트의 이름은 바로 ‘게릴라 시사회’. 이 이벤트는 요즘 한창 유행하는 TV프로그램에서 형식을 빌린, 그야말로 ‘게릴라 마케팅’의 전형을 보여줬다.시사회가 벌어진 지난 5월11일. 서울 종로·대학로·신촌 등지에서는 영화 비주얼로 장식된 ‘쇼타임’ 홍보버스가 거리를 누비고 다녔다. 영화내용에 맞춰 경찰복장을 한 도우미들이 이 차에 타고 있었다.차가 멈춰 설 때마다 길거리에서 시사회 전단을 시민들에게 나눠줬는데 이 전단이 바로 이날 시사회의 티켓이 됐던 것. TV프로그램 형식을 그대로 본뜬 이 시사회는 성공적으로 열려 한 장소에서 2,000명이 관람하는 대형 행사가 됐다.임종욱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소비자들에게 좀더 강한 자극을 주기 위해 기업들이 계속 새로운 것을 추구하다보니 변종의 형태로 나온 것이 게릴라 마케팅”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비용에 비해 효과가 크지만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프리미엄 시장의 경우에는 통할 수 없는 방식이고, 장기적으로 빈번한 노출을 추구하기는 어려워 경계해야 할 점도 많다”고 설명했다.돋보기 / 매복마케팅월드컵 특수 노리며 본격 잠입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지하철역으로 이어지는 공간의 10여 개 기둥에는 국내외 유명 축구선수들이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이곳을 지키고 있는 이들의 실체는 다름 아닌 스포츠브랜드 나이키의 광고.나이키는 공식후원업체 아디다스의 경쟁업체로서 월드컵 앰부시(ambush) 마케팅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게릴라 마케팅 방법의 일종인 앰부시 마케팅은 우리말로 매복마케팅으로 불린다.월드컵 공식후원업체가 아닌 기업들이 대회 공식명칭을 쓰지 못하는 대신 이벤트 분위기를 전달해 마케팅의 상승효과를 보려는 방식이다. 말 그대로 게릴라의 소리 없이 파고드는 움직임을 닮아 있는 형태다.나이키는 삼성역 이외에도 여의나루역, 합정역, 대구 율하역, 부산 서면역 등에 같은 조형물을 설치했다. 월드컵 기간 중에는 여의도에 ‘나이키 공원’을 조성할 방침이다.국내 업체들도 마찬가지. SK텔레콤의 경우 국가대표팀 공식 서포터스 붉은악마를 등장시킨 광고로 문제가 됐다. 붉은악마의 응원법을 가리키면서 월드컵과의 연관성을 느끼도록 한 것. 한때 이 광고는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SK텔레콤은 붉은악마와 관련된 후원활동에 한정된 것이라고 반박했다.결국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월드컵 열기가 마케팅 트렌드에도 그 위세를 떨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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