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추심업 캐시카우로 효자노릇, 크레디트 뷰로 미래 유망사업으로 '부상'
‘신용’이 황금알을 낳고 있다. 신용 관련 산업이 무서운 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것.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은 신용카드지만, 소리 소문 없이 이에 못지않은 고성장을 지속하는 업종이 있다. 바로 신용평가·정보업이다.신용 관련 산업은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한 영역을 포함한다. 하지만 이같은 신용 관련 산업의 근간이 되는 것이 신용평가·정보업.“흔히 ‘신용평가업’이라고 구분 없이 통칭하고, 이런 업무를 하는 회사를 ‘신평사’라고 부르지만 정확히 신용평가업과 신용정보업으로 구분됩니다.”한국신용평가정보의 이종화 기획감사팀 과장은 이같이 설명했다. 평가업에 속하는 대표적인 업무는 회사채권의 등급을 매기는 일이다. 국가나 기업의 원리금 상환능력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 무디스나 S&P 등 세계적인 기업이 이같은 신용평가업을 하고 있다.반면 정보업은 개인신용정보 수집과 조회서비스 등 데이터베이스 중심의 업무다. 밀린 카드대금이나 휴대전화 요금을 받아내는 채권추심도 여기에 포함된다.우리나라에는 신용평가업과 정보업에 대표적인 4사가 있다. 한국기업평가(이하 KMCC), 한국신용정보(이하 NICE), 한국신용평가정보(이하 한신평정), 한국신용평가(이하 KIS) 등이다.예전에는 흔히 ‘3대 신평사’라고 불렸으나, 이 중 가장 오래 된 한신평이 지난 98년 한신평정보와 한신평(KIS)으로 분리(한신평정보가 현 KIS의 모회사)되면서 4개사가 됐다. KMCC와 KIS는 신용평가업을, 한신평정은 신용정보업을 하고 있으며 NICE는 양쪽 사업을 모두 영위한다.평가업과 정보업은 모두 97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 60% 이상이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IMF 외환 위기 이후의 금융시장 재편이 고성장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2001년 대표사들의 실적을 보면 NICE 729억원, KMCC 273억원, 한신평정 266억원, KIS 183억원 등이다.매출 중 신용평가업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NICE·KIS·KMCC 등 평가 3사의 기업어음 회사채·ABS평가 매출액이 96년 100억원에도 못 미치던 것이 2000년 420억원, 2001년 577억원으로 껑충 뛰었다.올해 1/4분기의 ABS 발행이 전년 동기비 52%, 회사채는 30% 줄어드는 등 직접금융 자금조달이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지난해 절정에 달했던 평가업의 호황은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그러나 KMCC의 윤우영 평가기획팀장은 “계속해서 등급평가를 요하는 새로운 유형의 상품이 등장하고 있고, 2005년부터는 금융사의 BIS비율 계산시 위험자산의 등급평가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세계적으로 별다른 금융사의 규제수단이 없어 그 대안으로 신용등급이 부상하고 있는 추세. 따라서 평가시장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이같은 성장성에 세계적인 신용평가사들의 시장참여도 속속 진행되고 있다. 현재 피치(KMCC)·무디스(KIS), 일본계인 R&I(NICE) 등이 모두 지분참여나 경영권 획득 등의 형태로 국내 시장에 진출한 상태이며, S&P만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S&P 역시 NICE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한신평정, ‘크레디트 뷰로’ 선점효과 노려최근 평가업보다 더욱 주목을 받는 것은 신용정보업이다. 신용정보업 중에서도 채권추심업이 각사의 캐시카우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하지만 채권추심이 현재의 수익원이라면, 크레디트 뷰로는 미래 유망분야로 꼽힌다.크레디트 뷰로 부문에 가장 먼저 뛰어든 한신평정은 “신용정보업의 세계적인 트렌드가 기업정보에서 개인정보 위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한다.크레디트 뷰로는 은행, 카드사, 할부금융사(캐피털), 백화점 등 신용공여기관들로부터 취합한 개인의 신용 관련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가공해 종합적인 개인신용 점수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이제까지 개인신용정보는 신용불량자를 알려주는 ‘네거티브’ 정보에 그쳤다. 그러나 크레디트 뷰로가 제대로 운영되기 시작한다면 신용공여기관(금융사나 백화점 등)은 이제 개인과 거래가 발생할 때 크레디트 뷰로로부터 개인의 신용기록과 신용점수 등을 제공받아 거래승인 여부와 거래조건, 한도 등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지난 5월29일 20개 금융사에 1차 서비스 제공을 시작함으로써 한신평정이 가장 먼저 치고 나왔다. NICE도 뒤따라 채비를 서두르고, 반면 KMCC는 관망세를 취하고 있다.한편 우려도 적지 않다. 여러 사업자가 경쟁할 경우 중복 투자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고, 개인신용정보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법과 제도정비가 충분치 않다는 우려도 많다.“무한경쟁체제를 채택할 것인지, 독점적 사업자를 지정할 것인지 교통정리를 해 줘야 할 재경부의 입장이 불명확하다. 그래서 사업자들은 눈치만 보고 있는 상태”라고 한 관계자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