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큐먼트 출력기기 시장 연간 1조원 규모

출력 대행하는 전문 도큐먼트센터 등장...소모품.라벨용지 시장도 급성장

개인용 컴퓨터(PC) 보급 1,000만대를 넘어선 지 오래. 컴퓨터와 함께 신나는 업종이 복사기·프린터 등 도큐먼트 사업이다. 가정 또는 직장에서 컴퓨터를 살 때 한 번 이상 욕심을 내는 제품이 바로 프린터이기 때문.소호(soho) 사무실과 가정에서는 잉크젯 프린터나 복합기를, 보험사 등 대형 기업과 변호사 교수 등 전문가 집단은 대량 출력이 손쉬운 레이저 프린터를 찾고 있다.사실 프린터가 소비자용 제품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초 HP가 잉크젯 시리즈를 선보이면서부터. 20만~30만원대 잉크젯 프린터는 PC전문가를 포함해 출력물을 확인하려는 디지털 애호가를 매료시켰다.HP의 잉크젯 프린터가 개인용 프린터 시장의 불을 댕겼다면 e메일과 월드와이드웹(www)은 개인 출판시장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www는 그림과 글자를 동시에 표시하는 장점으로 인터넷키드를 사로잡았다. 영상을 컴퓨터로 전달하는 www는 디지털 도큐먼트를 시대를 꽃피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외에 98년부터 등장한 디지털카메라는 포토프린터라는 프린터의 장르를 개척하고 필름을 밀어낼 태세이다. 코닥, 후지, 아그파 등 필름메이커들도 필름이 필요 없는 디지털카메라를 선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특히 2000년 이후 필름 분야에서 이렇다할 혁신이 없었다는 점도 필름사업이 점차 디지털 분야로 이동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삼성SDS, LG CNS 등은 페이퍼리스(Paperless) 오피스, 전자결재 등을 강조해 왔지만 프린터 교체와 구매는 증가해도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다시 말해 전산, 인터넷이 발달할수록 문건출력산업도 함께 증가하는 동반자 관계를 유지한 셈이다. 애초 불필요한 문서출력을 줄이고자 한 컴퓨터산업, 네트워크산업이 문서출력을 증가시키는 부조합을 형성한 것이다.대량 복사 제본 사업 활황사실 후지제록스는 인터넷과 네트워크 발달에 가장 긴장한 업체. 기업용 복사기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관계로 종이출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암울한 예상 아래 사업다각화를 준비하기도 했다.그러나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문서출력산업은 번창했다. 단지 기술이 변했을 뿐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문서출력방식을 개선하고 페이지 순서대로 정리하는 소팅기술, 축소확대기술, 양면복사기술, 프린팅기술, 팩스전송기술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접목했다.이 가운데 가장 괄목할 만한 사실은 문서를 사진 형태(아날로그)로 저장하던 것을 디지털데이터로 변환해 메모리칩에 저장하도록 한 것이다. 디지털데이터로 저장된 문서는 다양한 형태로의 변환이 가능하다.레이저 프린터로의 대량 출력은 물론 페이지 자리바꿈, 온라인 전송 등 편리한 기능을 제공한다. 후지제록스 제품 가운데 고가 기종은 분당 50장의 문서를 저장할 수 있고 28장을 출력한다. 한 마디로 문서를 토해내는 기계다.문서출력산업의 성장력은 판매대수에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96년 디지털복합기(200만원 이상)의 판매대수는 390여 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만여 대 이상으로 성장했다. 연간 두 배에 가까운 성장을 기록한 디지털 복합기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점차 자연색을 구현하는 컬러제품으로 이동할 태세이다.후지제록스 마케팅 관계자는 “프린터 보급으로 복사기시장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식의 공유 용량이 늘어날수록 복사량도 급증했다. 사람의 눈은 문서에 담긴 지식을 더 선호한다는 증거다”라고 설명했다.컴퓨터와 프린터는 새로운 사업도 만들어냈다. 반면, 컴퓨터와 프린터의 출현으로 없어진 직종도 있다. 예컨대 청와대 차트 담당관이 사라지고 도큐먼트센터가 새로 등장했다.국내 도큐먼트산업 발전의 촉발은 한글전산화에서 시작됐다. 정부 기관 또는 기업에서 브리핑 문서(차트) 담당자는 필수존재였다. 크고 미려한 글씨로 브리핑 문서(괘도용 문서)를 작성해야 했기 때문이다.이 담당자는 새벽 브리핑을 위해 밤샘하기 일쑤였다. 이같은 불편을 해소한 것이 컴퓨터와 프린터였다. 문서 작성과 변환이 쉬운 데다 OHP필름으로 출력하면 대형으로 스크린에 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특히 컴퓨터를 이용해 문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누구든지 브리핑 문서를 작성할 수 있게 됐다. 문서의 크기도 커졌다. 자연스럽게 대형 프린터 출력을 대행하는 전문 업소가 등장했다. 지식용량이 늘어남에 따라 사업도 번창하고 있다.대표적인 사례가 킨코스코리아. 95년 진출한 이 업체는 복사·인쇄 대행을 전문으로 한다. 컴퓨터와 복사기, 프린터만을 이용해 지난해 96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에는 120억원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서울시내에만 10여 개의 대형 매장을 거느리고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순전히 문서출력만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를 모방한 도큐프라자 타라 등 도큐먼트센터가 잇달아 등장했다.프린터시장, 한·미·일 각축장도큐먼트산업의 핵심은 프린터. 잉크젯·레이저 등 전체 프린터시장은 이미 2000년 250만대 규모를 형성했다. 지난해 레이저 프린터는 30만대를 돌파하고 올해는 35만대를 넘어설 전망이어서 주목받고 있다.올해 큰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는 사진인쇄가 가능한 포토프린터. 지금까지 인쇄속도와 품질이 괜찮은 제품을 사려면 2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저가 제품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고 HP, 엡손 등이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또한 인터넷과 디지털카메라의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포토프린터 기능을 찾는 고객이 늘어날 전망이다. 엡손 관계자는 “포토프린터 시장규모는 지난해 20만대로 성장했다”며 “기술발달과 가격하락에 힘입어 올해 30만대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한편 도큐먼트산업의 핵심인 프린터는 한·미·일 국가대항전으로도 발전해 주목을 끌고 있다. 국내 시장만 해도 한·미·일 3개국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특히 잉크젯 프린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HP, 엡손, 롯데캐논 등 4개사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는 10만원대의 컬러 잉크젯 프린터를 주력으로 내세워 저가용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288만 화소의 마이젯시리즈를 선보였다. 100만 화소대의 제품을 업그레이드해 품질을 강조하고 나선 것.일본 기업을 대표하는 엡손은 포토(사진) 기능을 강조하며 출력소 등의 전문가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엡손은 대표작인 스타일러스시리즈를 내세우고 있다. 이 제품은 디지털카메라에 적합한 사진출력이 장점이다.프린터시장에 복병도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후지제록스 페이저프린팅코리아(FXPPK)가 프린터시장에 가세, 프린터 삼국지 열전을 재미나게 펼치고 있다. 이 업체의 주력은 컬러 레이저 프린터. 분당 16장의 출력이 가능하다고 한다. 최근 금호생명을 비롯한 유력 기업에 1,300여 대가 넘는 컬러 프린터를 공급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미국 기업을 대표하는 HP는 조작의 편리함과 명성을 바탕으로 복합기와 컬러 프린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PC 없이도 출력할 수 있는 데다 전체 사진 보기(Proof Sheet) 기능도 지원하고 있어 사용자가 원하는 사진만 골라 출력할 수 있다.60만원이 넘는 비교적 고가제품이다. 이외에도 e프린팅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문서를 출력하는 시스템을 갖춘다는 전략이다.지금까지 국내 시장은 토종 1개사와 HP, 엡손 등 외국기업의 각축장이 돼온 것이 사실. 이에 삼성전자는 외국기업의 기세에 맞서 해외진출을 선언하고 나섰다.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레이저 프린터로 승부를 내겠다는 것. 2005년께 세계 프린터 시장의 10%를 장악하겠다는 게 목표다. 특히 내년에는 유럽에서 프린터 생산공장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프린터 소모품 시장도 활황박종우 삼성전자 디지털프린팅사업부 부장은 하노버에서 열린 세빗(Cebit)박람회를 통해 “내년쯤 유럽에 공장을 오픈할 예정이며, 헝가리가 매우 매력적인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영국 런던에 프린터사업을 위한 인력을 파견해 정지작업을 벌이고 있다.프린터와 함께 잉크와 드럼 등의 소모품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복사기, 프린터, 팩시밀리, 복합기 등은 반드시 소모품을 필요로 한다. 각종 주변기기와 종이, 토너, 드럼, 잉크 등 소모품을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잉크젯 프린터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삼성전자, HP, 엡손 등 잉크젯 프린터를 주로 파는 회사의 프린터 가격은 10만∼20만원대이지만 1년에 서너 번 갈아주는 잉크는 5만∼7만원대이다. 컬러인쇄를 자주 할 경우 소모품의 비중도 크게 늘어난다.복사기 전문업체인 신도리코의 경우 완제품 대비 소모품 매출이 절반이 넘는다. 예컨대 올 초 복사기와 팩시밀리 판매액은 460억원이었으며 소모품 판매액은 270억원이었다. 프린터는 73억원 매출에 소모품이 65억원으로 나타났다.종이 사용량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컴퓨터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오히려 용지 사용량이 매년 10%씩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모품만으로 코스닥시장에 등록한 업체도 있다. 2월 코스닥시장에 등록한 잉크테크가 대표적이다.잉크테크는 잉크젯 프린터용 잉크만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 삼성, HP, 엡손 등의 제품에 비해 싼 가격으로 잉크만을 판매한다. 잉크테크의 리필잉크는 프린터회사 잉크에 비해 가격이 30∼50% 수준으로 상당히 싼 편. 잉크를 주입하는 방법으로 리필시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이 회사는 이 밖에도 전세계 모든 프린터 기종에서 사용되는 400종 이상의 잉크를 생산하고 있다. 100여 나라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 96년 30억원에 불과했던 이 회사의 매출은 99년 141억원으로 급성장했으며, 2000년도에는 184억원의 매출과 19억원 순익을 올렸다.프린터용 라벨용지시장도 새로 등장한 품목. 프린터용 라벨용지 전문기업인 한국폼텍이 주인공이다. 96년만 해도 프린터용 라벨용지시장은 전무했지만, 이제는 명함·주소록·엽서·카드·포토스티커 등 각종 라벨을 디자인하고 프린터로 출력할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됐다.예컨대 웬만한 우편물 주소는 라벨용지로 출력해 우편물에 부착한다. 이같은 편리함으로 이 업체는 지난해 매출액 53억원의 어엿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도큐먼트 산업으로 새롭게 등장한 벤처이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