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브랜드’ 육성 으로 ‘1위 기업’ 입지 다질 것”

조명재LG생활건강 사장LG생활건강은 사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회사의 비전이 담긴 ‘손바닥 수첩’을 귀중품처럼 갖고 다닌다. 연초에 나눠주는 이 수첩에는 그해 사업전략과 미래비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조명재 사장(57)이 97년 누적 적자로 어려움을 겪던 회사를 맡은 뒤 20여 일간의 고민 끝에 내놓은 첫 작품이다. 회사의 문제점과 목표를 전 직원이 공유하고 “힘을 모아 한번 해보자”는 자신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의도였다.그로부터 4년여가 지난 현재, LG생활건강은 우량기업으로 거듭났다. 2001년 4월 LG화학에서 분사한 뒤 성적표는 더욱 좋아졌다.지난해 매출 1조원, 경상이익 1,000억원을 ‘보란 듯’ 넘어섰다. 분사 당시 219%의 부채비율도 지난해 178%로 떨어뜨렸고, 올해는 139% 밑으로 낮출 계획이다. 여기에다 생활용품 부문의 대다수 제품들이 시장에서 2위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1위를 질주하고 있다.올 들어 LG그룹의 화두가 ‘1등주의’라는 점에서 그룹의 모태기업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LG생활건강의 힘 있는 질주는 ‘기획과 관리의 귀재’로 불리는 조사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안팎의 평이다.조사장은 강직한 성격으로 인해 ‘면도칼’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얼음 밑을 흐르는 물’처럼 속정이 깊은 최고경영자(CEO)라는 게 주변의 이야기다.그는 “사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고 한 걸음으로 나갈 때 초우량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다.지난 5월20일 가 선정한 ‘한국의 100대기업’에 54위로 진입할 정도로 탄탄한 수익 및 재무구조를 자랑하는데, 그 비결이 무엇입니까.국내시장에서 50년 넘게 쌓아온 브랜드 자산과 확고한 유통망,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의 정서에 가장 잘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생활용품 사업은 치약, 세제, 샴푸 등 거의 모든 제품군에서 1등을 하는 확고한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어 경쟁업체들이 쉽게 넘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화장품 사업은 우수한 연구개발 능력을 바탕으로 국내 최초의 기능성 화장품으로 공식승인을 받는 등 고부가가치 화장품을 통해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지난 97년 시장에서 선임될 당시 적자 상태에서 1년 만에 흑자로 돌리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요.솔직히 제가 사장으로 취임하던 97년 1월은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위기감을 느낀 순간이었습니다.당시 LG생활건강은 90년대 초반 의욕적으로 진출했던 식품사업뿐만 아니라 사업 전반에 걸쳐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인한 계속된 적자로 어려움을 겪던 시절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조직 전체에 퍼져 있는 사기저하 현상이 문제였어요.취임 후 20여 일간 밤잠을 설치며 문제의 원인을 찾는 데 집중했던 기억이 납니다. 회사에 대한 정확한 파악 없이 수립된 과도한 경영목표가 직원들의 목표달성 의욕을 꺾은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전국의 공장 연구소 영업조직을 쉴새없이 방문해 그들과 토론하면서 사기를 끌어올리는 데 전력을 다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직원들 사이에 점차 위기의식이 사라지고 대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쌓이기 시작한 거지요.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어떤 점들이 달라졌나요.가장 큰 변화라면 ‘생활건강 전문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또 주주가치 및 경영투명성이 강화됐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군요. 이를테면 우리의 고유사업인 생활용품과 화장품 사업에만 기업자원을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이뿐만 아니라 급격한 환경변화에 맞춰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내릴 수 있게 된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LG생활건강이 초우량기업으로 나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시장 1위인 생활용품시장의 성장성이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국내 생활용품시장은 꾸준히 연평균 5% 정도의 안정적인 성장을 해왔습니다. 여기에다 소비자의 구매패턴이 갈수록 고급화, 고기능화, 다양화되고 있어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입니다.국내 최고의 브랜드력을 앞세워 발빠르게 대응한다면 ‘1등 기업’의 입지를 탄탄히 할 수 있을뿐더러 수익성을 더욱 높여갈 수 있을 겁니다. 또 할인점과 전자상거래의 폭발적인 성장 등 유통환경이 다양해지는 것도 시장의 성장을 부추길 것으로 봅니다.우리는 공격적 마케팅으로 신규 유통시장을 선점할 것입니다. 물론 염모제, 탈모방지제 등과 같은 신상품을 적극 육성해 향후 성장엔진으로 삼는다는 중장기전략을 갖고 있습니다.2위인 화장품사업 부문의 1위 탈환 전략은 무엇입니까.기본전략은 선두기업과의 차이를 줄이고 나아가 1위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탄탄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유통채널별로 브랜드 및 서비스를 차별화함으로써 1등 브랜드를 늘려나갈 계획입니다.우리가 지난 4월 방문판매 전용 브랜드 ‘노블라임’을 내놓는 것과 동시에 방판시장에 뛰어든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특히 우리의 강점인 업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는 연구개발력을 바탕으로 주름개선, 미백 등의 기능성 화장품의 매출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생각입니다. 현재 전체 매출에서 화장품 부문이 37%인데, 이를 오는 2005년까지 49%로 늘릴 것입니다.지난 95년부터 해외진출에 주력해왔는데요.해외진출의 기본전략은 ‘선택과 집중’입니다. 세계적인 기업들과 정면충돌은 위험하다는 생각입니다. 따라서 중국과 베트남이 첫번째 공략대상입니다. 현재 베트남의 경우 화장품시장의 20% 가량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습니다.수출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데 화장품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에서, 생활용품은 일본·멕시코를 중심으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현지법인의 매출과 수출을 합해 1억달러를 돌파한 여세를 몰아 올해에는 1억3,000만달러를 해외에서 벌어들일 계획입니다.현장을 즐겨 찾는 걸로 알고 있는데, 거기서 무엇을 얻습니까.IMF 직후 해외사업장을 돌 때 만난 직원들에게 라는 책을 선물한 적이 있어요. 최근 그 사업장을 다시 방문했을 때 한 판매여사원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그 책을 읽고 많은 용기를 얻었다’고 했습니다.(조사장의 홈페이지 www.chomyeongjae.com에 들어가면 현장을 방문하면서 느낀 다양한 소회를 읽을 수 있다) 주로 그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애로사항과 아이디어를 경청하지요.현장을 찾는 또 하나의 이유는 보고서에 나타난 거시적인 지표에 의존해 회사의 현실을 판단하다 보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놓쳐 현장감각을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품과 브랜드가 아무리 우수해도 현장의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성과를 낼 수 없는 법입니다.은퇴 후를 생각하신 적이 있나요.지금 그런 여유가 없습니다. LG생활건강을 초우량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생각밖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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