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 환경보호차원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 강화...'환경친화 차' 개발 전력투구
요즘 국내 자동차 시장은 디젤(경유) 자동차의 배기가스 규제 여부를 놓고 자동차 업체와 환경단체 간 공방이 한창이다.환경부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개정, 7월부터 8인승 이하 승합차들 중 ‘프레임’이 없는 차를 ‘승용차’로 바꿔 승용차 기준의 배기가스 규제를 적용키로 했다.이에 따라 그동안 경유를 사용해 온 현대자동차의 싼타페·트라제XG(7인승), 기아자동차의 카렌스 등은 일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탄화수소 등의 허용기준이 최고 50배가 강화돼 사실상 국내 판매가 어려워진다.환경단체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지만, 최근 디젤 RV(레크리에이션 비히클)에 대한 수요 폭발로 톡톡히 재미를 보던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과연 우리나라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특수한 것일까.자동차전문가들은 “환경부의 디젤 승용차 배출가스 규제기준이 국제 수준보다 엄격하다”면서 “앞으로 우리보다 환경을 중시하는 선진국들에서 이런 기준은 보다 강화될것”이라고 말했다.실제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은 대기오염 방지를 위해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를 해마다 강화시켜 나가고 있다. 일본은 도쿄에서 올해부터 디젤 승용차의 판매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질소산화물 규제를 강화할 예정이다.이를 위해 연비 목표치를 가솔린 승용차의 경우 2010년께 95년 대비 22.8%가 향상된 15.1km/ℓ로 잡았고 디젤승용차의 경우 2005년께 95년 대비 14.9%가 향상된 11.6km/ℓ로 목표를 높였다.EU(유럽연합)는 지구 온난화방지협약의 강화를 빌미로 한국산 자동차의 평균연비를 2009년부터 140g/km 이하로 요구하고 있다.미국, 무공해 차 10% 판매 의무화미국 자동차시장의 관문인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에 진출하는 자동차메이커들에 2003년부터 매년 ZEV(Zero Emission Vehicle:무공해 자동차)를 10%씩 의무적으로 판매토록 하고 있다.하지만 대기오염이 현재 예측보다 더 심각한 지경에 이를 경우 지금의 계획보다 강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2000년대 들어 세계가 산업 전반에 걸쳐 중요시하고 있는 것은 ‘환경’이기 때문이다.여기에 선진국들이 내부적으로 자국의 자동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배출가스 기준 등을 자국 자동차회사의 기술 수준에 맞춰 끌어올릴 경우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자동차메이커들은 시장진출이 어렵게 돼 큰 타격을 입게 된다.때로는 생존의 위기에 몰릴 수 있다. 이와 관련, 자동차전문가들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선진국들이 각국의 자동차회사들과 공동으로 배출가스를 파격적으로 줄이고 연비를 크게 향상시킨 차세대 자동차 개발에 나섰기 때문이다.미국은 정부 연구소와 자동차 업계가 공동으로 PNGV(Partnership for a New Generation Vehicl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이는 미국 자동차의 산업경쟁력 확보와 80mpg(34.5 l/km) 연비의 중형 승용차를 개발하는 것으로, 2004년 선보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미국 자동차메이커 빅3가 진행하고 있는 GDI(고연비 초희박) 엔진은 내년 초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일본은 지난 96년 미쓰비시가 GDI 엔진을 개발, 양산에 들어간 이후 혼다, 도요타, 닛산 등이 기술개발을 완료했다. 일본의 GDI 엔진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선진 자동차메이커들의 차세대 자동차들은 지난해 10월 열린 제35회 도쿄모터쇼에서 선보였다.도요타는 배기량 1,400cc 디젤엔진을 장착한 3도어의 컨셉트카 ‘ES3’를 출품했다. ES3는 직접 분사 방식의 터보엔진에 무게가 700kg밖에 되지 않는 데다 무단변속기를 장착해 1ℓ로 47km를 주행할 수 있고 배기가스를 최소화시켰다.도요타 계열의 다이하쓰는 1ℓ의 연료로 55km를 주행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미니카 UFE를 출품했다. 660cc의 가솔린엔진과 모터 2개 니켈배터리 등으로 구성돼 무게가 고작 670kg이다.GM이 내놓은 하이드로젠3는 별도의 축전지 없이도 작동하는 최초의 연료전지 차량으로 기록된다. 계열사인 오펠의 자피라를 기본으로 수소연료를 사용하며 최고시속은 150km에 이른다. 1,400km 완주기록을 갖고 있으며, 200개 직렬연료전지로 연결한 시스템이 특징이다.이와 함께 GM은 가솔린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연료추출장치인 Gen-Ⅲ를 선보였는데 이를 시보레 픽업트럭 S-10에 탑재해 세계 최초로 내놓을 예정이다. 기존 내연기관에 비해 에너지효율을 50%를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우리나라도 지난 5월 산학연 합동으로 올해부터 2010년까지 2ℓ로 100km를 달릴 수 있는 미래형 자동차 ‘2ℓ급 극초저공해 지능형 중소형자동차’를 개발, 세계 3대 자동차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이 정도면 에너지효율 제고 및 배기가스의 획기적 저감기술 개발로 유럽의 EURO-Ⅴ, 미국의 LEV-Ⅱ (Low Emission Vehicle:저공해 자동차) 등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이에 앞서 자동차부품연구원 차세대자동차기술개발사업단은 지난해 현대자동차와 공동으로 연비 성능을 기존 가솔린 차량보다 50% 이상 향상시키고 북미와 유럽의 환경법규에도 적합한 환경친화형 하이브리드 동력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하이브리드 동력시스템이란 전적으로 가솔린의 힘에 의존하는 엔진과 달리 전기모터와 엔진을 혼합해 차량의 연비를 극대화한 엔진을 말한다. 이 동력시스템은 엔진·전기모터·배터리 등이 병렬식으로 연결돼 있어 전기모터로 엔진 시동을 걸고 가속시에도 전기모터를 보조동력으로 이용할 수 있다.특히 불필요한 공회전을 없애 차량이 정지해 있을 때 연료소비율을 거의 0% 수준으로 낮췄다는 게 현대측의 설명이다. 현대는 관련 부품의 실용화 및 안정화 연구를 거쳐 2004년께부터 하이브리드 차량을 본격적으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결국 2000년대 세계 자동차메이커들의 생존 키워드는 ‘누가 쾌적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드느냐’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