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제수업으로 기업형 개인교습 ‘각광’

일본 교육계가 겪은 올해 최고의 변화 중 하나는 단연 초·중학교의 수업일수 단축이다.학생들의 개성을 존중하고,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길러준다는 이유로 문부과학성이 공립 초·중학교의 토요일 수업을 철폐한 것이다.일본 문부과학성은 정부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지난 4월1일부터 주5일제 수업을 전면 도입, 종전 토요일 격주제 수업을 아예 없애 버렸다. 교과 과목도 대폭 단축하거나 시간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전체적으로 지도내용을 약 30% 감축했다.문부과학성의 개혁 프로그램을 일본 학부형들이 팔짱만 끼고 방관한 것은 아니었다. 여기저기에서 반대 의견이 빗발치고, 여론도 학력 후퇴를 조장한다며 줄기차게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그러나 문부과학성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래 전에 확정된 프로그램이니 시행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생기면 이를 보완하면 된다며 예정대로 밀어붙였다.주5일제 수업실시에 대한 학부형들의 가장 큰 고민은 어린이·청소년들의 늘어난 시간을 어떻게 선용하느냐에 있었다.그러지 않아도 공부와 담쌓고 지내는 학생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판에 토요일에 학교가 문을 닫는 것은 학생들을 팽개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불만이다.일본 언론은 주5일제 수업으로 학부형들의 고민이 가중된 것과 함께 생활리듬의 변화 등 사회적으로도 여러 가지 새로운 현상이 대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교육제도 변화는 예상치 못했던 유망사업 아이템을 상당수 부각시킬 것으로 점치고 있다.주5일제 수업실시로 가장 각광받게 된 사업아이템으로 일본 언론이 현재 첫손에 꼽는 것은 기업형 개인교습이다.한국보다 사정이 낫지만 일본에도 사설학원은 수없이 많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학습지 사업의 경우 한국보다 한 발 앞서 시작한 업태도 수두룩하다.‘주크’(熟)로 발음되는 일본의 초·중학생 대상 사설학원은 한국의 대입준비 교실을 연상시키는 곳도 적지 않다. 입학시험을 치러야 들어갈 수 있는 명문 공·사립 중학교의 수험에 대비해 밤늦게까지 수강생을 모아놓고 공부와 씨름시키기 때문이다.적당히 중·고교 졸업으로 끝낼 학생들과는 별 관련 없는 곳이 사설학원이지만 공부에 승부를 걸 영재들에게 주크는 필수적인 교육시설인 셈이다.일본 교육계와 언론은 사설학원들 중에서도 학생들을 1대1 또는 소수정예제로 가르치는 기업형 교습소를 주5일 수업제의 최대 수혜자로 꼽고 대표적 업체로 리소교육, 도쿄개별지도학원, 메이코의숙 등 3곳을 들고 있다.리소교육은 지난해부터 인터넷을 이용한 원격개별지도 사업을 시작했다. ‘토머스’라고 불리는 이 업체의 개별지도주크(학원)에 학생들은 직접 가지 않는다.백화점이나 텔레마케팅 업체의 콜센터처럼 꾸며진 강의실에서 강사들이 초고속인터넷을 통해 학생을 가르치고 질문을 받는다. 물론 수업방식은 1대1이다. 강의실에 통화 겸용 헤드폰을 머리에 쓴 강사들이 수십 명씩 컴퓨터 화면 앞에 앉아 있는 광경은 마치 어학실습실을 연상시킨다.강사들이 맨투맨으로 학생의 성적과 지적수준에 맞게 공부를 가르치니 다른 학생들의 학습진도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학부모는 가정교사가 집으로 학생을 가르치러 올 때처럼 차와 간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리소교육은 이 같은 학습방식을 ‘헬로-e’ 서비스라는 고유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그리고 이 서비스로 전체매출의 90% 이상을 올리고 있다. 특이한 것은 강사들의 면모다. 이 업체에는 정식사원 강사가 단 1명도 없다. 100% 아르바이트 사원이다.각 강의실마다 1명씩 배치된 정식사원의 주요 임무는 유능한 강사를 찾아내 수시로 충원하는 일이다. 강사는 거의가 도쿄대, 게이오대, 와세다대 등 명문대학 졸업생이거나 재학생들로 이뤄져 있다.리소교육측은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어디까지나 강사와 학생들을 이어주는 것”이라며 “개별지도 교습은 고객인 학생과 부모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서비스업이나 다름없다”고 밝히고 있다.리소는 자체 운영하는 강의실 외에 전국 38개 주크와 헬로-e 서비스 제공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8만여 명의 회원을 확보해 놓고 있다.개별지도 교습으로 일본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도쿄개별지도학원의 학습방법은 독특하다. 리소교육처럼 인터넷상으로 진행하는 것과 달리 강사 1명이 2명의 학생을 동시에 맡아 가르친다.어찌 보면 재래 방식이다. 하지만 같이 공부하는 학생은 면식이나 관련이 없는 사이다. 강사를 가운데 두고 칸막이로 나뉘어 있어 앞에 누가 있는지 신경 쓸 필요도 없다.한 학생을 가르치는 동안 나머지 학생은 다른 과목의 다른 내용을 공부하니 같이 공부하는 학생의 진도나 학습내용을 모른다.여러 명의 학생을 모아놓고 가르치는 일반 사설학원보다 학습분위기가 좋으면서 전담 가정교사에게 배울 때보다 비용이 덜 드는 게 이 방식의 장점이다.도쿄개별지도학원이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지도강사를 고객인 학생이 지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강사는 학생들의 지명이 많아질수록 자신에게 돌아오는 인센티브도 증가한다.성적이 중간 정도인 학생들은 공부를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학생이 공부에 조금이라도 재미를 붙이도록 궁합이 맞는 강사를 학생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 제도를 이 학원은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바바 노부오 사장은 “담당선생 때문에 특정 과목을 싫어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일수록 선생과의 궁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할 것”이라며 자신들의 방식에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이 학원은 2001년 8월 결산에서 103억엔의 매출을 올렸으며, 영업이익만도 14억7,400만엔에 달해 교육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개별교습학원으로는 일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메이코의숙은 프랜차이즈형 시스템을 핵심 경쟁력으로 갖고 있는 업체다. 지난 2월 말 현재 일본 전역에 깔려 있는 1,005개의 교실이 모두 같은 간판을 달고 있으며 6만4,000여 명의 학생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프랜차이즈 방식을 통해 학생들이 전국 어디에서나 똑같은 질의교습을 받도록 하고 있다. 기업형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통해 학부모들의 부담을 크게 낮춘 것도 또 하나의 장점이다.연간 평균수업료를 놓고 볼 때 도쿄개별지도학원이 58만엔, 리소교육이 80만엔을 받고 있는 데 반해 메이코의숙은 34만엔이다. 염가보급형 개인교습학원인 셈이다.일본 전문가들은 3개 교습학원 모두 고유 장점과 학습방식으로 무장하고 있어 어디가 더 낫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그러나 공립학교의 주5일제 수업실시로 사설학원이 전반적으로 호기를 맞은 가운데 이들 3개 학원이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바바 노부오 사장은 “5일제 수업실시가 2개월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 학부모들이 변화를 절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면서 “자식 공부 걱정 때문에 학원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크게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노인인구 증가와 어린이 감소로 교육 비즈니스 자체가 먹구름에 쌓이기도 했지만 공교육의 부실화는 상대적으로 개인교습학원들에 비상의 날개를 달아주었다. yangs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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