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세대 문화코드 ‘아바타’

아바타는 급속하게 성장했다. 2년도 채 안 된 아바타가 1,000억원대 시장을 넘보고 있다.2000년 11월 네오위즈 세이클럽이 아바타를 선보인 이후 지난해 200억원대 시장을 형성했다.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올해는 1,000억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장미희, 유지인, 정윤희 트로이카 체제’를 기억하는 세대들에게 아바타는 분명 당황스러운 존재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이 나의 분신이라니.사자성어로 된 한자도 아니고 미국의 MBA 용어도 아닌 것이 더욱 긴장하게 만든다. 그러나 아바타는 god, HOT에 열광하는 세대를 대변해 주는 굳건한 존재로 자리잡았다. 아바타 사용자는 약 1,00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즉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아바타(avatar)는 인도 범어(산스크리트어)가 어원이다. 한 마디로 설명하면 컴퓨터와 인터넷을 창조한 가상사회(Virtual Community)에서 활동하는 자신의 분신을 의미하는 인형인 셈이다.두산세계백과사전은 아바타를 ‘분신(分身) 화신(化身)을 뜻하는 말로, 사이버공간에서 사용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다. 원래 아바타는 내려오다, 통과하다는 의미의 산스크리트어 Ava와 아래, 땅이란 뜻인 Terr의 합성어’라고 풀이했다.아바타는 고대 인도에선 땅으로 내려온 신의 화신을 지칭하는 말이었으나, 인터넷시대가 열리면서 3차원이나 가상현실게임 또는 웹에서의 채팅 등에서 자기 자신을 나타내는 그래픽 아이콘을 가리키는 용어로 변하게 됐다.아바타는 탄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젊은이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성장했다.대표적인 사례 하나. 아바타가 서울 명동의 역사적 빌딩인 코스모스백화점 이름도 갈아치웠다. 명동의 대표적인 상가건물인 옛 코스모스백화점은 지난해 대대적인 리노베이션(건물 개조)을 거쳐 아바타빌딩으로 거듭났다. 상가의 상층부에는 CGV 멀티영화관이 들어서고 아래로는 푸드코드, 휴대전화 전문업체와 패션몰이 들어섰다. 기성세대들에게 존재한 코스모스와 명동의 이미지는 사라진 셈이다.사실 아바타 이전에 비슷한 것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컨대 ‘다마고치’라는 사육이 가능한 사이버 동물이 등장해 한 시대를 풍미했었다. 손안에 들어가는 작은 액정기기 속의 동물은 주인이 먹이를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성장을 달리 했다.다마고치는 단명했지만 나를 대변하는 존재는 사이버 공간에서 끊임없이 성장했으며 아바타로 거듭난 셈이다. 아바타도 단순히 평면적인 존재에서 움직이며 대화가 가능한 존재로 진화에 성공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3차원의 육체(입체감)라는 새 옷을 입을 정도다.1,000억원대라고 하지만 아바타의 시장전망은 엄청나다. 게임 애니메이션 분야의 캐릭터로 의미를 확장하면 시장규모는 1조원대에 육박한다는 분석이다. 아바타가 이토록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이에 대해 한창완 세종대학교 교수(만화애니메이션학과)는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지배적 패러다임으로 등장하게 된 채팅창이 아바타의 사이버 정체성에 리얼리티를 직간접적으로 부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커뮤니케이션(채팅)이 아바타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분석이다.한교수의 지적대로 커뮤니케이션이 없는 가상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컴퓨터를 이용한 대화가 원격지의 키보드를 두드리는 행위 이상의 대화로 자리잡고 있으며 또 그들만의 커뮤니티(사회)가 존재한다. 떨어지지 않으려는 인간의 본성이 아바타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창조해 냈고 N세대를 대표하는 코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사실 아바타는 존재하지 않는 실재다. 존재하지 않는 실재로 치자면 마시마로(엽기토끼), 미키마우스, 그리고 최근의 영웅 스파이더맨까지 앞선 선배들이 있다. 큰 시각으로 본다면 아바타는 만화영화의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의 한 분야에 불과한 비즈니스다.아바타시장을 애니메이션과 이에 파생된 캐릭터시장까지 확대하면 비즈니스 기회는 무궁무진해진다. 애니매이션 비즈니스의 특징은 비존재물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만화영화의 영웅들은 21세기에도 그 슈퍼파워를 발산하고 있다.가까운 사례를 들어보자. 최근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스파이더맨은 5월 말 미국시장에서만 3억달러의 흥행수입을 벌어들였다.개봉 9일 만에 최단기 2억달러 기록을 달성한 스파이맨은 만화영화의 주인공에 불과했지만 할리우드가 이를 대박의 주인공으로 재창조했다.국내 사례도 있다. 마시마로와 졸라맨은 컴퓨터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창조한 비존재 캐릭터다.그런데 이 캐릭터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인기를 타고 오프라인 공간까지 넘나드는 괴력을 발휘했다.지난해 3월 첫선을 보인 엽기토끼 ‘마시마로’의 캐릭터상품 매출이 올 한 해 동안 1,2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알려졌다.1년도 채 안 된 기간에 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기는 드문 일이다. 마시마로의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씨엘코엔터테인먼는 지난해 2억원 안팎이던 매출을 올해는 30억원 규모로 예상할 정도. 마시마로에 힘입은 국내 캐릭터산업은 성장일로에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문화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 우리나라 캐릭터산업 시장규모가 4조1,000억원에 달한 데 이어 매년 20% 이상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02년 4조9,400억여 원, 2003년 5조9,300억여 원 등의 전망치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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