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계 속에만 존재하는 캐릭터 아바타. 실제 생활에서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무형의 존재인 아바타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아바타 소비자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접합시켜 수익모델로 자리잡은 것이다. 아바타는 크레비즈(Crebiz)의 대표적인 사례로 분류되고 있다. 크레비즈는 크리에이티브 비즈니스(Creative Business)를 줄인 말로 창조산업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수익을 올리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뜻하는 셈이다.아바타시장의 지난해 매출액은 200억원대, 올 예상 매출액은 1,000억원대이다. 그러나 아바타가 처음 유료화됐을 때만 해도 아무도 아바타시장이 이렇게까지 팽창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한 개의 아이템당 100원에서 1만원 정도지만 그 누가 돈을 지불하고 무형의 캐릭터에 옷을 입힐 것인지 반신반의했던 것. 류정혜 프리챌 유료서비스 팀장은 “아바타시장이 형성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일본을 비롯한 외국 언론들도 놀라워하며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류팀장은 “아바타 시장은 가속도를 내며 급변하기 때문에 내년 이맘때쯤에는 어떤 방식의 아바타가 히트상품이 될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프리챌(www.freechal.com)은 현재 월 3억~3억5,000만원의 매출을 아바타로 거두고 있다. 프리챌 전체 매출액 중 아바타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5%. 특징적인 것은 아바타로 거둔 매출액 중 80% 이상이 순이익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현재 프리챌 850만 가입자 중 아바타 사용자는 100만명에 이른다. 아바타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 750만명의 가입자가 신규 소비자로 거듭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네오위즈의 올 1분기 전체 매출은 58억원. 이 가운데 아바타를 주력으로 하는 세이클럽(www.sayclub.com)이 달성한 매출은 36억7,000만원. 전체매출 가운데 63.3%를 차지했다.지난 5월의 경우 아바타 월 매출 19억원, 하루 매출 6,000만원을 돌파했다. 6월 들어 하루 매출 1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와 같은 매출 호조는 아바타를 메신저서비스와 모바일 캐릭터서비스에 결합시킨 시도가 성공했기 때문이다.사이트마다 아바타 신출귀몰지난 3월에 아바타 정식 서비스를 오픈한 다음(www.daum.net)은 아바타로 하루 평균 2,000만~3,000만원, 월 7억5,000만원의 매출실적을 달성했다. 지난 3월 아바타사업을 시작한 넷마블(www.netmarble.net)은 아바타로 하루 평균 5,000만~6,000만원의 매출을 보이고 있다. 싸이월드(www.cyworld.com)의 ‘미니룸·미니미’라는 가입자 홈페이지 내 가상 방을 꾸미는 서비스는 4월에 개시한 후 하루 최대 2,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바타사업 후발주자로 뛰어든 다모임도 매출 호전을 보이고 있으며 야후코리아와 라이코스코리아, 한미르, MSN도 아바타사업을 펼치고 있다. 네티즌들에게 잘 알려진 인터넷 사이트 대부분이 유료 아바타를 선보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방송사의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아바타 비즈니스를 수익모델로 삼고 있다. 인터넷MBC(www.imbc.com)와 SBSi(www.sbs.co.kr) 등의 사이트는 방송사사이트라는 이점을 살렸다. 연예인의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아바타에 도입한 ‘스타 컨셉’ 아바타를 판매하고 있다. 인기가수 베이비복스, 핑클, 클릭비 등의 모습을 지닌 아바타가 바로 그것. MBC ‘로망스’, SBS ‘유리구두’ 등 인기 드라마의 장면이나 주인공을 아바타에 반영하고 있기도 한다. 방송국 스튜디오를 배경으로 만들어 아바타가 스튜디오에서 아나운서, 라디오DJ로 활동하게 만든 서비스도 있다.일부업체, 일본진출도 적극 추진아바타라는 사이버세계의 캐릭터가 수익창출을 하는 한국의 독특한 상황을 해외에서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안현선 네오위즈 홍보팀 대리는 “일본 국영방송 등이 취재해 갔다”며 “지난해 말 일본어 사이트(www.sayclub.jp)를 열어 시범운영 중이다”고 말했다. 영국 등의 매체에서 취재를 해갔던 프리챌은 일본어 사이트(www.freechal.co.jp)를 4월부터 시범서비스하며 일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이왕상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커뮤니티 활동 등의 사이버생활이 중요한 생활양식으로 자리잡았다”며 “아바타는 사이버 활동시 자신을 대표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3차원 아바타 등으로 진화를 거듭할 것이며 오프라인과 연계돼 캐릭터산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 애널리스트는 “아바타는 단순히 스쳐가는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인터뷰 김수연 네오위즈 아바타 머천다이저“노력하면 열리는 아바타 시장 선점해야죠”“아바타 MD는 사업기획팀과 아바타를 그려내는 디자이너의 중간 역할을 합니다. 상품화 계획과 가공, 상품진열, 판매 등을 담당하는 MD의 개념을 아바타에도 도입한 것이죠.”김수연 네오위즈 아바타 MD(26)의 설명이다. 지난해 세이클럽의 아바타로 130억원의 매출을 올린 네오위즈의 아바타 창조자는 주로 20대. 아바타 아이디어는 수시로 나온다. 이를 주간 회의를 통해 심도 있게 정리한다.“자유로운 회사 분위기 덕택이죠. 평소 각자 업무를 하다가 불현듯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주변 동료들과 상의를 합니다. ‘괜찮다’ ‘아니다’ 등 거리낌 없이 의견을 내놓곤 해요. 영화, 스포츠, 만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는 걸 즐기며 사업마인드까지 지녔다면 아바타 기획자로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지난 5월 월 평균 매출액인 12억원을 초과한 19억1,700만원의 매출액을 올린 것도 아이디어로 승부한 결과다. 아바타를 결합해 선보인 세이메신저 ‘타키’가 서비스 개시 한 달 만에 20만명의 이용자를 창출해 냈다. 사용자가 기분에 따라 이모티콘을 메신저창에 넣으면 아바타의 표정이 바뀌는 게 세이메신저의 특징 중 하나.“아바타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해요. 노력하면 되는, 열리고 있는 시장이라고 봅니다. 창의력과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접목하는 자가 시장을 선점할 수 있습니다.”김준미 프리챌 아바타 디자이너“패션·문화 트렌드 포착, 아바타에 반영해요”김준미 프리챌 아바타 디자이너(28)에게 만화는 취미이자 직업. 그는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후 만화가의 문하생으로 일하다가 지난해 6월 아바타 디자이너로 인생선을 갈아탔다.그는 아바타 의상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현실세계의 유행을 반영한 옷과 팬터지풍 옷으로 분류돼요.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국내외 패션잡지를 정독하고 의류매장에서 사진을 찍어와 분석하죠.”기획실에서 아바타 특정 컨셉이 정해진 후 아바타 디자인팀은 그 주제에 맞는 이미지를 구상한다. 정교한 의상은 하루에 한 벌, 일반 아바타 의상은 3~4벌 정도 창조해 낸다. 이렇게 탄생한 아바타와 의상은 프로그램팀을 통해 프리챌 사이트에서 상품으로 출시된다.“프리챌의 아바타는 4.5등신이에요. 3등신인 타사보다 크기 때문에 제작과정에 시간이 더 들죠. 하지만 풍성한 입체감을 지녔어요. 아바타 붐이 조성된 이후 사실적이고 정밀한 아바타와 사이버틱한 3D아바타가 속속 나오고 있는 추세예요.”김디자이너가 최근 만들어낸 아바타는 영화 의 주인공들. 영화 속 출연자들을 깜찍한 아바타로 재탄생시켰다.“아바타 디자이너의 자질이요? 만화 캐릭터를 직접 많이 그려 봐야죠. 캐릭터를 따라 그려보며 동작과 색감을 익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는 능력과 문화 트렌드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는 것도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