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종 인식확산 … 강좌개설 잇따라

중개전문회사 지원자 크게 늘고, 브로커 양성 전문과정도 생겨

요즘 한국자금중개(주) 소속 브로커들은 바쁜 하루하루를 보낸다. 브로커로서의 일과 외에 퇴근시간이 되면 또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다.한국국제금융연수원이 마련한 자금중개 브로커 기본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가방을 들고 회사문을 나선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셈이다.수업과정은 아주 빡빡하다. 오후 7시에 시작된 수업은 오후 10시가 돼야 끝난다. 브로커의 업무특성상 근무시간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데다 밤늦게 수업을 듣다 보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이 들지만 도리가 없다.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전문적인 이론으로 무장하기 위해선 이런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브로커는 전문직종이다. 특히 금융분야 브로커의 경우 업무와 관련해 많은 지식이 요구된다. 환율과 금리의 전반적인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뿐만 아니라 경기의 흐름도 짚을 수 있어야 한다. 게다가 요즘 들어 파생상품을 다루는 경우도 있어 이 분야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 해선 안 된다.예컨대 외환브로커의 경우 금리와 환율은 기본이다. 외환중개가 주 업무이기 때문에 이 두 가지를 모르고선 도대체 일을 할 수가 없다. 숫자를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수학문제를 푸는 것과 마찬가지다.여기에다 경제에 대한 장단기적인 예측도 필수불가결하다. 결국 외환을 둘러싸고 있는 경제환경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일을 하면서 수시로 재충전을 해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꾸준하게 공부를 하지 않고선 버티기 힘들다. 특히 새로운 트렌드를 이해하고,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업계의 현황을 파악하지 않으면 일을 하는 데 많은 무리가 따른다.한국국제금융연수원이 지난 5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브로커 양성과정인 ‘자금중개 기본과정’을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규 브로커 양성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기존 브로커들도 재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과정을 개설했다.현재 ‘자금중개 기본과정’에는 50여 명의 브로커들이 등록해 수강을 한다. 수업내용은 기본과정인 만큼 브로커로서의 기본소양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주요 교과목은 외환시장과 자금시장, 파생금융상품, 채권딜링과정, 원화자금시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수업은 5월14일부터 7월9일까지 약 3개월에 걸쳐 진행된다.김상경 한국국제금융연수원 원장은 “브로커는 전문분야 외에 다방면에 많은 지식을 갖고 있어야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며 “이 과정 개설 이후 많은 브로커들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아울러 김원장은 “앞으로 브로커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는 등 다양한 중개업무가 생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런 과정은 더욱 많이 생겨날 것이다”고 강조했다.브로커만을 위한 전문과정은 아니지만 금융 관련 브로커나 브로커 지망생들이 들을 수 있는 과정은 이외에도 더 있다. 한국금융연수원이나 국제금융연수원이 개설해 놓고 있는 국제금융시장, 파생금융상품, 자금운영, 투자상담사, 부동산금융 등 각종 금융 관련 강좌를 잘 활용하면 전문지식을 얻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브로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지망생도 느는 추세다. 요즘 들어선 전문브로커가 되겠다며 중개회사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그렇다면 브로커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특별한 자격조건은 필요하지 않을까. 특히 일정한 시험을 거쳐 라이선스를 받아야 브로커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궁금증도 생긴다.결론부터 말하면 브로커가 되는 데 특별한 자격조건은 필요하지 않다. 아울러 부동산중개인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별도의 브로커 관련 자격증도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의 의지만 있다면 일정한 교육과정을 거쳐 브로커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먼저 금융 관련 브로커는 대부분 금융기관을 통해 배출된다. 은행이나 증권사들은 보통 자체적으로 외환이나 채권분야 딜러를 키운다. 주로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지원자를 뽑아 일정한 교육을 시킨 다음 실전에 배치해 실무를 쌓게 한다.그런데 이들 가운데 일부가 독립하거나 전직해 브로커 노릇을 한다. 어차피 딜러나 브로커나 역할은 다르지만 업무환경이 비슷하기 때문에 서로의 영역을 넘나드는 데 별로 어려움이 없다.특히 브로커는 딜러보다 수명이 길다. 딜러는 20~30대가 주류를 이루지만 브로커는 40대 이후에도 얼마든지 일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스트레스가 덜하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서도 일하는 데 문제가 없는 것이 메리트다.다른 분야 브로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술을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기술브로커나 기업의 인수합병을 연결시켜 주는 M&A브로커 등도 특정 회사의 관련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다음 독립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한 가지 공통점은 해당 분야 전문가라는 사실이다.다만 부동산브로커 등은 다른 브로커들과 사정이 좀 다르다. 실무능력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자격이 있어야 한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야 부동산중개업소를 차릴 수 있는 식이다. 실무능력보다 자격증이 더 중요한 셈이다.대우는 경우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먼저 증권사 등에 소속된 브로커들은 일반 직원들과 같은 대접을 받는다. 소속된 직원이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들이 별도의 연봉계약을 체결해 거액의 급여를 받는 것과는 다소 다르다.중개전문회사에 다니는 브로커는 금융기관 직원들의 평균보다 조금 더 받는다. 같은 경력일 경우 10~20% 정도 더 받는다고 보면 틀림없다.이에 비해 독립적으로 법인을 차려 중개업무를 할 경우는 거래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 명목으로 받는다. 0.005% 등 1% 이하를 받는 경우가 많지만 어떤 분야에선 1% 이상을 받기도 한다.100만원어치를 중개할 경우 1만원 이상을 받는다는 의미다. 일부 분야는 정해진 중개수수료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 식으로 그때그때 결정한다.브로커들의 대우와 관련,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최근 들어 외국의 중개회사에서 한국 내 브로커들을 대상으로 스카우트를 하며 거액의 연봉을 제시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중개회사들이 잘나가는 국내 브로커들에게 국내 연봉의 두배 가까이를 주는 조건으로 영입의사를 타진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는 후문이다. 올해 들어 이러한 제의을 받고 해외 중개회사로 일자리를 옮긴 인력만 1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브로커 인력에 대한 수요는 외환중개시장이 개방되는 시점을 계기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외환중개는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 등 2개사에만 허용돼 있어 폐쇄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이에 정부는 현재 국내 외환시장의 규모를 늘리고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오는 2004년부터 국내 금융기관 및 외국회사에도 외환중개업을 허용하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 중이다.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기업에 개방될 경우 국내 외환중개시장은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브로커에 대한 수요 역시 크게 늘어 업계 환경이 큰 폭의 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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