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웨이’가 최고 품질을 만든다

자동차 판매 592만7,568대(내수 229만1,503대), 매출 13조1,370억엔, 경상이익 1조1,072억엔(순이익 6,748억엔). 일본 최대 자동차메이커 도요타자동차의 지난해 성적표다. 외형으로는 미국의 GM(판매 856만대), 포드(판매 699만대)에 이어 세계 3위의 메이커다. 하지만 자동차전문가들은 “도요타가 차세대 자동차개발 등 질적인 부문에선 세계 최고의 톱메이커”라고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21세기엔 도요타 세상이 올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21만5,000여 명의 직원을 하나로 모은 도요타의 이 같은 파워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한국토요타의 강대환 대리는 일본 본사 파견근무 초창기에 일본인 상사로부터 ‘이상한’ 지적을 받고 당황했었다고 한다. 한국토요타의 자동차 재고 상황을 보고하면서 “현재로선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가 “문제가 없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을 받았던 것이다. 한 달씩 기다려야 하는 한국의 렉서스 인기도를 감안할 때 도요타 경영방침이 재고를 죄악시하는 것이더라도 당시의 재고는 문제없는 수준이었다는 게 강대리의 설명. 하지만 강대리는 상사의 지적을 이해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도요타 직원들을 하나로 만드는 ‘도요타 방식’(Toyota Way)이 자신도 모르게 강대리의 머리 속에 깊이 스며들었기 때문이다.“도요타는 모든 일을 문제제기에서 시작합니다. 예컨대 현재 위치에서 회사를 한계상황으로 몰아붙인 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모두 찾아내고 이를 미리 해결해 나가는 식입니다. 이것이 ‘도요타 웨이’입니다. 그러니 ‘문제없다’는 말은 ‘할일이 없다’거나 ‘모든 일을 안일하게 생각한다’는 얘기로 들리기 십상이죠.” (강대리의 설명)이 같은 ‘도요타 웨이’는 도요타의 품질을 세계 최고로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시장전문 조사기관인 JD파워&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올해 도요타 렉서스의 100대당 결함건수는 88건(적을수록 좋음)으로 나타나 지난해(85건)에 이어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 것으로 나타났다. GM과 포드는 각각 130건, 143건으로 3, 5위를 기록했다.현대자동차가 일본 현지에서 자체 조사한 도요타의 도장품질은 놀라울 정도다. 일본에 시판되는 자동차 1대당 발생한 긁힘, 요철 닿음 자국, 칠 흐름 등 흠집이 도요타 자동차에는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박병윤 현대자동차 일본지사 차장은 “도요타의 도장품질은 너무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신경을 써 흠집이 매번 한두 개씩 발생하는 수입차들이 일본 고객들로부터 외면당할 지경이다”며 고개를 저었다.조 후지오 사장 ‘확 뜯어 고쳐라’ 경고도요타 본사만 자동차 품질에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다. 도요타의 차를 판매하는 딜러들도 ‘도요타 웨이’에 익숙해져 고품질을 유지하는 데 한몫 하고 있다. 안상우 삼성저팬 수출본부장(전무)은 “재일동포가 운영하는 일본 내 수위권의 도요타 판매딜러는 도요타 공장의 자동차검사라인과 같은 시설을 그대로 설치해 놓고 도요타로부터 넘겨받은 자동차를 재차 검사한 후 고객에게 인도할 정도”라며 “이 딜러의 최고경영자는 ‘도요타는 망해도 5,0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우리는 망할 수 없다’며 고품질 유지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딜러들은 이처럼 완벽한 품질의 자동차를 고객에게 인도한 후에도 안심이 안 된다는 듯 철저하게 고객관리를 한다.“일본에 온 지 얼마 안 돼 한 여자 판매원으로부터 도요타 자동차를 샀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를 걸어 ‘만족하느냐’고 묻더니 나중엔 자기가 휴가를 간다며 불편한 점이 있으면 얘기하라며 다른 판매원을 소개시켜 주더라고요. 그 판매원은 휴가 중에도 전화를 걸어 불편한 사항 여부를 묻고 휴가를 다녀와서는 나를 찾아 ‘(휴가로 자리를 비워) 미안하다’며 조그만 선물을 건네주고 갔습니다. 너무 친절해서 5명을 소개해줬습니다.” (안전무의 설명)‘도요타 웨이’는 노사화합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지난 5월 도요타는 1조엔이라는 엄청난 경상이익을 거뒀지만 기본급을 동결하는 것으로 임금협상을 매듭지었다. 기타가와 도요타 해외홍보부 제너럴매니저는 “노사 간 신뢰를 쌓기 위해 회사는 정기적으로 노조에 경영설명회를 함은 물론 여러 가지 문제를 노조와 함께 고민한다”고 설명했다.도요타는 이 같은 완벽한 품질의 자동차 생산, 철저한 사후관리, 노사화합으로 시장을 확장해나가면서도 현재의 사고방식으론 미래를 보장받지 못한다며 엄살을 부리고 있다. 조 후지오 사장은 지난 4월 간부들에 대한 경영설명회 자리에서 “모든 것을 확 뜯어고치지 않으면 21세기에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요타 직원들 또한 21세기엔 ‘변화 아니면 죽음뿐’(change or die)이라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도요타의 미래를 확정짓는 ‘2010 글로벌 비전’이란 것이 있다. 도요타측은 ‘21세기엔 어떤 세계가 실현될 것인가’의 문제제기와 이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담은 미래청사진에 불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 점유율 15%’에 대해선 ‘단순 비즈니스 플랜’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도요타를 제외한 세계의 모든 자동차메이커들은 이 같은 목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차세대 자동차의 상용화와 마지막 남은 황금어장 중국진출을 위한 도요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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