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V가전 시장 공격 마케팅 ‘적중’

‘소니’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 ‘파나소닉’도 가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안다. 그런데 요즘 월드컵 경기를 보다 보면 공식스폰서 광고판 가운데 ‘JVC’를 자주 보게 된다. 붉은 바탕에 흰 글자가 특히 눈길을 끈다. JVC는 현재 전세계 40여 개국에 진출해 있는 일본계 오디오비디오(AV)메이커다. 지난해 9,500억엔(약 10조원)의 매출을 올린 매머드 기업이다.소니, 파나소닉과 함께 일본 3대 AV메이커인 JVC(일본에서는 ‘빅터’로도 불린다)가 한국에 진출, JVC코리아(www.jvc.co.kr)를 설립한 건 지난 2000년. 아시아, 오세아니아, 중동, 아프리카 지역 총괄회사인 JAS 산하의 9번째 현지법인이다.법인 설립 전에도 국내 수입상을 통해 제품을 팔아왔던 전력이 있었지만, 진출 당시 한국 내에 법인을 세워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업계에서 말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수십년 전부터 한국 AV가전 시장에서 대표적인 일제 브랜드로 군림해온 ‘소니’의 아성을 깨뜨릴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무성했다. 여기에다 당시 한국 내 브랜드인지도에서 한 수 위였던 파나소닉도 결코 쉬운 적수가 아니었다. 토종기업인 삼성과 LG도 버티고 있었다.그만큼 한국은 JVC에 그리 호락호락한 시장이 아니었다.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이런 우려와는 달리 JVC코리아는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전국적인 판매 및 서비스망을 구축한 것만 봐도 그렇다. 현재 전국에 500개가 넘는 대리점을 확보한 데 이어 하이마트, 전자랜드 등 양대 전자제품전문 할인매장은 물론 까르푸 등 대형할인마트에까지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대도시를 중심으로 32개의 애프터서비스(AS)센터도 포진시켰다.제품구색도 다양하게 갖췄다. 현재 주력 제품인 디지털비디오캠코더(DVC)를 비롯해 DVD, TV, VCR, 콤퍼넌트 미니오디오 등 가정용 AV제품과 프로젝터, 방송장비, 보안장치까지 두루 판매하고 있다. 일본 본사에서 신제품을 출시함과 동시에 국내에서 판매할 수 있는 빠른 물류시스템도 도입했다. 그 결과 지난해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면서 한국 내 일제 AV 브랜드로 자리잡는 데 성공했다.이처럼 단기간에 한국시장 공략에 성공한 비결은 차별화된 인력관리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에서 고용한 50여 명의 직원 모두 일본 본사 직원들과 똑같이 교육시키고, 대우해주는 시스템을 갖춰 놓았다. 지난해 초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일본투어’ 프로그램을 가동해 일본 본사의 기술과 마케팅 노하우를 체득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직원 간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위해 전체 회식을 워크숍 개념으로 발전시킨 것도 눈길을 끈다. 직원뿐만 아니라 500명에 가까운 국내 대리점주들 역시 개인사업자가 아닌 JVC코리아 직원처럼 회사에 기여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계약조건과 인센티브제를 도입했다. 설립 초기부터 딜러에게 파격적인 마진율을 보장하는 한편 매월 실적이 우수한 딜러를 뽑아 일본 현지공장을 견학하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사실 JVC의 선전은 한국시장에서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1927년 창립 후 75년간 AV분야에서 탄탄한 기술력을 다져온 JVC는 현재 세계 1등자리를 노리고 있다. 특히 DVC의 경우 현재 미국과 유럽시장의 30%를 차지하며 소니와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투고 있다. 유럽시장에선 98년과 2000년에 두 번이나 판매율 1위를 기록했다. 82년 스페인월드컵 때부터 공식스폰서로 뛰어들면서 시작한 스포츠마케팅이 가져다 준 쾌거였다.진출 2년 만에 캠코더시장 선두그룹 진입JVC코리아가 한국시장에서 가장 주력하는 아이템은 ‘디지털비디오캠코더’. 진출 당시 미미했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상반기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소니, 삼성과 함께 선두그룹을 형성할 만큼 급성장했다. JVC 디지털캠코더의 가장 큰 특징은 모델 대부분이 600g 이하로 가볍고 크기가 작은 디지털 6㎜ 제품이라는 점. 특히 6월 초 출시한 초소형· 포켓형 캠코더인‘GR-DVP3KR’(무게 340g) 모델은 한국 디지털캠코더시장에서 초소형·초경량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해상도는 물론 PC와의 멀티미디어 호환성을 개선하면서 지난해 모두 8개의 새 모델을 국내에 선보였다. 최근에는 ‘GR-DVP3KR’ 모델의 업그레이드 모델인 메가픽셀 타입의 초소형 디지털 캠코더 ‘GR-DVP7’도 내놓았다. 지난 1월에는 업계 최초로 ‘웹카메라’ 기능이 추가된 쌍방향 디지털비디오캠코더도 출시했다. 인터넷 화상회의, 채팅 등에 사용되는 기존의 PC카메라 기능을 디지털비디오캠코더에 적용한 것.한국 오디오시장 진입도 성공적이다. 지난해 선보인 미니오디오 중 FS시리즈, UX시리즈 등 독특한 디자인의 모델이 젊은층에게 인기가 높다. FS시리즈의 경우 본체의 폭이 7.5cm밖에 안 될 정도로 공간효율성을 높였다.디지털 방송과 2002월드컵 특수를 노리고 다양한 디지털 TV 제품도 쏟아냈다. 올해 초 출시한 29인치와 34인치 SD급 평면 디지털TV ‘HV-L29PRO’ ‘HV-L34PRO’가 대표적이다. 디지퓨어(DigiPure) 회로를 채택해 고화질 구현이 가능하며 실내 밝기에 따라 자동으로 화면을 조절할 수 있는 게 특징. PC와 DVD, 디지털 셋톱박스, 디지털 VCR(D-VHS) 등을 수용할 수 있는 입출력 단자를 갖춰 확장성과 호환성도 뛰어나다. 최근에는 HD급 50인치 PDP TV까지 내놓고 국내 디지털TV 시장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DVD플레이어에 5개의 새틀라이트 스피커와 고성능 서브우퍼 스피커를 갖춘 홈시어터 시스템 ‘TH-A9’에 이어 ‘TH-V70’을 출시하고 국내 홈시어터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수직방향, 수평방향, 벽걸이형으로 자유로운 공간연출이 가능하다.JVC코리아는 2002월드컵을 계기로 디지털캠코더 등 자사 제품을 알리고 있다.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브랜드인지도를 확고하게 정착시킬 방침이다. 축구팬들의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경기장 대형 전광판을 통해 내보내고 있다. 또 디지털캠코더의 ‘스냅샷’ 기능을 활용해 월드컵 기간 중 인상적인 장면을 담은 사진을 공모해 경품행사도 벌인다.Interview 이데구치 요시오 JVC코리아 사장“디지털가전 ‘명가’ 이미지 구축에 주력”“안녕하시므니까. 저희 JVC를 찾아주셔서 감사하므니다.”이데구치 요시오 JVC코리아 사장은 요즘 한국어 공부가 한창이다. 한국법인의 사령탑을 맡았을 당시엔 일어, 영어로 직원들과 의사소통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직원들의 마음속까지 들여다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이유는 한 가지. 직원들이 ‘내 회사’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게 하려면 그들의 애로사항을 알아야 했던 것. 그래서 늦게나마 서둘러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우리 직원들도 모든 면에서 일본 본사 직원들과 똑같이 대우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초 전 직원을 이끌고 일본으로 건너가 현지 투어를 강행했던 것도 이런 생각 때문이었다. 틈만 나면 직원들에게 술자리 회식을 제안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그는 JVC코리아가 현재 국내에서 대표적인 AV 가전 업체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외형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 한국 소비자들에게 디지털 가전의 명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현재 그는 ‘고화질 디스플레이’ ‘AV네트워크 시스템’ ‘디지털 HD(High-Density) 스토리지’ 등 3개 분야를 중심으로 디지털 기술과 네트워크 기술을 융합한 제품과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특히 AV기술은 오디오와 비디오 등 기존의 가전뿐만 아니라 PC나 휴대전화와 같은 정보기기에 확산되는 추세인 만큼 AV기술이 결합된 디지털과 네트워크 제품을 강화할 것입니다.” 그는 또 이번 2002월드컵을 계기로 확보한 JVC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하반기에는 다양한 고객 대상 프로모션을 전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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