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연금제도의 도입

연금에는 공적연금, 개인연금, 그리고 기업연금 등 크게 세 종류가 있다. 거의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가입이 강제돼 있는 국민연금이 바로 공적연금이다.개인연금은 개인이 노후에 대비해 자유의사로 은행이나 보험회사 등에 장기간 저축을 한 뒤 일정한 연령에 도달한 후 연금의 형태로 지급받게 되는 일종의 금전신탁이라고 할 수 있다.우리나라에는 공적연금과 세제상의 혜택이 부여되는 개인연금제도가 있으나 근로자들을 위한 기업연금제도는 아직 없다. 대신에 근로자를 위한 퇴직금제도가 있을 뿐이다.근로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퇴직금이나 기업연금 모두 퇴직 후 또는 노후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란 점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금융산업이나 주식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에서는 현저한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퇴직금제도가 간접금융에 대한 수요를 유발하는 데 비해 기업연금제도는 직접금융에 대한 수요를 유발하게 된다. 또 퇴직일시금에 비해 기업연금의 경우 금융기관에 자금이 체류하는 기간이 장기화되므로 금융기능을 제고하게 되고 주식시장에서는 기관투자가의 저변을 확대하는 등 퇴직금제도에 비해 기업연금제도는 직접금융의 확충과 증권시장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지난 50년대 후반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기업연금제도의 성장을 배경으로 미국의 금융구조가 직접금융 위주로 전개돼 왔다. 그 결과 미국 주식시장의 장기적인 발전이 가능했고 아울러 미국계 투자은행들이 전세계의 금융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사실을 깊이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현재 10조달러에 육박하는 거대한 규모로 성장해 온 미국의 수많은 기업연금기금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미국이 전세계 주식시장과 투자은행 업무를 사실상 독과점적으로 주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미국증시의 성장사를 살펴볼 때 기업연금기금이 커지면서 주식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아울러 각종 뮤추얼펀드나 헤지펀드 등이 이에 편승해 성장해 온 사실을 알 수 있다.반면 우리의 금융제도는 지나치게 간접금융에 편중된 구조를 지니고 있어서 주식시장 등 직접금융은 물론 금융상품의 개발이나 자산운용 등을 중심으로 하는 투자은행(Investment Banking) 부문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투자은행 업무를 활성화하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은행 업무를 취급할 수 있도록 인재들을 키우고 위험관리에 관한 내부체재를 구축하도록 하며 아울러 국내 증권회사들의 대형화를 추진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그러나 더 실질적인 방법은 미국과 같은 기업연금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물론 기업연금제도의 도입을 단순히 금융적인 측면에서만 보아선 안 되며 여러 가지 사회정책적 고려가 필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만일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금융구조의 선진화와 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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