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성 ‘유망’… 신모델 개발 경쟁 ‘불꽃’

마쓰시타 전기가 판매 중인 식기건조기. 주방 싱크대에 보기좋게 들어갈 정도로 소형이면서 디자인 또한 깔끔하다.첨단 가전제품과 음향·영상(AV)기기가 넘쳐나는 일본시장에서 전기메이커들이 불황 돌파구로 기대를 걸 수 있는 상품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어지간한 상품은 보급률이 80~90%에 근접해 있을 만큼 시장이 포화상태이고, 최첨단 상품은 값이 너무 비싸 수요기반이 취약하다.이 같은 상황에서 단순기능제품으로 비치면서도 전자·전기메이커들로부터 미래형 유망상품으로 주목받는 제품이 있다. 주부들을 설거지에서 해방시켜 준 식기세척건조기다.일본 가전업체들이 식기세척건조기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보급률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식기세척건조기의 일본 내 보급률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9.5%에 머물고 있다. 일본 가전업계에서는 보급률이 10%를 넘어서면 단숨에 시장이 급팽창한다는 것이 통설이다. 보급률이 한 자릿수일 때는 소비자들도 눈요기 쇼핑으로 만족하지만 두 자릿수로 올라서면 본격적인 구매 태세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 계산으로 따져도 식기세척건조기의 향후 4~5년간 신규 판매량은 수백만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가전업체들을 설레게 만드는 또 하나는 가격대다. 식기세척건조기의 소비자가격은 대당 10만엔을 넘지 않는다. 전자양판점에선 5만~7만엔대이다. 싼 것은 3만엔대에서 살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가격저항이 크지 않다. 부부가 함께 쇼핑을 나왔다 남편이 부인에게 조금 값진 선물을 하는 기분으로 사줄 수 있을 정도다.식기세척건조기는 크게 빌트인(Built In) 형과 싱크대 위 등에 별도로 설치해 놓고 사용하는 탁상 형 등 두 종류가 있다. 지난해의 판매대수는 빌트인 형이 34만대로 탁상 형의 28만대를 약간 앞섰다.그러나 일본 가전업체들이 주목하는 상품은 탁상 형이다. 수요증가속도도 탁상 형이 더 빠르다. 탁상 형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명쾌하다. 빌트인 형은 주방을 뜯어내지 않으면 설치가 불가능하지만 탁상 형은 간단한 공사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가전전문가들은 탁상 형에서 업체들 간의 신기능, 신모델 개발경쟁이 불꽃을 튀길 것이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집이 작고 실내공간이 좁은 일본의 주거환경에 맞춰 기능은 최대화하면서도 크기는 작게 만든 식기세척건조기가 봇물을 이룰 것이라는 분석이다.마쓰시타 시장 60% 정도 장악전자양판점의 관계자들은 화제상품들로 히타치, 마쓰시타전기, 도시바의 것을 꼽고 있다. 히타치의 ‘기라기라생활 KF-S60S’모델은 세척기 폭을 30cm로 만들어 좁은 공간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다 물의 분사방식을 타사 제품과 차별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는 평을 듣고 있다. 히타치는 이 제품에 V자 노즐을 장착, 물이 위아래에서 고루 분사되면서 뛰어난 세정효과를 발휘하도록 했다. 세척기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한 마쓰시타는 소비자들의 편의를 감안한 신기능 개발과 에너지 절약에서 한 발 앞선 센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회사의 ‘NP=40SX2’모델은 겉에 돌출된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뚜껑을 여닫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양손에 그릇을 가득 든 주부들이 뚜껑을 열 때마다 겪을 고민을 덜어주기 위한 배려다. 또 절전모드를 채택, 닦아낼 그릇이 얼마 되지 않거나 더럽지 않은 경우 간단히 설거지를 끝낼 수 있도록 했다. 마쓰시타는 절전모드 이용시 시간이 8분 단축되고 물과 세제 사용량을 30%, 전기는 2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자랑하고 있다. 전자양판점 요도바시 카메라의 가키헤이 히데키씨는 “신모델 등장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1년에 한 번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부쩍 늘었다”고 말해 주부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메이커들의 불꽃경쟁이 본격 점화됐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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