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이 노니는 원시림…감탄사 ‘절로’

정감록에 나타난 십승지로 알려진 삼둔사가리 중 남한 최후의 비경으로 꼽는다는 아침가리골.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의 아침가리골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기린면소재지인 현리에서 418번 지방도를 따라 동쪽으로 간다. 방태산휴양림 입구 삼거리에서 방동약수 쪽으로 차머리를 튼다. 톡 쏘는 탄산 맛이 강한 방동약수는 이 일대 약수 중에서도 명약수로 꼽힌다. 잠시 위장병에 좋다는 방동약수로 목을 축이고 사륜구동차량 여행객이라면 아침가리라는 그 깊은 원시림으로 탐험에 나서 본다.험한 비포장길은 방동약수를 지난 급경사의 언덕부터 시작된다. 출발 전 반드시 차량 구동을 사륜으로 전환하고 출발해야 한다. 아무도 살지 않는 조경분교를 지나면서 밀림탐사는 시작된다. 계곡을 건너는 배수구조물은 모두 안전하나 몇몇 교량은 급류가 흘러 구조물의 좌우측이 패어 나가 계곡으로 우회해야 한다. 군데군데 차량바닥에 손상을 입힐 정도의 커다란 돌덩어리가 누워 있다. 이들을 피해 나가며 전진할 수 있는 속도는 시속 20km가 되지 못한다. 때에 따라서는 동승자가 내려 차량 앞에서 험악한 지형을 파악, 운전자에게 알려주어야 하는 길도 나타난다.급류에 의해 파손된 교량을 우회하기를 서너 번, 아침가리계곡의 끝인 월둔고개 7부 능선쯤에 다다르면 울창한 수풀이 차량 유리창을 때린다. 추락의 위험이 도사린 절벽을 지나기도 하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를 요하며 운전해야 한다. 마음 졸이며 저속 주행하기를 20여 분. 마침내 하늘이 열리고 월둔고개 삼거리에 이른다. 좌측 길은 월둔마을이 있는 창촌면으로 향하는 길이고 우측의 급경사 길은 구룡덕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이제까지의 길이 험난하다고 생각한 여행자라면 이 지점에서 판단을 잘해 창촌 쪽으로 하산하는 것이 안전하다.지금까지의 길에 자신감을 얻은 운전자라면 차의 상태를 파악한 후 구룡덕봉으로 오르는 길에 도전해 본다. 아침가리골에서 월둔고개까지는 앞으로 펼쳐질 길에 비하면 담력을 시험해 보는 코스. 이제부터는 길의 상태에 유념하며 각별히 운전에 주의해야 한다. 사륜구동을 확인한 후 저단 기어를 이용해 길을 따라 30여 분을 올라서면 방태산의 주봉 가운데 하나인 해발 1,388m의 구룡덕봉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쾌청한 날씨라면 오대산에서 설악산까지 힘차게 흐르는 백두대간 줄기를 조망해 볼 수 있다. 북사면 아래로는 방태산자연휴양림이 들어서 있는 적가리골이 마치 가마솥의 형상으로 움푹 패어 있는 특이한 지형이 펼쳐진다. 하산 코스는 월둔고개에서 아침가리로 되돌아 나가는 길과 한층 수월한 길인 창촌으로 향하는 길이 있다.하얀집·산들바람민박 등 민박집 많아이번에는 점봉산 동남쪽에 자리한 진동리 설피밭 마을 여행 코스를 다녀보자. 아침가리골과 달리 이곳은 일반 차량들도 운행하는 것이 자주 목격된다. 그만큼 길 사정이 낫다는 얘기다. 단목령과 강선골 갈림길에 하늘찻집이라는 산중 쉼터가 있다. 그곳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멀다. 방태산휴양림과 방동약수로 진입하는 방동교도 스쳐 지나가면 곧 진동1리의 추대계곡 간판을 만난다. 진동리 도로변에는 ‘진동-서림(조침령) 간 도로 확포장공사’ 표지판 하나가 서 있다. 아침가리골(조경동)계곡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도 지나면 진동2교. 이곳에서부터 6km만 더 들어가면 비포장도로가 얼굴을 내민다.쇠나드리교를 건너자마자 설피농장민박집이 보이면서 길은 왼쪽으로 꺾인다. 쇠나드리, 설피밭 같은 지명도 예쁘거니와 추대계곡에서부터 최상류에 이르기까지 가끔씩 보게 되는 민박집 이름들도 언덕 위에 하얀 집, 설피농장민박, 산들바람민박, 나무꾼과 선녀, 곰배령산장, 쌍둥이네 풀꽃세상, 꽃님이네집 등등 하나같이 아름답다.비포장길은 점봉산 초입까지 계속 되는가 싶지만 느닷없이 포장도로가 나타나서 여행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양양발전소 공사 때문에 일부 구간이 포장된 것인가. 어쨌든 진동2교에서부터 강선골 입구 삼거리까지의 총연장 18.8km 거리 가운데 포장도로 구간은 4km 가량 되고 상부댐 공사장 입구에서 다시 비포장도로가 시작된다. 점봉산으로 방향을 잡으면 비로소 남설악의 산세를 가까이 접할 수 있다.99년 11월11일 만들어졌다는 설피교를 건너면 다시금 발걸음이 멈춰진다. 작은 표지판이 눈길을 잡는 것이다.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이곳이 22세기를 위해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숲 부문 우수상을 탔다는 표지판이다. 하늘찻집 직전의 삼거리 표지판을 출발, 강선리 강선골을 거치면 곰배령이다. 곰배령으로 오를 때 반드시 거치게 되는 강선골은 호젓한 숲 속 사색길이면서 시선 닿는 곳 모두가 무릉도원이라 할 만하다. 강선골에서 곰배령까지는 내내 물골과 함께 걷는 길이며 고갯마루 바로 밑 300m 구간을 빼고는 70대 노인도 쉽게 오를 만큼 경사가 완만하다.● 여행메모 : 아침가리골을 가기 위해선 인제 현리터미널(033-461-5364)에서 방동리까지 하루 8차례 운행하는 버스를 이용, 방동약수 입구에서 하차한다. 일반 승용차를 이용한 여행객은 진동리 갈터마을에서 시작되는 조경동 계곡 백패킹을 즐기도록 한다. 계곡을 따라 걷는 소요시간은 왕복 4시간. 숙박시설은 방동리의 꽃피는 산골(463-7397), 왕솔농원민박(463-5947), 방태산자연휴양림(463-8590) 등을 이용한다. 맛집으로는 산나물 전문식당인 점봉산쉼터(463-5559), 진동산채가(463-8484), 진동막국수(463-7342)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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