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탠더드 부합한 ‘세계경영’ 필요

유로화 출범식뉴밀레니엄시대를 맞은 지도 벌써 3년째다. ‘두려움 반 희망 반’으로 맞았던 뉴밀레니엄이 지금까지 나타난 모습을 본다면 두려움을 앞서게 할 정도로 세계경기는 불안한 국면이 지속되고 각종 혼탁한 사건으로 얼룩지고 있다.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최근과 같은 새로운 세기 초에 흔히 겪는 혼돈의 시대를 지나 세계경제나 한국경제 모두가 지금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대변화(Mega-Trend)가 밀려올 것으로 확실시된다.무엇보다 국제교역 환경에 있어서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올해부터 21세기의 국제규범을 제공할 뉴라운드 협상이 본격화됐다. 뉴라운드는 과거와 달리 종래에 각국의 고유문제로 간주됐던 정책과 기준, 관행, 심지어 국민들의 의식수준까지 통일시켜 ‘공정한 경쟁기반(Level Playing Field)’을 만들어 나가는 협상이다.뉴라운드시대에서는 미국, 한국과 같은 국가명칭만 다를 뿐이지 경제적 측면에서는 세계 각국들이 하나로 통합된다.물론 인접국 혹은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국가간의 통합움직임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의 제143번째 회원국이 됨에 따라 그동안 논의차원에 그쳤던 소위 3대 광역경제권 체제가 급속히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국제통화질서도 달러화와 유로화, 아시아 단일통화를 축으로 한 3극 통화체제가 정착될 것이 확실시된다. 세계경제질서가 3대 광역경제권으로 재편되고 통합단계가 높아질수록 단일통화의 필요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3극체제가 정착될 경우 환율제도로 이들 세 통화 간의 환율움직임에 상하 제한폭이 설정되는 목표환율대(Target Zone)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이런 기반 위에 모든 기업들은 세계경영에 열을 올리게 될 것이다. 생산거점을 가장 싼지역으로 옮겨가야 국제분업상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고 기업생존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자연 국경개념이 약화되면서 ‘세계=국가=기업’이라는 등식이 빠르게 정착돼 경제활동 주체로서 기업이 더욱 중시될 것으로 예상된다.세계산업구조도 이미 정보, 통신, 인터넷과 같은 첨단기술업종이 세계 국부창출의 주력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적 요소가 노동, 자본에서 지식과 정보로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이런 구조하에선 기존의 제조업이 주도하는 시대에 있어서 나타나는 수확체감의 법칙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새천년에는 경제가 성장한다 하더라도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돼 인플레 부담이 거의 없는 ‘고성장-저물가’라는 신경제(New Economy)가 보편화되거나 전통적인 제조업과의 균형을 강조하는 융합경제(Fusion Economy)가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세계인의 생활에서도 현재 가상공간인 인터넷이 현실공간으로 닥칠 것이 확실시된다. 전자상거래, 전자화폐가 확산되면서 개인의 자유와 창의가 시대정신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동시에 사회 전반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크게 제고될 것으로 보여 그동안 위기요인으로 작용했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현상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반면 개인의 비밀보호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짐에 따라 정보유출과 이에 따른 개인의 사생활 보호문제가 사회적 현안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이처럼 세계경제의 밀레니엄 변화 속에 한국만이 홀로 오아시스로 남아 있을 수는 없다.현재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해선 여러 가지 견해가 대두되고 있으나, 한 마디로 ‘저성장-고실업-고령화’로 집약되는 선진국 체질로 변화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중국 WTO가입경제권력도 국가에서 민간으로 이동되면서 경제정책이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특히 개방화, 사이버화가 진전되면 될수록 경제정책의 무력화 현상이 현저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기업이나 개인들도 과거처럼 규모나 겉치레보다 가치와 수익, 전문성 위주로 평가될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구조가 정보통신과 같은 지식산업 위주로 급속히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소득도 근로자에서 지식인과 대주주로 옮겨가면서 빈부격차가 커다란 사회현안으로 대두될 것이 확실시된다. 경제성장의 동인으로 조직보다 개성과 개인이 중시되면서 솔로산업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이처럼 대내외 경영패러다임에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도 이런 추세에 맞춰 경영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이를 테면 ‘밀레니엄 기업경영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첫째, 세계보편적인 질서에 적극 부응해야 한다. 앞으로 정부는 뉴라운드와 같은 다자채널에 적극 부응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교역상대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 나가는 이원적 전략(Two-Track Strategy)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도 이에 맞게 세계경영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둘째, 각종 관행과 기준을 글로벌스탠더드에 부합되게 손질한다든가 앞으로 갈수록 브랜드이미지가 중시됨에 따라 기업명이나 기업을 상징하는 로고와 상품명도 글로벌스탠더드시대에 맞게 바꿀 필요가 있다.셋째, 수확체증시대에 맞게 지식업종을 전략적인 품목으로 육성해야 한다. 기업운용도 지식산업시대에 있어선 될 수 있는 데로 종업원 자율에 맡겨 창의력을 최대한도로 북돋워 주는 것이 중요하다.넷째, 기업들의 생존역량도 범위나 규모보다 위기관리능력에 찾을 수 있도록 각종 인프라를 미리 확보해 놓아야 한다. 기업차원에서 환율, 금리와 같은 예측력을 높이고, 가격변수 움직임에 따른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다섯째, 소액주주와 외국인, 소비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의 위상이 한층 강화되는 추세에 맞춰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마지막으로 남북한 통일에 대비한 새로운 경영전략도 함께 마련해 놓아야 한다. 정치·사회적인 통합뿐만 아니라 남북한 합작으로 21세기에 먹거리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상품을 개발해 놓아야 최우량기업으로서 국내기업들의 위상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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