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심의위에서 옥석가리고 있는데…”

예보관계자들 "소송취지,금융개혁인 만큼 물러설 수 없다"주장

“모든 민사소송에서 100% 이기는 건 불가능합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입니다.” 예금보험공사 류연수 이사는 공적자금 회수과정에서 소송이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류이사는 “소송대상자를 가리기 위해 자체적으로 2중, 3중의 장치를 마련해 뒀다”며 “예보 내부는 물론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부실책임 심의위원회에서 옥석을 가리고 있다”고 말했다.류이사는 “예보도 완벽할 수 없어 위법, 위규가 있었는지 일단 파악한 뒤 민사상 손해배상이 가능한지 여부를 변호사들에게 자문을 구해 실행에 옮긴다”고 덧붙였다.예보의 상설조직 중 조사1부는 공적자금투입 금융기관, 조사2부는 은닉재산추적, 조사3부는 부실기업에 대한 조사를 담당하고 있다. 조사3부는 최근 부실기업을 감사한 회계법인과 회계사들에 대한 소송준비작업에 착수했다.예금보험공사 최명수 조사3부장은 “회계사들도 부실에 책임이 있다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현재 고합 관련 회계법인과 회계사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며 대우 등 다른 기업은 순차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회계사 상대 소송도 준비중예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특별조직도 만들었다. 지난해 12월 검찰, 경찰,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 파견직원과 예보의 전문조사인력 70여 명으로 구성된 ‘부실채무기업 특별조사단’을 설치해 (주)진도, (주)보성인터내셔널, (주)에스케이엠 등의 사주 및 전현직 임직원 93명에 대해 총 1조3,945억원의 손해배상책임을 규명해내는 ‘전과’를 올리기도 했다.예보가 지난 97년부터 부실금융기관에 쏟아부은 공적자금은 모두 99조원, 전체 156조원 중 63%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중 지난 4월 말까지 15조원을 회수했고, 앞으로 84조원을 더 회수해야 하는 책무를 안고 있다.예보가 지금까지 찾아낸 은닉재산만 1조1,000억원이 넘고 부실책임이 있는 전현직 임직원들 4,000여 명에 대해 민사소송을 시작한 상태다. 지난 4월 말 현재 1심이 끝난 소송에서의 승소율은 78%. 적어도 4건 중 1건은 피고가 승소했으며, 그에 따라 억울한 가압류도 많았다는 것을 방증한다.예보는 그러나 전직 금융계 임직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례에 대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박시호 조사1부장은 “소송당사자들은 억울할 수 있지만 마구잡이식 소송은 절대 아니다”면서 “안타깝지만 예보는 앞으로도 금전적 손실을 끼친 인사들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을 요구한다는 원칙대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박부장은 억울한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예보의 소송의 취지는 금융개혁인 만큼 물러설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이 150조원 이상 투입됐고, 그에 따른 책임규명을 뒤늦게 하는 상황에서 예보가 책임규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개혁이 흐지부지되고 만다는 설명이다.박부장은 “일부에서 ‘대출이 안 된다, 기업이 망해간다’면서 반발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금융권 임직원들이 서명하기 전에 심사숙고하는 결과를 낳지 않았느냐”면서 “앞으로 ‘법과 규정을 지키면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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