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으로 고객유인 … 매출 고속 성장

100엔짜리 동전 하나면 적어도 한 가지 상품을 살 수 있는 ‘100엔숍’은 일본시장에서 가장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는 장사 아이템 중 하나다. 불황을 먹고 자란 기생충 비즈니스라고 혹평하면서 조잡한 상품만 판다고 비판하는 의견도 있지만 대다수 소비자들은 100엔숍에 절대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똑같은 상품이라도 일단 다른 곳보다 싸게 파는 데다 질과 디자인이 떨어지는 중국산이나 동남아산을 주로 취급한다 해도 가계에는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따라서 플라스틱류나 문구류 등 단순 일용잡화를 구입할 경우 상당수 일본 소비자들은 우선 주변에 100엔숍이 있는가의 여부를 따져 보는 습관이 몸에 배였다.그러나 100엔숍, 다시 말해 초염가 균일전문점에도 결정적 약점은 있다. 주부와 여성고객들이 많이 찾는 식품을 제대로 갖다 놓지 못한다는 점이다.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일본에서도 소비자들을 매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미끼상품으로 식품만한 것이 없다. 식품 중에서도 채소와 생선 같은 신선식품이 대표적이다. 보존기간이 기껏해야 수일밖에 되지 않으니 신선식품을 사기 위해선 매장을 자주 들락거릴 수밖에 없다.신선식품 때문에 왔다지만 소비자들이 식품매장에서만 쇼핑을 끝내고 돌아가지는 않는다. 먹거리 쇼핑을 나온 김에 다른 매장도 기웃거리기 마련이니 전체 매출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만만치 않다. 유통업체마다 채소 등 일부 신선식품을 전략적으로 헐값에 파는 것은 식품을 미끼상품으로 내세우는 고전적 수법의 하나다.하지만 100엔숍은 신선식품 장사에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100엔이라는 판매가를 미리 정해 놓고 여기에서 구입원가를 맞춰 나가야 하는 사업방식 때문이다. 더구나 신선식품은 날마다 시세가 다르고 계절에 따라 가격차가 크게 나기 일쑤다.남아돌 때건 공급이 달릴 때건 일정한 가격만 받고 판다는 것은 장사하는 업체측에도 위험부담이 상당하기 마련이다.초염가 균일전문점 중 ‘SHOP99’라는 명칭으로 영업 중인 九九플러스는 이 같은 난점을 극복한 점에서 일본언론과 유통업계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매장 80%를 식품진열에 할당이 업체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100엔숍들과 달리 매장 안에 식품이 수북이 쌓여 있다는 점이다. 플라스틱 그릇이나 문구, 생활잡화 등만 늘어놓고 있는 다른 100엔숍들과 달리 통조림, 라면, 과자 등 가공식품은 물론 배추, 마늘 등 채소와 과일도 매일 신선한 상품으로 바꾸며 팔고 있다.이 업체에 따르면 매장의 80%를 식품진열에 할당하고 있으며 신선식품이 차지하는 공간만도 30%를 넘고 있다고 한다.상품구성을 식품중심으로 차별화한 효과가 어느 정도인가는 고객들의 이용빈도만 비교해 봐도 알 수 있다. SHOP99 매장에 오는 고객들의 이용빈도는 평균 1주일에 5.5회로 나타나고 있다.이는 다른 100엔숍들의 이용빈도가 잘해야 1~2회에 그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그야말로 엄청난 차이다. 어쩌다 들리는 매장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의 단골매장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이 업체의 기업역사는 길지 않다. 도쿄 외곽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베스트’라는 기업의 신규사업부문으로 처음 발족된 것이 지난 96년이고, 2000년 10월 별도 회사로 독립됐다.하지만 점포확장 속도는 한 마디로 눈부시다. 2001년 한 해 동안 무려 69개의 점포를 늘리는 등 현재 도쿄 일대에서 120여 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기업으로서의 골격을 갖춘 기간이 불과 6년도 채 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출점 스피드다.이 업체가 식품에서 타 업체가 넘볼 수 없는 경쟁력을 갖게 된 배경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슈퍼마켓 사업에서 쌓은 신선식품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예인력을 확충하고 경비를 철저히 압축한 원가와의 싸움에서 얻어진 승리의 결과다 .사업 초기 九九플러스는 큰 낭패를 맛봤다. 100엔숍에서의 신선식품 판매를 만만하게 생각한 결과였다. 점포는 10여 개밖에 안 됐지만 원가의식이 희박한 데다 상품정책을 주먹구구식으로 다룬 탓에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위기감을 느낀 회사측은 상품정책에 메스를 댔다. 3,000여 종에 불과했던 상품 가짓수를 단번에 네 배 규모인 1만2,000종으로 늘렸다. 새로운 상품으로 고객들의 눈길을 잡아끌기 위해서였다. 고객들 사이에 ‘판매하는 상품이 언제나 그게 그것’이라는 인식이 뿌리박히면 끝장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또한 대형 슈퍼마켓에서 일하던 베테랑 10여 명을 스카우트해 상품부문에 투입하고 좋은 상품, 시장에 먹힐 만한 상품을 찾는 데 힘을 쏟았다.회사측은 시설투자에도 돈을 아끼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식상해 하는 상품, 진열대만 차지하는 묵은 상품은 한시라도 빨리 찾아내기 위해 점포마다 400만엔을 들여 판매시점 정보관리(POS)시스템을 깔았다.100엔숍 전문업체 중에선 처음으로 시도한 과학적 관리기법이었다. POS시스템의 활용으로 상품교체 속도가 훨씬 빨라지고 판매효율도 높아진 것은 두말 할 나위 없다.채소류, 농가 방문 연간 구입계약들쭉날쭉하는 채소류의 가격변동에 대비하기 위해 생산자와의 계약재배를 적극 추진했다. 사장과 임원들이 농가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취지를 설명하고 연간 구입물량을 미리 계약함으로써 원가를 정해진 수준에 맞췄다.그러나 풍작으로 시중 채소류 가격이 100엔숍보다 더 밑으로 내려가면 100엔숍이 비싸게 판다는 오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회사측은 이를 막기 위한 아이디어로 부분 가공판매 방법을 택했다.예를 들어 채소와 과일을 조금씩 잘라 판다거나 절임식품 상태로 팔았다. 또 육류와 생선 등은 반조리 상태의 가열식품으로 가공해 매장에 내놨다.점포운영 코스트를 최대한 압축하고 매장 진열공간을 늘린 것도 승승장구의 비결이 됐다. SHOP99의 점포는 매장면적이 50~150평에 달하지만 일반 슈퍼마켓들처럼 채소, 식품을 조리하거나 가공하는 공간과 설비가 하나도 없다. 오로지 상품을 진열하고 쌓아두는 자리만 있을 뿐이다.일반 슈퍼마켓 등과 달리 특별 판촉행사를 일절 하지 않는 것도 이 업체의 특징이다. 판매가격이 통일돼 있으니 가격조정을 위해 직원이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 매장 안 여기저기에 붙이는 전단이나 안내문도 따로 제작하지 않는다.특매행사를 한답시고 상품을 여기저기 이동시키는 일도 하지 않는다. 사정이 이러하니 정규직 직원이 아닌 파트타이머들도 조금만 일을 배우면 얼마든지 점장 역할을 맡아 해낼 수 있다.출점 전략에서 九九플러스가 특히 중시하는 장소는 장사가 되지 않아 문을 닫은 편의점의 자리다.九九플러스는 지난 3월 말 결산에서 약 200억엔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말까지 점포가 300개 수준으로 크게 늘어나므로 매출증가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 확실한 상태다.일본언론은 디플레이션의 서리가 아직 일본경제를 뒤덮고 있지만 2003년 가을까지 도쿄증시 상장을 실현시키겠다는 이 업체의 진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yangs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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