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원하는 ‘최고의 도넛’으로 승부”

요즘 미국은 기업들의 시련기이다. 분식회계, 내부자거래 등으로 기업들에 대한 믿음이 땅에 떨어져 있다. 하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을 비웃듯 신데렐라처럼 떠오르는 기업도 있다. 크리스피크림(Krispy-Kreme)은 그런 기업 중 하나다.노스캐롤라이나주에 본사를 둔 도넛업체인 이 회사는 언론매체에 광고를 전혀 하지 않는 ‘무광고전략’을 고집하면서도 미국에서 가장 회계처리가 투명하고 고객을 위하는 회사로 정평이 나있다. 2년 전 5달러에 상장한 주식이 최근 30~40달러를 오르내리는 것은 그런 점을 인정받은 결과다.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객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비결이 무엇인지를 이 회사의 스콧 A. 리벤굿(Scott A. Livengood) 회장 겸 CEO를 직접 만나 알아봤다. 대담은 노스캐롤라이나대학(UNC)채펄힐에 교환교수로 근무 중인 이상규 경희대 경제학과교수가 진행했다.1937년 설립돼 65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크리스피크림이 최근 급성장한 비결을 듣고 싶습니다 .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이 비즈니스모델을 새롭게 구축한 것 아닌지요.성공비결은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고객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브랜드를 제대로 키운 것입니다. 브랜드는 소비자의 경험으로 평판이 나는 것입니다.예를 들어 고객만족을 위해 손님들이 도넛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점포를 디자인했는데 그런 노력들이 브랜드 가치를 다시 높여주는 등 두 가지가 서로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2000년 4월 나스닥에 상장할 때와 지난해 5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할 때 무료로 도넛을 나눠주어 화제가 됐지요. 독특한 마케팅전략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전략의 기본 마인드는 무엇인지요.우리의 마케팅 접근방법은 늘 ‘고객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것’입니다. 5년 전 고객들이 우리 회사에 보내온 e메일은 500통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7만통 이상으로 늘었습니다.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 방향으로 가는 게 핵심입니다 . 무료로 맛있고 위생적인 도넛을 나눠주면 이것은 우리 상품과 브랜드에 대한 신뢰로 다시 돌아옵니다. 만약 고객들이 그 맛의 차이를 느끼면 결국 우리 점포로 온다고 믿고 있지요.결국 가장 훌륭한 마케팅은 사람들이 우리 도넛을 맛보게 하는 ‘풀뿌리적 접근’입니다. 점포가 있는 지역에서 많은 자선행사를 지원하는 등 ‘인간적인 마케팅’도 그런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인간모델’을 먼저 이해하고 그것을 ‘비즈니스모델’로 전환시키는 것이지요.무광고전략은 크리스피크림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미국에선 통하겠지만 외국에선 어렵지 않을까요. 오히려 적극적인 광고전략이 짧은 시간에 브랜드를 알리는 데 효과적일 수 있을 텐데요.해외광고 여부는 아직 최종결론은 내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했던 방식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0년 전에 본거지인 미국 남동부지역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인디애나폴리스에 점포를 열 때입니다. 인지도조사를 해보니 우리 브랜드를 아는 사람이 5% 미만이었습니다.당시 그곳에는 도넛가게가 별로 없고 있어도 한두 개씩 파는 게 고작이었지요. 우리는 ‘12개묶음’을 파는 대량판매전략으로 나갔습니다. 광고를 하지 않았지만 이런 전략이 맞아떨어져 개점하자마자 고객들이 수백 미터의 줄을 서야 했을 정도입니다. 이때 우리가 해왔던 방식을 고수하는 게 옳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시장경쟁이 심화되면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던킨도넛 등 경쟁자들이 만만치 않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어떤 전략을 구사하는지요.우리는 도넛비중이 90% 이상이기 때문에 다른 식품을 많이 파는 업체들과 직접 경쟁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다른 회사와의 경쟁보다 최고품질의 도넛을 만들고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그것을 만족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뿐입니다.우리는 6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지금 미국 내 점포가 226개뿐입니다. 대도시인 시카고에는 불과 8개뿐이지요. 성장잠재력이 그만큼 무한하다고 생각합니다.크리스피크림이 추구하는 목표와 CEO로서 가지고 있는 경영철학은 무엇인지요.고객들에게 만족을 주고,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지요. 물론 이것이 매출과 이익증대로 이어지고요. 우리가 추구하는 독특한 비즈니스모델입니다. 나의 경영철학도 이런 인간적인 비즈니스모델을 성공시키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인력조직관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역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지요.창의적인 마인드로 무장된 직원들이 회사 전체의 비즈니스전략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갖고 일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야 자신은 작은 부문에서 일하지만 결국 우리 모두 함께 성취하려고 하는 가치체계 안에 있다는 동료의식과 자신감이 생기지요. 그런 믿음을 공유하는 게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해주는 것 같습니다.해외진출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북미지역 외에선 처음으로 호주와 뉴질랜드에 진출한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다음은 한국, 일본, 한국, 스페인, 영국이 될 것이라고도 밝혔는데요.서두르지는 않습니다. 진출하려는 시장을 잘 이해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미국 밖에서 1,000개가 넘는 잠재적 파트너들의 요청을 받은 상태입니다.우리가 진출하려는 국가들은 현대화되고 진보적이며 국적에 관계없이 질 좋은 상품을 선호합니다. 한국은 그런 조건을 갖춘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지요.현재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요청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생각 이상으로 훌륭한 자질을 갖춘 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초기단계입니다.해외 프랜차이즈는 호주와 뉴질랜드처럼 파트너십 형태를 띠는 건가요. 또 한 나라에 여러 파트너들을 둘 것인지요.처음에는 한 명의 파트너와 시작하지만 점점 확대할 것입니다. 인구밀집도 등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물론 지역적으로 중복되게 사업권을 주지는 않을 것입니다.한국에서 크리스피크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지난해 9월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사람들이 대단히 진보적이고, 사회와 문화가 너무나 현대적이라는 점이 아주 인상적이었지요. 외국상품과 브랜드에 대해서도 오픈마인드를 갖고 있고요. 만약 사업을 시작한다면 전망은 상당히 밝을 것으로 생각합니다.dong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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