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타는 여름 … 정수기 시장 ‘대폭발’

1조3,000억원대 시장 놓고 200개 업체 각축전 돌입

“정확한 시장규모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워낙 많은 업체들이 정수기를 팔고 있고, 판매방식도 각양각색이기 때문이죠. 다른 가전 제품군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라 당분간 혼전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국내에서 생산되는 정수기들의 품질검사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에선 “정확한 시장조사 결과가 없을뿐더러 지금으로선 조사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만큼 수많은 업체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는 의미다.지난 4월 통계청이 발표한 ‘2000년 가구 소비실태’에 따르면 2인 이상 일반 가구에서 정수기보급률은 15.8% 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2년이 지난 지금은 이보다 적어도 2~3배 늘어났다는 게 업계의 추측이다.그동안 수돗물 바이러스 파동에다 전국 정수장 절반 가량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환경부의 발표가 있었고, 봄철마다 극심한 황사현상이 국민을 괴롭혀 정수기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환경오염이 갈수록 심해질 것이 자명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수기시장은 실로 ‘무한한 황금시장’인 셈이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파이’를 나눠 먹으려는 업체들이 시장에 대거 진입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을 통해 ‘물’ 마크를 받은 업체는 줄잡아 200개 업체.조합에선 이 가운데 150개 업체가 실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정수기시장은 2~3개 업체가 시장의 80~9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방문판매, 다단계 등 유통경로 다양화1위는 지난해 5,260억원의 매출을 올린 웅진코웨이개발. 이어 청호나이스와 계열사가 2,264억원 규모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이밖에 지난해 3월 (주)코오롱에서 분사한 하이필과 최근 TV홈쇼핑을 통해 판매량 증가세를 보이는 동양매직, 신규업체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JM글로벌, 앨트웰 등이 뒤를 잇고 있다.웅진코웨이나 청호나이스는 정수기매출이 전체 회사매출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정수기 전문기업에 속한다. 이들 업체가 예상하는 올해 정수기시장은 1조3,000억원대 규모. 앞으로도 매년 20% 안팎의 높은 성장세가 기대되고 있다.정수기시장의 매력은 한 번 판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후관리를 통해 지속적인 매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완제품 판매보다 애프터마켓이 더 ‘짭짤’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정수기 소비자는 보통 4~5개 필터를 6∼24개월 주기로 교체해야 한다. 비용은 1만∼16만원대까지 천차만별. 웅진코웨이나 청호나이스의 경우 총매출 가운데 약 20% 정도가 필터 등 소모품 판매로 발생한다는 게 경쟁업체들 분석이다.정수기가 대중화 추세를 보이면서 유통채널도 다양해지고 있다. 백화점, 할인점 같은 일반 유통경로는 물론 TV홈쇼핑, 방문판매, 다단계판매 등 거의 모든 유통수단이 정수기 판매에 동원되고 있다.동양매직 정수기를 판매하고 있는 LG홈쇼핑의 경우 상반기에만 3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했고, 올해 안으로 10만대 판매를 목표로 잡고 있다. 또 JM글로벌과 앨트웰은 다단계판매방식으로 급성장 추세다.한편 정수기에 이어 생활용수를 부드럽게 재생하는 연수기도 앞으로 시장규모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피부미용 효과가 알려지면서 주부들 사이에 큰 인기다.이 같은 추세에 발맞춰 기존 정수기업체들도 연수기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웅진코웨이와 청호나이스 등은 이미 연수기 제품을 출시하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돋보기 역삼투압 vs 중공사막“최상의 정수방식” 둘다 주장 … 장단점 공존‘여러 기능의 필터를 거쳐 물을 걸러내 수질을 보다 좋게 만드는 기구.’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이 내놓은 정수기의 ‘정의’다. 한 마디로 ‘좋은 물을 만드는 기구’가 정수기라는 간단한 뜻이지만 좋은 물을 만들기 위한 방법은 업체마다, 제품 종류에 따라 복잡하고 다양하다.국내 제품은 대부분 역삼투압 방식이나 중공사막 방식을 쓰고 있다. 역삼투압 방식은 식물이 물을 흡수하는 삼투압을 응용한 것으로 머리카락 굵기의 100만분의 1 정도까지 미세하게 정수해낸다.각종 오염물질, 세균, 중금속 물질을 걸러내 정수능력이 가장 확실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웅진코웨이, 청호나이스 등 국내 정수기의 80% 이상이 이 방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에 비해 중공사막 방식은 미세한 구멍이 뚫려 있는 실의 일종인 ‘중공사’를 이용하는 것으로 세균이나 대장균 등 각종 유기물질이나 미생물 대부분을 걸러낼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세균과 중금속, 화학물질에 대한 정수신뢰도는 떨어져 지하수를 이용하는 곳에서는 문제가 된다.역삼투압 방식은 정수능력이 뛰어난 대신 물속에 있는 몸에 유익한 성분인 미네랄까지 걸러내는 것이 단점이다. 또 시간당 8~10ℓ 정도로 정수량이 적고 물이 산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원수의 70% 이상을 버려야 한다는 점에서 물의 낭비가 심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반면 중공사막 방식은 역삼투압 방식보다 정수성능이 떨어지나 시간당 80ℓ 이상을 정수할 수 있고 알칼리성 물을 만든다는 장점이 있다. 또 버려지는 물이 거의 없어 경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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