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악재로 경제성장률 둔화 불가피

미국 증시 하락세가 이어지자 시장관계자들이 침통해하고 있다.최근 들어 세계 증시를 비롯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한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하반기 세계경기가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결론부터 말한다면 올 하반기 이후 세계 경기는 어렵더라도 지금의 회복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그 속도는 연초 전망보다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 주요 예측기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무엇보다 세계 증시를 비롯한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한 것이 올 하반기 세계 경기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까지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세계 실물경기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지만 이른 시일 내에 해소되지 않을 경우 올 하반기에는 세계 경기의 재둔화(Double Dip) 문제가 가장 큰 현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부시행정부의 일방주의로 국제통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것도 세계 경기의 회복속도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기관들은 내다보고 있다. 현재 임계수준을 넘어선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를 감안하면 올 하반기 이후에도 국제통상환경은 쉽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제도적인 측면에서도 비교적 안정됐던 기존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최근 들어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것도 세계 경기회복의 저해요인으로 보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들이 새로운 제도를 보완해 발빠르게 대처해 나가고 있지만 한 번 떨어진 신뢰가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결국 이런 요인을 감안해 최근에 수정 전망치를 내놓고 있는 세계 주요 전망기관들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일제히 낮춰잡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당초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은 3%가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에는 2.7% 내외로 하향조정했다.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 등 다른 전망기관들도 IMF와 비슷한 폭으로 낮춰잡고 있다.각국별로 보면 무엇보다 세계 경기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경기가 불투명하다. 현재 미국 경기는 지난해 4/4분기를 저점으로 회복국면에 놓여 있으나, 이번 경기회복은 과거와 달리 주가와 부동산가격 상승에 따른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만약 주가하락 국면이 지속될 경우 언제든지 재둔화 가능성이 있다.현재 미국 내에서는 현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낙관론(V 혹은 U자형)과 조만간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보는 비관론(W자형)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태다. 모건스탠리증권의 스티븐 로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 하반기 내수부진으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약 40%”라며 “만약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오히려 올해 안에 금리를 내려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반면 컨퍼런보드의 켄 골드스타인 이코노미스트는 “올 상반기 내내 소비가 경기회복의 원동력”이라고 진단하며 “최근 경기선행지수가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소비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아직까지 뉴욕 월가 내에서는 불안하나마 미국주가와 경기가 회복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나 앞으로 미국경제의 모습은 새로운 기준과 제도(Standards)가 얼마나 빨리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해서 미국 자본주의 시스템이 복원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연초 대부분 전망기관들은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은 3%는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았으나 최근에는 2.5%로 하향조정하고 있다. 일부 재둔화를 우려하는 시각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2.0% 수준까지 크게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어 주목된다.미국발 악재로 모처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일본 경제가 다시 비상이 걸리고 있다. 앞으로 주가하락과 미국 경기가 재둔화될 경우 일본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경기회복 시나리오는 무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동시에 지금과 같은 엔고(高)는 수출회복 덕택에 바닥을 탈출하고 있는 일본 경기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미국 경기전망, 낙관론·비관론 팽팽히 맞서경기순환과 연관지어 보더라도 미국 경제는 일본 경제의 약 1분기 정도 선행한다. 결국 올 하반기 이후 미국 경제가 재둔화될 경우 일본 경제는 장기침체 국면이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민당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제3차 디플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해지고 있는 것도 이런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일본 국민들의 소비가 부진하고 경제정책에 있어서 여유가 없는데다 일본 금융기관들의 대규모 부실채권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경제가 재둔화되지 않더라도 일본 경제는 어려운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대부분 전망기관들은 미국 경기요인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올해 일본 경제성장률이 1%대는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아직까지 유럽 경제는 미국과 일본 경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당초 예상보다 유로화가 빠르게 정착됨에 따라 자체적인 성장동인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유로랜드 내에서는 프랑스 총선에서 시라크 대통령이 압승을 거둠에 따라 우경화 물결이 거세지고 있다. 벌써부터 오는 9월에 예정된 독일 총선에서 좌파인 슈로더 현 정부가 교체될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이 많다. 만약 이런 시각이 현실화될 경우 한동안 유로랜드 내에서는 우파세력이 득세할 가능성이 높다.올 하반기 이후 유럽에서 우파세력이 득세할 경우 많은 정책변화가 예상된다. 그 중에서도 우파정부는 각 회원국의 정체성과 자국 국민들의 이익을 중시하는 점을 감안할 때 유럽 경제통합이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갈 가능성이 높다. 대외적으로는 유럽 중심의 통상정책으로 주요 교역국에 대해 통상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확실시된다.더욱이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 경기가 앞으로 재둔화되고 유로화 강세에 따른 영향이 본격화될 경우 유럽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 경기순환상으로도 유럽 경제는 미국 경제에 약 2분기 정도 후행하는 점이 이 같은 사실을 입증해준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올해 유로랜드성장률은 당초 예상보다 낮은 2.0% 내외가 예상된다.한편 개도국 경제는 국가 혹은 지역별로 차별화현상이 뚜렷하다. 아직까지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경제는 견실한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어느 지역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경제의 특성을 감안할 때 미국 경제가 재둔화 되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반면 중남미 경제는 아르헨티나가 1/4분기에 마이너스16%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칠레, 베네수엘라, 우루과이, 브라질 등 아르헨티나 인접국들의 경기둔화세도 역력하다. 대부분 전망기관들은 중남미 금융위기가 이른 시일 내에 진정되지 않을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을 1~2%대로 대폭 낮춰잡고 있다.다만 러시아 경제는 현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개혁정치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경제가 안정되면서 대외신뢰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에 미국이 러시아에 대해 이례적으로 ‘시장경제적 지위’를 부여했음을 감안해 볼 때 러시아가 계획한 대로 내년에는 세계무역기구(WTO)에 무난히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결국 올 하반기 이후 세계 경기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최대 현안인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돼야 한다. 현 시점에서 선진국 간의 공조체제가 시급한 것도 이런 이유다. 아직까지 선진국 간의 공조방안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으나 미국 경기가 재둔화되고 그 영향이 다른 국가들에 본격화될 경우 궁극적으로 공조방안을 통해 세계 각국은 안정을 찾아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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