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시선으로 바라본 ‘냉전유적지’

오태석 연극이 다시 시작된다. 이번 작품은 ‘내 사랑 DMZ’(극단 목화)다. 1967년 ‘웨딩드레스’로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그는 지난 40여 년간 연극인생을 살았다.우리 것의 아름다움(전통성)을 고수하면서 우리 연극 문법으로 시대마다 연극이 할 수있는 역할을 고민해 온 시간이다. 이번 작품도 이런 의식의 연장선이다.반세기 전 남과 북은 전쟁으로 서로 한쪽을 잃었지만, 그 반사적 이익으로 DMZ를 얻었다. 50여 년 전 전쟁을 할 때 세계 각국의 무기성능을 시험해 보던 곳, 지금은 개선하고 개량한 최첨단 무기가 ‘전시’되고 있는 곳이다.이렇듯 DMZ는 온갖 전쟁도구와 전략과 전술을 모아놓은, 지구상에 한 군데밖에 없으면서도 지금도 활용하고 있는 거대한 전쟁 박물관이다.또 DMZ는 거대한 역사유적지다. 천년고도 궁예도성이 비무장지대 한가운데 들어앉아 있고, 수많은 유적들이 섣부른 발굴이나 개발의 손때를 타지 않은 채 보존돼 있다. 옛 철원읍 등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도시유적지가 있고, 근현대사의 내용들을 속속들이 간직하고 있는 세계적인 건축·토목사 박물관이다.그리고 그곳은 전쟁을 치르는 동안 12명의 기독교도가 순교한 ‘바이블 루트’다. 그곳은 20세기가 남기고 간 냉전유적지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한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한국 자연사 박물관’이다. DMZ는 전혀 뜻밖의 자원을 유산으로 남겨 놓았다.그곳에선 아직 인간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자연은 인간의 의도와는 아무 관계 없이 그곳을 지구에 단 하나밖에 없는 ‘자연생태공원’으로 만들어 놓고 있었다.뒤늦게 찾아가 본 DMZ에서는 자연이 자신들의 새 질서를 꾸며가며 아주 특이한 자연생태계를 전개해 놓고 있었다. 인간이 묻어놓은 지뢰를 사람은 두려워했지만 자연은 아무런 두려움 없이 그 땅을 점령해 버렸으며, 그 속에는 이미 사라져 버린 조나 팥, 귀리, 면화, 옥수수, 감자 따위가 혼자 자라고 있었다.그런가 하면 멀리 시베리아에서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그리고 몽골고원의 독수리가 떼를 지어 찾아왔으며, 멸종된 줄만 알았던 산양떼가 살고 있었다. 분단된 우리의 땅이 인간의 횡포로 신음하고 있을 때 DMZ는 어느새 한반도의 생물자원과 남북의 생태계를 연결하는 교류의 통로이자 최후의 보루로 자라나고 있었던 것이다.오태석 신작 ‘내 사랑 DMZ’에서는 이곳을 지켜온 동물들의 시선으로 우리 미래에 대한 얘기를 한다. 염소, 소, 조랑말, 물맴이, 나귀 등 우리 동물들이 얘기하는 DMZ의 세계로, 그 푸른 꿈의 세상으로 온가족, 아니 온 세상 사람들이 다 함께 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어느날 ‘DMZ 개발’ 얘길 들었어요. 한반도를 가르고 있는 이것에 대해 얼마만큼 또 어떻게 알고 있을까? 그래, 이 얘기를 우리 애들한테 해야겠구나!”오태석의 시선은 언제나 이렇다. 50년 세월을 전인미답하고 있는, 이념으로 인해 형제들끼리 싸우다가 생겨버린 부산물인 한반도의 허리에 생긴 흉터를 따뜻하게 보듬으며 우리 삶과 그 역사를 풀어낼 것이다.?공연: 7월19일~8월 25일?장소: 극장 아룽구지?문의: 02-745-3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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