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털 뷰티 케어숍도 등장…1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계층 찾아
김대용씨(38)는 8년 동안 은행을 다니다가 최근 외국계 컨설팅회사로 옮겼다. 연봉도 괜찮은 편이고 일도 적성에 맞지만 김씨의 고민은 다른 곳에 있다. 나날이 늘고 있는 뱃살, 업무 스트레스로 듬성듬성해지는 머리숱, 거칠어진 피부가 바로 그것이다. 항상 사람들과 부대끼는 직업 때문에 이런 것들이 점점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 최근에는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 아내의 성화가 오히려 더 심한 편이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도 피부관리, 탈모 등 미용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다. 지금까지 다른 이들을 위해 컨설팅을 해왔지만 이제 자신을 위한 컨설팅이 필요하게 된 것. 그와 함께 '남성들의 공간'을 탐방했다.06 : 00 집오전 6시.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와 함께 시작하는 김씨의 아침은 부산하다. 예전 같으면 간밤에 가진 술자리 탓에 깨어나지 못할 시간이지만 이제는 일어나자마자 욕실부터 찾는다. 얼마 전 아내와 함께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 화장품이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예전에는 화장품이라고는 스킨과 로션밖에 모르던 그였지만 이제는 각종 기능성 화장품들의 장단점을 꿰뚫고 있다. 샴푸도 마찬가지. 아내가 사놓은 샴푸가 없으면 대충 비누로 머리를 감았던 그였다. 하지만 이제 머리손질에 필요한 용품만 해도 샴푸, 린스, 헤어트리트먼트 등 세 가지가 넘는다.07 : 00 헬스클럽김씨가 옷을 차려 입고 향한 곳은 강남에 있는 회사 근처 헬스클럽. 이른 아침이지만 이미 이곳은 김씨처럼 출근 전 헬스장을 찾는 사람으로 북적거린다. 대부분이 20~30대. 김씨는 일단 뱃살 빼기에 효과적이라는 러닝머신부터 이용한다.시내 곳곳에 헬스클럽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운동선수나 연예인들처럼 근사한 몸매를 가꾸려는 20~30대부터 뱃살과 건강을 생각하는 40~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성들이 헬스클럽을 찾는다. 이제는 단순히 헬스뿐만 아니라 스쿼시, 재즈댄스를 즐길 수 있고 최근에는 헬스장 내에서 손톱손질, 마사지까지 이용할 수 있다. 위치나 시설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호텔 피트니스클럽 회원권에서 한 달에 5만원짜리 동네 헬스장까지. 자신의 경제력에 맞는 헬스클럽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집이나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곳은 피하는 게 좋다. 처음에는 의욕만 가지고 무작정 좋은 곳을 선택하지만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이용료는 장기간 등록할수록 싸다. 인터넷 경매사이트를 이용해 급매물로 나온 회원권을 살 경우 실제 가격보다 싸게 구입할 수도 있다.12 : 00 스파점심시간 김씨와 함께 찾은 곳은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 지하 2층. 이곳에는 헬스클럽 외에도 ‘테라피센터’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남성 전용 6개, 여성 전용 11개 등 모두 17개의 개인 트리트먼트 룸을 갖추고 6명의 전문 테라피스트가 전문적으로 ‘스파 마사지’를 제공하는 곳이다. 원래 여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지만 이곳의 경우 남자들을 위한 공간도 마련해둔 게 특징이다. 김씨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한 달에 두세 번쯤 이곳에 들러 하이드로 테라피(물의 힘을 이용해 받는 마사지)를 받는다. 얼굴이나 발, 어깨 등 부분 마사지를 받거나 패키지로 한꺼번에 받을 수도 있다. 가격은 6만~45만원, 시술시간도 30분에서 하루 종일까지 다양하다. 호텔 스파 관계자는 “이곳을 찾는 고객 중 남자는 20% 정도지만 증가 추세”라며 “아직까지는 고객 대부분이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거나 외국인이다”고 밝혔다.스파는 원래 온천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목욕시설을 갖추고 각종 마사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통한다. 처음 스파가 소개될 때만 해도 여자들의 전신미용을 위한 곳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짧은 시간에 피로를 푸는 곳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여기에서 시행하는 대표적인 스파 요법으로는 욕조 내의 수중압력을 이용한 하이드로 바스, 산소 테라피, 스웨디시 마사지, 발마사지 등 다양하다.18 : 00 피부관리실홍대 앞 맨플러스. 이곳은 남성 전용 피부관리실이다. 김씨는 지난달 아내의 손에 이끌려 찾은 뒤 이제는 혼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찾고 있다. 남성 전용 피부관리실의 장점은 무엇보다 남자들이 쑥스럽지 않게 출입할 수 있다는 것. 이용료는 10회 기준으로 일주일에 50만원이다. 아로마 향기치료부터 시작해 근육운동 요법까지 선택의 폭이 아주 넓다. 비용 면에서 부담스럽지만 한결 나아지고 있는 자신의 피부를 생각하면 아깝지 않다. 장혜경 맨플러스 원장은 “이제 남성 전용 피부관리실도 포화상태에 가깝다”며 “최근에는 근육운동만으로 얼굴형을 바꿔주는 프로그램이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밝혔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여드름 치료를 원하는 고등학생부터 처진 턱을 바로 잡으려는 60대까지 다양하다.20 : 00 미용실신사동 미용실 ‘살롱 드 무사이’. 이곳은 미용실라기보다 토털 뷰티케어숍으로 불린다. 140평 남짓한 공간에서 머리손질부터 피부관리, 손톱관리, 두피관리까지 이른바 원스톱 남성 미용관리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부터 대학 총장까지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다양하다. 손톱관리의 경우 1회에 2만원, 두피관리는 10회에 50만원, 피부관리의 경우 10회에 60만원 등 가격도 만만치 않지만 연회원으로 등록해 다니는 남성들도 꽤 늘고 있다. 김은숙 원장은 “지난해에는 남성들의 경우 대부분 머리만 손질하는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손톱손질을 받는 남성들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INTERVIEW 이계주 이상레이저클리닉 원장“남성들 피부관리에 관심 많아요”“의외로 주위에 문신이나 흉터로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문신의 경우 철없던 시절 했다가 아이들이 크면서 대부분 후회하고 병원을 찾습니다.”이계주 이상레이저클리닉 원장(39)의 진료실은 여러 가지 레이저 기계들로 꽉 들어찼다. 모든 레이저 기계들이 제각각 특성을 가지고 있어 눈에 띈다. 제모 전문 레이저, 문신 제거 레이저, 점 빼는 레이저, 피부박피 전문 레이저 등 모두 합치면 수억원을 호가한다. 레이저 기능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남성들이 더 많이 찾는 피부과로 유명하다. 흉터, 문신 제거, 제모 등이 특화됐기 때문에 남성비율이 전체 고객의 70%에 이른다. 또 압구정동에 위치했지만 이런 ‘소문’ 때문인지 지방 고객들이 더 많다.“제모를 원하는 남자들은 보험 쪽이나 호텔 등 사람들을 많이 상대하는 곳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은 문신이나 흉터제거를 원하는 경우가 많고요.”신규 고객들도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 찾는 연령층은 보톡스주사를 원하는 70대 할아버지부터 여드름 치료를 원하는 10대 청소년까지 다양하다. 비용은 문신이나 다리털을 제거하는 경우 보통 150만원대다. 또 얼굴 잔털제거, 잡티, 잔주름과 함께 해초박피술을 패키지로 할 경우 100만원 정도 든다.“최근에는 남성들의 피부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간단하게 박피수술을 받고 가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그만큼 남성들도 피부관리에 관심이 많아진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