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삼성 제치고 정상에 깃발 꽂았다

'신뢰도' 등 4개항목서 높은 점수...직원들 '신뢰감' 으로 똘똘 뭉친 것도 원동력

현대증권 리서치팀현대증권 리서치센터가 기염을 토했다. 삼성증권을 제치고 펀드매니저들로부터 최고의 리서치팀으로 꼽힌 것이다. 현대증권은 또 7개 업종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배출하기도 했다.리서치센터를 이끌고 있는 정태욱 상무는 “리서치란 체조 같은 개인기종목이 아니라 축구처럼 팀플레이다. 어느 한 애널리스트가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 팀의 유기적인 협조가 잘 이뤄질 때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그는 이어 “그러므로 몇 명의 스타애널리스트를 배출한 것보다 리서치센터 전체가 펀드매니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현대증권은 지난해 하반기 대우증권의 위축을 발판삼아 사실상 2위 증권사로 부상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리서치 부문 조사에서 근소한 차이로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를 눌렀다.10년 넘게 1위 자리를 고수하던 관록과 전통의 대우리서치가 모그룹의 리스크로 흔들리기 시작한 반면, 삼성과 현대 LG 등 주요 증권사들은 2~3년 전부터 리서치센터에 집중 투자하며 대대적으로 조직 구축에 나섰다. 그러면서 증권사들의 ‘리서치 전쟁’이 시작돼 리서치 부문은 6개월마다 1위 자리가 뒤바뀌는 격변을 겪고 있다.현대증권 리서치센터는 ‘리포트의 신뢰도’ ‘적절한 시점’ ‘프리젠테이션 능력’ ‘마케팅 능력’ 등의 4개 항목에서 펀드매니저들로부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펀드매니저들은 현대증권의 리포트 적시성에 대해서는 637점으로 가장 좋은 평가를 한 반면, 프리젠테이션에 대해서는 608점으로 4개 항목 중 가장 낮은 점수를 줬다.2위를 한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에 대해서는 신뢰도와 정확성을 가장 높이 평가했고(627점), 역시 프리젠테이션 능력에 낮은 점수(579점)를 매겼다.리서치센터장이 건강문제로 자리를 비웠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증권 리서치센터가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더 좋은 평가를 받은 것에 대해 ‘시스템이 자리를 잡은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정태욱 상무는 애널리스트들이 기본적인 시장상황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한편 번역 등 서포팅시스템도 갖췄다. 애널리스트들의 성과를 평가하는 시스템도 전산화했다.‘신뢰’ 만한 특효약 없어현대증권 리서치센터는 비교적 애널리스트들의 이동이 적은 편이다. 리서치센터장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애널리스트 단속. 타 회사 유능한 애널리스트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데려오고, 우리 회사 유능한 애널리스트는 어떻게든 떠나지 않게 잡아둬야 한다.하지만 정상무는 ‘평소에 사람단속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런데도 이동이 적은 이유는 ‘신뢰’ 때문이라고 했다. 성과에 대해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고, 그에 따라 대우를 받는다는 상호간의 믿음이 있으면 굳이 붙잡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무는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지난 3년간 성과주의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부터는 정말 제대로 된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펀드매니저들이 지난해 최고 리서치센터로 평가했던 삼성증권은 최근 이남우 전 상무가 자리를 옮기고 후임으로 임춘수 상무가 오기까지 2개월 가까이 리서치센터장이 비어 있는 영향을 받은 탓인지 최고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현대와 함께 LG투자증권 리서치센터도 부상했다. 통신 초고속 인터넷의 정승교, 네트워크 장비의 노근창, 전기·전자 구희진, 운수창고 송재학, 석유화학 이을수, 철강 이은영, 기술적 분석 이윤학 등 개별종목 최고 애널리스트를 무려 7명이나 배출해 삼성증권을 능가했으며, 대우증권을 제치고 3위로 자리매김했다.Interview 정태욱 현대증권 리서치 센터장“영업에 실질적 도움되는시스템 구축하겠다”“형님은 참 좋겠소. 누웠다 나와도 윗사람들은 승진시켜 주지, 아랫사람들은 일 잘하고 있지. 부럽소.”고려대 경영학과 후배이자 현대증권에서 법인영업을 맡고 있는 공현무 이사가 정태욱 상무를 맞으면서 농처럼 건넨 인사다. 99년 현대증권으로 영입되면서 3년 동안 ‘정이사’로 불렸던 그는 지난 5월에 상무로 승진했다.지난 1월 갑자기 쓰러져 병원신세를 지면서 두 달 넘게 자리를 비웠다 나온 뒤였다. 회사 안팎에서는 그의 승진을 리서치 센터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자리잡게 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오늘날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의 기틀을 마련한 주인공이 정태욱 상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상무는 지난 99년 현대증권이 공격적인 경영을 펼칠 때 SG증권에서 영입됐다. 이익치 전 회장이 미국 메릴린치증권을 모델로 리서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을 대거 확장했던 것.정상무는 경영진에게는 조사부서에 그치던 리서치센터에 대대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를 관철시켰다. 한편으로는 리서치 센터 구축 초기에 정상급 애널리스트들을 싹쓸이하다시피 공격적으로 영입하면서, 동시에 성과주의를 자리잡게 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계량분석팀, 스몰캡팀을 신설하고 2000년부터는 국문 영문판 를 발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초기의 노력들로 인해 빠른 시간 내에 현대증권 리서치센터가 자리를 잡게 됐다.좋은 애널리스트에 대한 정상무의 시각이 독특하다. “주가만 잘 맞힌다고 좋은 애널리스트인가” 하고 그는 반문했다. “설령 잘 맞혔다 해도 논리 없이 찍었다면 그건 도박이다. 어떤 전망과 주장을 내세웠으면 왜 그런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탄탄한 논리를 제시해줄 수 있어야 진짜 애널리스트라고 본다.”요즘 그는 리서치의 우두머리로서 또 다른 과제가 닥쳐오고 있음을 느낀다. 일단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만큼 이제는 리서치팀의 비전을 제시해주어야 할 때가 된 것.그래야 다시 한 단계 도약이 가능한 것이다.또 하나 과제는 리서치가 다른 부서와 협조가 잘되게 하고, 영업에 실제적인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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