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 앞서가는 디자인…‘명품족’에 인기

'매리골드' 등 앞세워 수출 박차,브랜드 가치 689억원

지난 4월 열린 스위스 바젤의 세계시계박람회. 한국전시장에 진열된 상품 중에서 유독 외국 바이어들의 눈길을 끄는 상품이 있었다.그들이 주목한 상품은 로만손이 선보인 천연 다이아몬드와 18K 금을 소재로 한 700만~1,200만원대의 초고가 브랜드인 ‘매리골드’(Marigold). 유행을 앞서가는 뛰어난 디자인과 스위스 현지 생산으로 ‘Swiss Made’란 원산지증명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바이어들에게 크게 어필했다.당시 바이어의 마음을 사로잡은 또 다른 브랜드는 스위스 디자이너 볼프강 옌슨과 제휴해 만든 패션시계 ‘트로피시’(Trofish). 이 시계는 현대적이고 활동적인 스타일로 눈길을 모았다. 이런 제품들 덕에 로만손은 현장에서 600만달러(약 72억원)의 수출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매년 봄에 열리는 이 박람회에는 세계 유수의 브랜드가 전시된다. 전세계 브랜드가 몰리는 만큼 판매를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올해 열린 박람회의 가장 큰 특징은 보석으로 장식한 화려한 시계의 유행. 이런 흐름을 내다보고 디자인에 반영한 로만손은 ‘명품족’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했다.시계와 가죽제품 전문 제조업체인 로만손은 회사설립 첫해인 지난 88년 경영부진에 빠졌다. 브랜드가 없다 보니 주문자상표생산방식(OEM)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주요 수출시장이었던 일본 기업이 거래선을 동남아 국가로 돌리자 수출선마저 끊겼다.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독자 브랜드를 개발, 수출전문업체로 탈바꿈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이미 국내 시장은 오리엔트, 삼성, 아남, 한독시계 등 쟁쟁한 업체들로 포화상태였기 때문이다.회사의 전략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설립 이듬해인 지난 89년 중동에 100만달러 규모의 수출을 성사시킨 이래 지난해 수출은 1,900만달러를 훌쩍 넘겼다. 김기문 사장(47)은 “수출지역별로 전담 디자이너를 육성했다”며 “현지화 전략이 적중했다”고 말했다.직원의 15%인 30여 명이 연구개발을 전담하고 있으며, 매년 매출액의 10%는 연구개발비에 투자한다. 기술력을 갖추는 데 많은 돈을 투자한 결과 지난 89년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시계를 개발할 수 있었다.독특한 보석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도록 유리를 절삭가공해 만든 커팅 글라스(Cutting Glass) 시계를 세계 최초로 개발, 제품화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글로벌 브랜드 로만손의 파워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브랜드 가치가 무려 700억원에 육박한다는 사실이다. 99년 브랜드 가치 전문 조사기관인 옴니브랜드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 로만손의 가치는 689억원에 이르렀다.로만손의 디자인 실력에 대한 외부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열린 ‘대한민국 디자인 경영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햇으며, 특히 한국디자인진흥원이 부여하는 우수산업디자인(GD) 부문에서는 9년 연속 수상이란 기록을 세웠다.지난 99년 코스닥시장에 등록할 정도로 회사가 성장했지만 현재의 성공에 안주할 생각은 없다. 지난 2000년 로만손 브랜드를 앞세워 핸드백 시장에 진출한 것도 이 때문이다.김사장은 ‘프라다(PRADA), 불가리(BVLGARI), 구치(GUCCI) 등 세계 유수의 브랜드는 한 가지 품목에만 매달리지 않는다”며 “이들과 겨룰 수 있는 토털 패션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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