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1유로’로 국제통화질서 변화 불가피

현안 1 /‘1유로=1달러’의 등가(Parity)시대 도래최근 들어 유로화 가치가 가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미 달러/유로 환율은 ‘1유로=1달러’의 등가수준에 올라섰다. 앞으로 놓여 있는 미국과 유로랜드의 여건을 감안하면 유로화 가치의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여 세계경제와 국제통화질서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유로화의 강세는 미국측 요인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종전과 다르다. 일종의 반사이익적 현상이다.여러 가지 요인 중에서 미국 기업들의 잇따른 분식회계 파동으로 한때 국제표준(Global Standards)으로 각광받던 미 자본주의체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경기적인 측면에서는 미국경기는 아직까지는 회복국면에 놓여 있으나 과거에 비해 경기회복의 질이 떨어진다.최근 미국증시가 급등락하면서 주식거래인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그런 만큼 미 달러화의 약세는 일본과 유럽과 같은 상대국측의 경제여건이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급변할 소지를 안고 있다.반면 현재 다양한 채널을 통해 마련되고 있는 미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보완책이 시장참여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할 경우 ‘미 달러화 약세-유로화 강세’를 축으로 하는 국제외환시장의 움직임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지금까지 마련된 미국 자본주의체제에 대한 신뢰회복 방안은 크게 보면 감독기능의 보완과 회계 주체인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 방지, 사후적으로 기업평가와 컨설팅 업무의 강화 방안으로 요약된다.무엇보다 이번 분식회계 파동에 가장 큰 문제점을 드러낸 감독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증권관리위원회(SEC) 등 기존 감독기관의 기능을 대폭 보완하고 새로운 회계감독위원회를 신설키로 확정했다.또 공공 감독기관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민간차원에서 블루리본위원회 등을 통해 감독기능을 보완해 나가겠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기업과 관련해선 원칙적으로 분식회계를 근절하기 위해 현행 회계제도의 정치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사후적으로는 각종 평가기관들의 기업평가 방식을 정기평가에서 수시평가로 변경해 시장인식과 기업평가간의 괴리를 줄이는 조치를 마련했다. 이번에 도덕적 해이가 심한 컨설팅업체도 컨설팅업무와 회계감사업무를 법적으로 완전히 분리했다.따라서 이번에 제도적으로 보완책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신뢰회복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대부분 전문기관들은 내다보고 있다. 결국 최근의 ‘1유로=1달러’의 등가시대가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앞으로 달러/유로환율이 등가시대에 접어듦에 따라 국제통화질서에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21세기 들어 그 모습이 구체화되고 있는 유럽 경제건과 북미 경제권, 아시아 경제권간의 3대 광역 경제권 체제가 더욱 공고히 될 것으로 보인다.결국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통화질서가 ‘3대 광역경제권과 3극 통화체제’로 굳어지고 3극 통화가치가 목표환율대로 안정될 경우 진정한 의미의 지구촌 사회가 형성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버나드 리태어 전 벨기에 루벵대 교수의 세계단일통화인 ‘테라’(Terra) 창설 주장이 주목된다.현안 2 / 경제위기와 국제신용경색(Credit Crunch) 현상한 나라의 경제위기는 이론적으로 유동성 위기(Liquidity Crisis)와 체제 위기(System Crisis)로 구분된다. 과거의 예를 보면 개도국들은 유동성 위기에서 시스템 위기로의 경로를 밝아갔다. 반면 선진국의 경우는 이와 반대 경로를 거치는 것이 수순이다.현시점에서 세계경제를 보자. 이미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지역이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중남미다. 중남미 지역은 유동성 위기와 시스템 위기를 넘어 실물경제의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경제수축기를 맞고 있다.일단 경제가 수축되기 시작하면 유동성 위축과 경제시스템의 단점이 더욱 노출되면서 위기가 반복되는 악순환 국면에 처하게 된다. 바로 중남미 국가들은 이 단계에 놓여 있다.선진국 중에서는 일본이 시스템 위기에 몰린 지 오래다. 일본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만 하더라도 일본정부는 공식적으로 34조8,000억엔으로 밝히고 있으나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이보다 3~5배가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정책적인 측면에서도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을 해결할 수 있는 여유가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 들어 미국이 시스템 위기에 몰리고 있다. ‘발생주의 회계원칙, 주주 이익 중심의 경영방식, 시장지상주의 평가제도’로 대별되는 미국 자본주의체제가 근본적인 결함을 드러내면서 미국을 포함한 국제금융시장이 난기류에 빠지고 있다.다행히 세계경제가 아직까지는 이런 위기에 따른 부담을 감당해낼 수 있는 상태다. 지난해 세계 각국의 금리 동반 인하로 국제유동성이 신용경색(Credit Crunch)을 불러일으키는 단계는 아니다.올 들어 주가하락에 따른 성장둔화 효과(Anti-Wealth Effect)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세계경제성장률이 잠재수준을 웃돌아 경기재둔화(Double Dip)에 대한 우려가 기우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문제는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중남미를 비롯한 개도국 경제위기는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가 관건이나 ‘신속지원의 원칙’을 취하던 종전과 달리 경제위기는 위기를 발생시킨 당사국의 책임이라는 ‘자기책임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어 단기간에 위기해결이 어려워 보인다.한마디로 현시점에서 경제위기가 마무리되지 못할 경우 세계경제는 신용경색이 심화되면서 경기재둔화에 대한 우려가 본격적으로 제기될 수 있는 기로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최근 들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경제위기 극복노력이 조속한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길 기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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