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인 코리아’세계명품 넘본다

국내 최대의 화장품메이커인 태평양은 최근 글로벌 브랜드 ‘아모레퍼시픽’(AMORE PACIFIC)에 대해 대대적인 런칭행사를 가졌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세계시장에서 샤넬이나 에스티로더, 랑콤, 크리스찬 디올 등 세계 최정상의 화장품 관련 제품들과 당당히 경쟁할 명품 브랜드로 키운다는 방침 아래 야심찬 출사표를 던졌다.이에 앞서 출시된 태평양의 향수 브랜드인 롤리타렘피카와 카스텔바작은 세계시장에서 샤넬 등 글로벌 브랜드들과 경쟁하며 적잖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롤리타렘피카는 프랑스 향수시장에서 점유율 2.7%(지난 2월 기준)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브랜드로 꼽히는 샤넬(3.6%)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태평양은 그동안 국내에서 헤라, 설화수 등 고급제품을 출시해 국산 화장품의 고급화를 선도하고, 품질 면에서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세계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특히 회사측은 앞으로 자사 대표브랜드를 해외로 적극 진출시켜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는 전세계 고객들을 대상으로 고가전략을 구사해 향후 세계적인 명품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세계 명품을 넘보는 코리아 브랜드들의 움직임이 발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아직은 극히 일부 회사에서 몇몇 브랜드를 중심으로 명품화 전략이 진행되고 있지만 상당한 속도감이 느껴질 정도로 세계시장을 적극 노크하고 있다.특히 이들 업체는 월드컵 4강 진출 이후 한국과 한국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힘을 얻은 모습이다. 세계 시계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는 로만손시계의 유필열 홍보실장은 “한 우물만 판 결과 세계시장에서 명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시계브랜드로 성장했다”며 “월드컵을 전후해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더욱 나아지는 등 시장개척에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고급품이라고 모두 명품은 아니다명품은 보통 ‘뛰어난(이름난) 물건’을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명품을 최고급품(High End Product)이라 부르고, 일본에서는 대체로 장인이 만든 훌륭한 물건을 의미한다. 또 가까운 중국에서는 명품 대신 ‘고당명패’(高當名牌)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여기서 고당은 ‘고급’을, 명패는 ‘브랜드’를 뜻한다.하지만 단순히 가격이 비싸고 고급품이라고 해서 모두 명품은 아니다. 최근 국내에서는 ‘명품=고급품’이라는 이미지로 쓰는 경향이 강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업체들이 마케팅 차원에서 명품이라는 용어를 갖다 붙인 결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과시적 욕구가 빚은 결과라는 분석도 제기된다.어쨌든 명품은 여러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최고의 품질 외에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성을 갖춰야 한다. 또 희소성 차원에서 너무 흔해도 곤란하고, 하루아침에 명품이 될 수 없는 만큼 역사성도 무시할 수 없다. 브랜드의 일관성 역시 중요하다.김재문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들어 명품이란 용어가 무분별하게 남발되는 경향이 있다”며 “아무 제품이나 명품이 될 수 없는 만큼 현시점에서 명품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겨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일부 국산브랜드 명품에 근접국산 브랜드 가운데 아직 해외시장에서 진정한 세계 명품으로 평가받는 브랜드가 거의 없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까다로운 조건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의 도전은 거세게 이어지고 있고, 일부 브랜드는 많은 노력을 기울인 끝에 명품에 상당히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앞서 말한 태평양의 롤리타렘피카 향수 이외에 여성의류 가운데 블랙라벨 제품을 출시하고 뉴욕 등 세계패션의 중심지역에 적극 진출해 세계적인 명품들과 한자리에서 경쟁하는 브랜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전망을 밝게해 주고 있다.또 일부 디자이너들은 뉴욕과 파리 등지의 세계적인 패션쇼를 찾아다니며 한국패션브랜드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의 경우 세계시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하루가 다르게 브랜드 파워가 커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시계의 본고장 스위스에서도 인정받는 브랜드로 성장한 로만손이나 세계 PDP TV 시장의 최강자로 떠오른 엑스캔버스(LG전자), 파브(삼성전자) 등도 세계 명품 대열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아직 제품의 역사가 짧고 브랜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점은 앞으로 극복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브랜드의 명품화는 우리가 결코 소홀히 생각해선 안되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샤넬이나 구찌, 루이비통, 에르메스, 까르띠에, 크리스찬 디올, 페라가모 등 세계적인 명품들을 보면 브랜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상품일 뿐만 아니라 나라의 상징물이다. 샤넬화장품은 프랑스 뷰티문화를 대변하고 있고, 구찌는 이탈리아 패션의 자존심으로 평가 받고 있다.30년 후, 아니 짧게는 10년 후 우리는 세계인들을 상대로 무엇을 팔 것인가. 여전히 싸구려 냄새가 물씬 풍기는 상품을 들고 다녀야 할까. 그래서는 절대 안된다. 한국인의 혼이 담긴 ‘메이드 인 코리아’를 제값을 받고 자신만만하게 팔 수 있는 시대가 하루 빨리 찾아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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