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 제작대’는 변화무쌍한 활동력을 자랑하는 초소형 프로덕션이다. 이 회사의 직원은 김현욱 프로듀서(32) 혼자뿐. 그러나 새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AD와 카메라맨이 모여들어 완벽한 방송제작팀이 만들어진다. 간혹 취재아이템에 따라 김PD 혼자 뛰는 경우도 있다. 언제나 새로운 주제를 좇아 ‘헤쳐, 모여’를 반복하는 회사가 ‘김현욱 제작대’다.“다시 조직에 들어가라면 절대 못할 것 같습니다. 독립한 후 가장 좋은 건 ‘자유’를 얻었다는 거죠. 일할 때 맘껏 일하고 쉬어야 할 때 푹 쉴 수 있는 자유는 물론 프로그램에 대한 주관이나 취재대상을 보는 시선에서도 자유로움을 느낍니다.”김PD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후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직업’이라는 매력에 끌려 프로듀서길로 들어섰다. 모 프로덕션에 입사할 때부터 ‘스킬만 배워 독립해야지’라고 생각한 ‘준비된 1인 기업’이었다.실제로 입사 3년 만인 98년 프로그램을 처음 만드는 ‘입봉’ 직후 미련없이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2,000만원을 들여 자신의 방에 작업실을 꾸미고 프로덕션을 설립했다.김PD의 활동은 전통적 의미의 프로듀서와는 거리가 있다. 지난 99년부터 두 달에 한 번꼴로 SBS 에 출연, 직접 찍고 편집한 시리즈물을 소개하고 있다. 대본도 직접 쓴다. 기획-촬영-연출-대본-리포트까지 한꺼번에 소화하는 비디오저널리스트(VJ)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다.“모든 과정을 직접 해내다 보니 프로그램에 대한 애착이 크게 높아졌어요. 과거에는 프로듀서의 역할이 상당히 제한적이었지만 이제는 방송환경이 많이 달라져 ‘디렉터’의 역할을 요구하지요. 연출자의 시선을 프로그램에 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김PD는 1년의 절반을 외국에서 보낸다. 특히 12번에 걸쳐 유럽 구석구석을 누벼 ‘유럽 전문’으로 통한다. 보통 한 달간의 해외취재를 마치고 귀국하면 곧바로 편집작업에 들어간다.방송일자가 얼마 남지 않은 경우에는 하루 2~3시간 눈을 붙이기도 힘들다. 열심히 찍어온 필름 가운데 실제 방송에 소개되는 것은 고작 2% 정도. 나머지는 전파를 타지 못한다. 눈물겹도록 아까운 적이 많지만 더 나은 작품성을 위해 이를 악물기 일쑤다.프로그램 공급에 대한 계약은 취재를 떠나기 전에 마친다. 10분짜리 편당 공급가액은 200만원 선. 2개월마다 10편의 프로그램을 공급하기 때문에 1년 매출은 1억2,000만원 선이다. 취재경비와 프리랜서 스태프들의 인건비를 제외하면 8,000만원 정도가 ‘연봉’으로 남는다.“낯선 외국에서 막막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언제나 마음을 다잡고 길을 나섭니다. 사물을 보는 정확하고 다양한 시선을 연마해 언젠가는 ‘영상 장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디렉터가 될 겁니다.”지난 7월 초 어엿한 프로덕션 사무실을 차린 김PD는 다음 취재를 위해 운동화 끈을 다시 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