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시장 ‘솔솔’ 뜬다

최근 통계청은 의미 있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지난 7월25일 발표한 ‘장래가구 추계결과’에서 우리나라 가구 구성이 앞으로 크게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전체 가구에서 ‘독신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00년의 15.5%에서 2020년에는 21.5%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독신가구 비중이 향후 20년간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또 하나 통계청은 2000년 현재 전체 독신가구의 3분의 1이 20~35세의 연령으로 청년층의 독신생활이 1인가구의 대표적인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결혼기피와 만혼현상이 겹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결국 결혼적령기의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 않거나 미루면서 독신가구가 증가하고 있고, 사회 전체의 가구 구성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물론 이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나홀로 가구’가 증가하고 있고,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영국의 지는 얼마 전 “20~30대의 교육수준이 높은 전문직 인구가 광고, 출판, 오락, 미디어 산업이 작동하는 창조적 경제의 주소비자이자 생산자”라며 “그들은 다른 어떤 집단보다도 멋지고 즉흥적이면서도 재미있는 것에 시간과 돈, 열정을 쏟을 여유가 있다”는 요지의 글을 싣기도 했다.굳이 외국의 사례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최근 우리 주변에서도 늘어만 가는 독신자를 위한 비즈니스가 커다란 붐을 이룰 정도로 번창하고 있다. 전자 관련 메이커들마다 독신자층을 겨냥한 제품을 내놓고 불꽃 튀는 경쟁을 펼치고 있고, 식품회사들 역시 독신자와 신세대를 겨냥한 1회용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시장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부동산쪽에서도 강남권을 중심으로 ‘빌트인’(Built-In) 오피스텔과 원룸 등 독신자용 주거지를 계속해서 시장에 쏟아내고 있다. 이들 주거지는 인기 지역의 경우 경쟁률이 100대 1을 넘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도 한다. 최근에는 코쿤하우스(코쿤은 누에고치라는 뜻)라는 이름의 독신자용 공간이 쏟아져 나와 수요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그런가 하면 독신자들을 위한 각종 서비스도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선두주자격인 결혼정보 비즈니스는 불황을 모른 채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업체수의 경우 2~3년 전까지만 해도 결혼상담소를 합쳐 수십개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300여 개를 헤아린다. 또한 요즘에는 이혼하고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재혼 전문 서비스도 등장해 중년층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독신자가 주요 소비층인 성인용품시장은 아예 물을 만났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90년대 중반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가 정부의 단속과 유통방법의 후진성으로 뿌리를 내리지 못했으나 요즘 들어서는 솔로산업 최고의 수혜주로 꼽힌다.정부의 단속이 느슨해진데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유통상의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올해에는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고, 시장규모도 1,000억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지금 시점에서 국내 독신자들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통계청 분석결과 독신가구가 약 230만 가구 정도 된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자료가 없다. 하지만 독신자 가운데에는 부모와 같이 사는 사람도 적잖아 ‘독신가구수=독신자수’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부동산분양업체인 코업레지던스의 자료에 따르면 임대료로 월 100만원 이상을 낼 수 있는 독신자만 22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독신자가 경제적인 면에서 능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적잖은 수가 상당한 수준의 재력을 갖춘 셈이다.또 국내 최고의 독신남녀 사교클럽으로 떠오른 클럽프렌즈의 회원들을 보면 남자는 평균나이가 30세, 여성은 25세라고 한다. 직업별로는 대기업 종사자가 가장 많고 의사, 변호사, 화가 등 예술인, 건축가, 컨설턴트, 광고기획자, 벤처기업가 등 사회 각 분야의 전문직 종사자가 총망라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클럽프렌즈의 한 관계자는 “전문직 종사자들일수록 파티 등의 모임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며 “요즘 독신자들은 능력 있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인생을 즐기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최근 번창하고 있는 솔로산업의 가장 큰 특징은 인터넷을 활용한 비즈니스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는데다 다양한 정보전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결혼상대나 데이트상대를 소개시켜주는 서비스의 경우 이제는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대신해 대세로 자리잡은 분위기다. 성인용품 같은 은밀한 제품은 아마 인터넷이 없었다면 기형적인 모습으로 여전히 음지에서 거래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또 하나 파티나 여행레저 관련 분야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는 점도 새로운 흐름으로 꼽을 만하다. 굳이 앞서 말한 클럽프렌즈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자신의 인생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재충전하는 데 적극 투자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다국적 리조트의 대명사인 클럽메드에서는 20~40대 싱글로 참가자격을 제한한 독신자용 상품을 개발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독신자의 증가는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다. 관련 비즈니스 역시 더욱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점에서 국내 솔로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앞으로의 발전방향을 모색해 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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