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장난감 시장 규모 10억달러 수준

지난 96년 당시 30세였던 줄리 아이그너 클라크는 콜로라도주 덴버 교외에 있는 집 지하에서 ‘작은 일’을 하나 꾸몄다. 두 살 난 딸 아스펜에게 클래식을 들려주면서 여러 가지 인형놀이를 시켰다. 남편 빌은 이 장면을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하고 있었다.이렇게 만든 비디오는 불티나게 팔렸고, 부부가 함께 차린 ‘베이비 아이슈타인’이라는 회사는 지난해 거대 엔터테인먼트업체인 디즈니에 2,500만달러에 팔렸다. 지하실 창업 5년 만에 남부럽지 않은 재산가가 되는 등 ‘큰 일’을 성취한 것이다.디즈니는 왜 ‘베이비 아인슈타인’을 거금을 주고 인수했을까. 이유는 간단한다 ‘베이비 아이슈타인’이 그전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미국판 ‘유아 영재교육’시장을 만들어냈고 앞으로도 전망 있는 사업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유아 영재교육이 미국에서 본격적인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도 불과 몇 년 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지난 97년 캘리포니아주립대학(어바인)에서 유아들에게 클래식이 미치는 긍정적 효과(이른바 모차르트 효과)에 대한 연구가 발표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그후 ‘베이비 아인슈타인’처럼 유아들의 두뇌발달을 향상시켜 준다는 회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엄마들의 입을 통해 급속하게 시장이 팽창됐다.지금은 유아 영재교육과 관련된 비디오 장난감 시장만 연간 1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될 정도다. 월간 의 짐 실버 편집장은 “이 시장은 앞으로 몇 년간 매년 50%이상의 성장이 예상되는 엄청난 시장”이라며 “경쟁이 격화되는 세상에서 어린 자녀들의 두뇌발달을 원하는 부모들의 급증과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인한 장난감과 비디오 교육 시스템의 첨단화가 절묘하게 결합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영재교육시장 팽창에 불을 댕긴 것은 자녀들을 경쟁력 있게 키울 수 있다고 확신하는 요즘 신세대 부모들이다. 실제 어린이들의 조기교육이 늘어나면서 유아원에 들어가려면 미리 일정 수준의 학습과정을 마쳐야 하고, 유치원에서는 숫자와 알파벳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교과과정에서 없애기도 한다.물론 과열이 낳은 부작용도 있다. 지난 봄 전 미국을 뒤흔들었던 ‘채프먼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엘리자베스 채프먼이란 여성이 8살 난 아들 저스틴의 아이큐(IQ)와 각종 시험성적을 조작해 천재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대학까지 조기 진학시켰다가 조작된 것이 들통 난 사건이다.부모는 “아이가 잘되기를 희망해서 그랬다”고 눈물로 하소연했지만 사기와 공문서위조죄로 철창신세를 져야 했다.이 같은 채프먼 사건은 ‘탈선’에 가까운 행위지만 실제 많은 부모들이 그와 비슷한 마음가짐을 가진 것은 사실이고 그 덕에 ‘베이비 아인슈타인’ 같은 사업이 급팽창하고 있다.영어교사 출신으로 ‘베이비 아인슈타인’을 창업한 클라크는 이 회사 제품을 찾는 부모들과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빠른 성공에도 불구하고 아직 청바지를 입고 다니며 캐주얼한 행동을 하는 클라크는 “내가 만든 비디오가 어린 아이들의 머리를 좋게 만드는 ‘묘약’은 아니다”며 “이 비디오는 아이들을 아인슈타인이나 모차르트, 베토벤으로 만들어주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이 같은 위대한 천재 어른들의 세계를 일깨워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녀는 또 “아이들은 천재가 되기 위해 절대로 TV를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최근 미국 유력 일간지 에서 실시한 온라인 설문 조사결과는 부모들의 심리상태를 잘 보여준다. ‘아이를 똑똑하게 키워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42%는 긍정,58%는 부정이었다.하지만 ‘두뇌를 발달시켜 주는 비디오나 장난감을 살 것인가’에는 69%가 ‘어느 정도’ 또는 ‘매우 긍정적으로’ 고려한다고 응답했다.하지만 실제 그런 비디오와 장난감이 유아의 두뇌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누구도 명확한 답변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베이비 지니어스’ 회사의 클래식 관련 비디오 사업개발팀장인 하워드 발라반은 “음악을 들은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 사이에 차이가 날 수는 있지만 아이들을 똑똑하게 만드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거대 장난감회사인 피셔프라이스의 마케팅 및 디자인 팀장인 제리 페레스도 “자칫 과도한 성취감은 샛길로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어린이 능력개발 전문가인 클레어 레너는 “이런 종류의 제품들이 장기적으로 어린이들의 지능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난 연구결과는 아직 없다”며 “이웃이 산다고 무조건 이 같은 비디오를 사지는 말라”고 말했다.이런 점에서 텍사스 댈러스에서 천재소년으로 알려진 15살 된 샤자드 모하메드의 스토리는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어린 나이에 인터넷 솔루션 회사를 차려 CEO를 맡고 있는 모하메드의 부모는 “특별한 비결”을 묻는 질문에 “태아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클래식을 많이 들려주고 책을 많이 읽어 준 게 전부”라고 말한다.이들는 또 “모하메드는 천재가 아니라 부모의 관심 속에 밝게 자란 똑똑한 아이일 뿐”이라며 “뱃속에 있을 때부터 많이 들려준 음악을 나중에 친숙하게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dongin@hankyung.com돋보기 스마트 장난감 소사1980 = 심리학자인 안토니 디캐스퍼 박사, 신생아는 태어나기 전에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하루에 두 번씩 읽어주었던 이야기를 태어난 뒤에 새로 읽어준 얘기보다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발견.1994 = 잡지에 3개월 이상 된 태아는 지능과 지적 습득능력이 있다는 연구보고서 발표.1995 = ‘Brainy Baby’ 비디오제작사인 스몰프라이프로덕션(조지아주)이 유아의 창조적인 우뇌와 분석적인 좌뇌를 조기 계발하는 비디오 판매 시작.1996 = ‘커다란 생각은 작게 시작한다’는 슬로건을 내건 ‘Baby Einstein’ 설립.1997 = 클래식이 유아들의 행동과 사고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 담긴 라는 책 발간(저자 돈 캠벨).1998 = 조지아주의 젤 밀러 주지사가 정치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조지아주에서 태어나는 어린이들에게 클래식 CD를 주는 프로그램을 만듦.1999 = ‘Baby Genius’ 설립(샌디에이고).2000 = ‘Baby Smart’ 설립(마이애미), 히스패닉들에게 영재교육 소개.2001 = 디즈니가 2,500만달러에 ‘Baby Einstein’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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