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스트 꿈꾸는 연예계 ‘황금거위’

‘정중동(靜中動).’조용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음을 뜻하는 이 말보다 ‘주식회사 배용준’의 성공비결을 확실하게 표현한 말이 있을까. 탤런트 배용준씨(30)는 한 해 한 작품에만 출연하는 배우로 알려져 있다. 사전에 철저한 준비기간을 가진 후에 작품에 뛰어드는 것이 자신의 매력이자 성공비결이라고 스스로 말할 정도다.“처음 데뷔했을 때는 팬들이 저의 웃는 모습이나 분위기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배역을 위해 준비기간을 충분히 가졌던 게 제 강점이 된 것 같습니다. 단기간에 빠르게 뭔가를 준비하기보다 평소 꾸준히 여러 방면의 것을 익혀두는 게 바로 제가 말하는 준비과정입니다.”이렇게 해서 배우게 된 것 중 하나가 지금은 취미가 돼버린 사진촬영. 제대로 배우기 위해 수동카메라도 장만했다. 겨울에 있었던 드라마 촬영 때는 촬영장 풍경을 사진으로 직접 스케치하기도 했다. 신용카드 광고에서 멋지게 연주하는 색소폰도 미리 조금 배워 뒀다. 일주일에 세 번씩 배우는 영어회화는이제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의 한 부분이다.이처럼 조용히 미래를 준비하는 그지만 그가 창출해내는 부가가치는 그야말로 동적이다. 그가 상반기에 벌어들인 수입은 약 37억원에 달한다. 9,000만원의 드라마 출연료와 함께 광고계약이 줄을 이었다. 최근에는 한 남성의류업체와 모델료 5억원에 새로운 광고계약을 해 촬영이 시작되는 시점부터는 그의 ‘매출’은 42억여원에 달하게 된다.요즘은 ‘멀티엔터테이너’로 활동하는 연예인이 많지만 그는 무리하게 다양한 분야로 활동영역을 넓히지 않는다. 존경하는 기업인을 물었을 때 이건희 삼성 회장을 꼽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어느 기사에서 보니 그 분은 무리한 확장은 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사람들에게 삼성의 이미지를 우선 새겨 넣은 다음에 단계적으로 천천히 제품을 홍보해서 확실한 고객으로 만든다는 얘기죠. 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익을 창출할 수 있으면 틈새시장을 교묘히 파고들지만 그럴 가능성이 없다면 투자액을 과감히 줄이는 냉철한 판단력도 강점입니다. ”첫 드라마에서 바로 인기를 얻어 ‘청춘스타’로 떠오른 그였지만 그때 인기만으로 오늘날 ‘1인 주식회사’의 위치까지 오른 것은 아니다. 뚜렷한 목표가 있는 그였기에 ‘까다롭다’는 주위의 평에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의 목표에 부합하는 분야에서만 경험을 쌓았다. 그는 그의 이런 전략을 ‘인생의 재테크’라고 자평한다.“투자회사 광고에 출연하다 보니 재테크에도 관심을 갖게 됐지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실 ‘인생의 재테크 전략’입니다. 가령 30대에는 인간관계에 역점을 두고 최대한 견문을 넓히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40대에는 그런 능력과 인맥을 바탕으로 꿈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세워야죠. 그리고 50대가 되면 그동안 투자를 바탕으로 스페셜리스트가 될 수 있도록 땀을 흘리는 게 금전적인 투자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현재의 계획대로라면 그가 말하는 스페셜리스트는 ‘영화감독’이다. 신중을 기해 ‘업종’을 바꾼 20여 년 후에는 ‘주식회사 배용준’이 어떤 모습을 띠게 될지 궁금해진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