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과 달나라

백합과의 다년생 풀. 피라미드에서조차 발견되는 인류의 오랜 농작물. 단군의 어머니 웅녀가 21일 동안 먹고 견뎌낸 것. 구워 먹고 생으로도 먹지만 기본적으로는 양념의 한 종류. 냄새 때문에 꺼리는 사람도 많지만 이탈리아에서는 피자에 가루를 발라 먹기도 한다. 약 1만년 전 자연 상태의 식물 중 일부가 농작물로 선택되던 시점부터 쌀, 보리 등과 함께 인류의 오랜 농사거리가 되어왔던 바로 마늘이다.국내생산량 약 5,000억원, 수입량 1만5,000달러. 생산농가 약 53만호, 가구당 농사면적 약 10㏊(3,000평)가 마늘의 현주소다. 가구당 80만원 정도의 조수입을 올린다지만 농림부는 정확한 통계를 갖지 않고 있다. 정확한 통계를 공개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냉동 초산마늘에 대해서는 저율관세를 매겨도 좋다고 양허했던 것이 화근이 되면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급증했다. 농민단체들이 반발하면서 30%였던 저율관세를 315%로 무려 10배나 올리면서 문제가 터졌고 깜짝 놀란 중국이 5억달러어치의 휴대전화, 폴리에틸렌, 금수를 거론하면서 한·중간 통상이슈로 떠올랐다. 비밀협상과 은폐사실이 드러나면서 농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고….논쟁은 두 가지 포인트다. 정부가 협상결과를 고의적으로 은폐했는지가 첫 번째 포인트라면 마늘대책이라고 내놓은 정부대책이 적절한지는 두 번째 질문이다. 고의 은폐 문제에 대해서는 “그런 것 같다”는 증언들이 많다.당초 합의문 초안에 ‘세이프가드 연장불가’라는 문장이 포함됐던 것이 농림부의 반발에 밀려 부속서로 옮겨졌다는 것이고 보면 누군가가 사태의 전말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농간(?)을 부렸을 가능성이 크다.그것도 ‘세이프가드 연장불가’라는 말을 “한국의 수입업체들이 (중국산 마늘을)자유로이 수입할 수 있다”는 표현으로 교묘하게 고쳐 놓은 것을 보면 ‘누군가의 고의성’이 개입된 것이 분명하다. 농림부는 한글도 읽을 줄 몰랐고….(참고로 마늘 합의문은 중국어와 한글로 작성됐다)정부가 1조8,000억원을 들여 마늘농가를 보호하겠다는 소위 ‘마늘산업 종합대책’은 더욱 큰 문제다. 대부분이 마늘가격을 지지하겠다는 것일 뿐 마늘 자체의 경쟁력에 투입하는 자금은 2,000억원 남짓이다. 얼마를 들이든 우리보다 10배나 낮은 중국 수준의 생산비를 따라잡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마늘 가격지지 역시 오는 2007년까지 유효한 것일 뿐 그 이후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5년 동안 가격을 유지해주기 때문에 이 기간에 마늘 증산 동기는 오히려 강화되고 이는 2007년 이후에 더 큰 문제를 만들어낼 것이 뻔하다.농림부 하는 짓이 늘 그렇다. 농업문제로 야단법석이 날수록 농림부의 예산은 더욱 커진다. 농민은 언제나 가난하고 농민에 업혀 사는 기생계급은 언제나 호황이다. “곰은 재주하고…”식이다.마늘만 문제라면 다행이다. 칠레와는 지금 사과, 배, 포도가 문제다. 때문에 칠레와는 자유무역협정(FTA)조차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칠레는 우리와 지구 반대편에 있기 때문에 다른 어느 나라보다 농업이 관련된 마찰이 적다. 그런데도 안되고 있다.칠레와도 안된다면 한국은 달나라에서조차 FTA파트너를 구하기 어렵다. 한국이 이러고 있는 사이 일본은 싱가포르에 이어 멕시코와도 FTA를 체결키로 하는 등 잰걸음이다.FTA는 무역으로 먹고 사는 우리에게는 절실한 과제다. 지금까지 FTA협정을 단 한 건도 체결하지 못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렇다고 농업으로 먹고 사는 폐쇄사회로 돌아갈 수도 없다. 문제는 명백하지만 해법은 달나라에나 가야 있다. 농림부는 농민을 볼모로 잡고, 농민은 무역을 볼모로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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