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주체들의 행동에 따라 달라질 듯

최근 들어 미국 경기의 이중침체(더블딥ㆍDouble-Dip)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현재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할 때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된다면 세계 경제와 우리 경제는 커다란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일단 경제지표는 안 좋다. 2/4분기 경제성장률이 1.1%로 1/4분기의 5.1%보다 크게 둔화됐다. 과거 미국은 57~58년, 60년, 69~70년, 73~75년, 81~82년, 90~91년 등 50년대 이후 6번의 경기침체기 중 5번에 걸쳐 더블딥 현상이 발생했다. 공통적인 현상은 성장률이 다시 마이너스로 떨어지기 전 분기에 큰 폭의 플러스를 기록했다는 점이다.이번에도 2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현상이 발생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생산과 민간소비, 건설, 부가가치와 관련된 단기지표들도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특히 갈수록 경기판단지표로 의미가 커지고 있는 경기후행지수의 대표 격인 고용지표도 7월 실업률은 전월에 비해 악화되지는 않았으나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등 단기지표를 중심으로 악화되고 있어 우려된다.그렇다면 미국 경기가 이중침체되는 것일까. 아직까지 경기저점이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3개월 주가평균상승률, 경험적 확률, 채권시장에서 형성되는 장단기 금리스프레드 등 미국 경기를 파악하는 방법을 종합해 보면 이번 경기는 지난해 4/4분기나 올 1/4분기를 저점으로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추정된다.과거 회복기와 다른 점은 이번 경기회복은 수출과 기업의 설비투자가 아니라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에 주로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富)의 효과라 하는 것은 주가와 부동산가격이 상승할 경우 소비성향이 높은 자산소득이 늘어 민간소비가 증가되고 이를 통해 경기가 회복되는 현상을 말한다.불행하게도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신뢰위기’로 상징되는 미국 기업들의 분식회계파동이 발생해 지난 3월 중순 이후부터 증시에 반영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주가(다우지수 기준)는 연중 최고수준에 비해 약 30% 정도 떨어진 상태다. 이런 주가하락폭이라면 당연히 역자산효과(Anti Wealth Effect)에 따라 이중침체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이해된다.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따르면 현재 미국 경제구조를 감안할 때 미국 주가가 20% 하락하면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둔화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주가의 하락폭을 감안한다면 이미 0.7~0.8%포인트 정도의 성장둔화 효과가 발생된 셈이다.다행히 올 상반기 미국 경제는 3.5%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현시점에서 미국의 금융불안이 멈춘다면 그동안 주가하락에 따른 성장둔화 효과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잠재성장률인 2.5%를 웃돌아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이 대목을 좀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근의 경제현상에서 금융부문이 실물부문보다 월등히 커진 점을 이해해야 한다. 현재 국제간 자금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각종 펀드들의 레버리지 투자(증거금 대비 총투자가능금액)를 감안한다면 금융부문의 크기가 실물부문보다 약 4배 정도가 크다는 것이 정설이다.이런 상황에서는 금융의 본질대로 더 이상 실물부문의 동맥(Veil) 역할을 정확히 할 수 없다. 금융시장에서 형성되는 각종 가격변수도 경제이론대로 그 나라의 경제실상을 반영하는 얼굴이 못된다. 다시 말해 주가와 통화가치가 떨어진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실물경제 침체를 의미한다고 해석해서는 경기를 잘못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문제는 현시점이 미국 경기의 이중침체 국면에 떨어질 수 있는 임계수준(Critical Point)에 와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앞으로 금융불안이 해소되지 않아 주가가 계속해서 떨어지면 미국 경기의 이중침체에 대한 우려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현시점에서 미국의 금융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가장 먼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미연준(FRB)이 금리를 추가적으로 내리는 방안이다. 실제로 골드만삭스와 리먼 브러더스 등은 연말까지 FRB가 연방기금금리(FFr)를 0.5~0.75%포인트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이런 예상대로 앞으로 미국 금리가 추가로 내릴 경우 미국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 금리를 내리더라도 단기적인 충격효과 이외에는 금융불안을 해소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오히려 금리를 내리고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지 못한다면 미 금융시장은 최악의 상황에 몰릴 것이 확실하다. 정치적으로도 올 들어 계속해서 ‘조기퇴임론’에 시달려온 그린스펀 의장이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불안이 계속되자 벌써부터 뉴욕 월가에서는 그린스펀 의장에 대한 비판론이 거세지고 있는 것도 이런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결국 근본적인 대책은 이번 금융불안의 직접적인 원인인 분식회계로 실추된 신뢰를 다시 찾는 방안이다. 미국도 이런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해 종전에 볼 수 없었던 강력한 내용을 담은 ‘기업개혁법안’을 확정했다.이번에 마련된 기업개혁법은 그 내용이 광범위하나 크게 보면 세 가지 내용으로 요약된다. 첫째, 감독기능을 보완하는 방안이며 둘째, 기업들의 회계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일이다. 셋째, 사후적인 평가와 감사기능을 강화해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줄인다는 내용이다.중요한 것은 이번 기업개혁법으로 신뢰가 회복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지금까지 월가의 시각은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다행인 것은 신뢰문제로 금융불안이 지속된다 하더라도 역자산 효과에 따른 이중침체 정도는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종전과 달리 부동산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주가 하락에 따른 경기침체 효과를 상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결국은 현시점에서 미국 경기가 이중침체되거나 회복된다고 쉽게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경제주체들이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경제활동을 하느냐가 미국 경기 향방의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만약에 미국 경제주체들이 현 상황을 극단적으로 비관해 경제심리마저 위축될 경우 미국 경기는 우려대로 이중침체에 빠지게 된다. 이 문제는 비단 미국 경제만이 아니라 전세계 모든 국가에 해당된다. 시간이 갈수록 한 나라의 경제성장에서 그 나라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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