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엄습’… 대량해고로 실업률 치솟아

실리콘밸리에 암울한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하이테크산업의 불황이 2년여 동안 이어지면서 해고가 잇따르고 실업률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한 번 오른 집값은 떨어질 줄 모르고 있어 주름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실리콘밸리의 중심지역인 샌타클래라 카운티의 실업률은 지난 6월 7.6%를 기록했다. 4월의 7.6%를 기록한 뒤 5월에는 7.1%로 약간 낮아졌다가 다시 올라갔다. 인텔, 주니퍼네트웍스, 셀렉티카, 카퍼마운틴 등이 잇따라 해고에 나섰기 때문이다. 호황을 구가하던 지난 2000년의 최저치 1.3%에 비해 무려 5배나 높은 수준이다.이런 상황에서 실리콘밸리에 비관론이 퍼지는 것은 당연한 일. 새너제이주립대의 조사 및 정책연구소(SPRI)가 이 지역 주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설문조사 결과에서 잘 알 수 있다.이번 조사에서 앞으로 12개월 후의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48.2%에 그쳤다. 이 비율은 지난 3월 조사에서는 63.6%에 이르렀다. 현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는 응답은 26.9%에서 36.3%로 높아졌다. 비관론 역시 6.2%에서 10.8%로 상승했다.SPRI가 이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산출하는 ‘실리콘밸리 소비자 의견지수’(Silicon Valley Index of Consumer Sentiment)는 지난 3월 96.2에서 6월 88.1로 떨어졌다.부동산 경기도 바닥을 맴돌고 있다. 부동산회사인 쿠시먼&웨이크필드의 조사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사무실 공실률은 26%에 이르고 있다. 이는 미국 내 주요 대도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리콘코리도’로 불리는 새너제이의 1번가에 있는 건물들에는 한결같이 사무실 임대를 알리는 간판이 붙어 있다. 이에 따라 임대료도 ㎡당 1달러 미만으로 떨어지기도 했다.실리콘밸리제조업협회의 칼 구아디노 회장은 “현 침체국면의 종점을 예견하는 최고경영자(CEO)는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지역에서 오래 일한 CEO들은 한결같이 이번 불경기를 최악이라고 평한다”고 덧붙였다.이 같은 비관론은 미국 기업에 공통된 현상이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163명의 미국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경기전망에서도 응답자의 대부분이 앞으로 6개월 이내에 경기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낙관적인 면도 없지는 않다.PwC의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88%가 앞으로 12개월 동안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지난해 4분기에 70%, 올해 1분기에 85%에 그쳤었다. 예상 매출 증가율도 6.0%에서 7.8%, 9.7%로 높아지고 있다.(표1 참조)이 조사에서는 신규채용을 계획하고 있는 비율도 31%, 40%, 43%로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신규투자에 나서겠다는 응답도 39%, 40%, 43%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투자분야도 신제품(56%)이나 정보기술(IT,46%)에 집중되고 있다. (표2 참조)지금의 극심한 불황이 재도약을 위한 거름이기를 바라는 게 실리콘밸리 사람들의 진짜 속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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