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사채로부터 서민들 해방시켜야죠”

조성목금융감독원 비제도금융조사팀장“구청이나 소비자보호단체에 강의를 나가면 대학생 자녀가 혹시 사채를 쓰는지 여부를 알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졸다가도 벌떡 깨더군요. 사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아직 잘 모르는 분도 많이 있죠. 그래서 일반인에게도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금융감독원 직원이 사금융 피해예방법을 다룬 란 책을 최근 펴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조성목 비제도금융조사팀장(43). 지난 2년간 사채업자를 감시하는 업무를 하며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책을 썼다.고리사채 등으로 인한 서민들의 피해사례와 대응요령을 전반부에서 다뤘으며, ‘빚쟁이로 몰리지 않기 위한 10계명’ 등 흥미를 끌 만한 내용도 수록했다. 또한 금감원이나 법원을 통한 분쟁해결요령 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바쁜 업무로 집필하는 데 걸린 시간만 1년 4개월. 책이 나온 지 보름 남짓 됐는데 벌써 반응이 뜨겁다. 손님배포용으로 대량 구매한 상호저축은행도 있다.조팀장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지난 2000년 이 일을 맡으면서는 돈을 대는 전주로 위장하고 접근, 불법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피라미드업체를 조사해 위반사실을 언론사에 제보할 정도였다.“피라미드업체로부터 협박전화도 많이 받았죠. 아이들에게 큰길로만 다니라고 당부할 정도였어요. 직장상사들도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그것을 제가 했을 뿐입니다.”이런 업무스타일 때문에 사채업자들 사이에 ‘저승사자’로 불리지만 요즘은 잦은 방송출연 등으로 얼굴이 알려져 직접 조사를 못해 안타깝다고 한다. 대신 그는 언론사에 신종 사금융 피해사례를 배포하는 등 대중매체를 이용해 사채이용의 경각심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기자들에게 많은 보도자료를 배포해서 ‘자판기’란 별명도 얻었다. 지금껏 방송사 뉴스나 라디오에 출연한 횟수도 줄잡아 250여 회에 이를 정도다.조팀장은 요즘 겹경사로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모른다. 책이 출판됐을 뿐만 아니라 최근 사채이자를 최고 70%로 제한하는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그는 이 법이 제정되기까지 결정적인 기여를 한 숨은 주역이다. 올해 4월에는 무려 6,000명의 사채 이용자에게 물어 이들이 왜 사채를 이용하게 되는지를 알아내는 등 법률안 제정을 위해 엄청난 자료조사를 했다. 그에게 법통과는 이런 노력에 대한 보상인 셈이다.“대부업법은 건전한 금융질서를 확립한다는 측면이 강합니다. 이자율 제한뿐만 아니라 제3자에 대한 부당채권추심을 못하게 법으로 규제하면 선량한 피해자도 줄어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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