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대 등 대학가도 자격증 과정 도입 러시 … 미국유학파도 증가추세
지난 8월14일 오후 7시 서울시청 부근의 정안빌딩 2층. 미국 부동산투자분석사협회 한국지회(회장 크랙블롬 퀴스트)가 마련한 부동산투자분석사(CCIMㆍCertified Commercial Investment Member) 과정에 약 30명의 수강생들이 참여해 주경야독을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특히 퇴근시간을 막 넘긴 뒤였지만 수강생들의 열기는 여느 대학의 강의실 못지않게 뜨거웠다.참석자들의 면면도 아주 다양했다. 대기업의 중역이 수강생들 틈에 끼어 열심히 듣는가 하면 삼성물산 직원들은 단체로 찾아와 강사의 얘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한 대학생은 부동산에 관심이 많아 강좌를 듣고 있다고 했고,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공인중개사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비싼 수강료(132만원)를 마다하지 않고 수강신청을 했다고 설명했다.한국지회의 위탁을 받아 이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조인스랜드의 한 관계자는 “지난 7월 준비를 하면서 수강생이 얼마나 올지 걱정을 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신청했다”며 “특히 CCIM 자격증이 부동산 디벨로퍼가 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최근 들어서는 일반인들의 문의도 많다”고 말했다.“어떻게 디벨로퍼 될 수 있나” 문의 많아CCIM 자격증 바람은 대학가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선두주자는 경기대로 지난 상반기 행정대학원 내 특별과정으로 이 자격증 과정을 전격 도입했다. 학교측은 지난 6월11일부터 오는 9월17일까지 3개월 과정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수강생들의 편의를 감안해 저녁반과 주말반으로 나눠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경기대측은 국내에서 대학과 기관을 통틀어 처음 도입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수강생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여기에다 대학 가운데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점 또한 신뢰성을 주어 수강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고 설명한다. 현재 이 대학 CCIM 과정에는 40여명의 수강생이 등록해 부동산 디벨로퍼의 꿈을 키우고 있다. 부동산 관련 업체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으로 부동산 개발 관련 이론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등록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학교측 얘기다.최근 디벨로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동산 관련 업체나 기관에는 ‘어떻게 하면 부동산 개발 전문가가 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건설사 등 부동산 관련 회사 직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가운데서도 디벨로퍼가 ‘미다스(Midas)의 손’으로 알려지면서 선망의 대상으로 꼽는 이가 적지 않다.국내에서 디벨로퍼가 되는 루트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건설회사에서 현장 실무를 익혀 변신하는 방법이 있다. 건물을 지으면서 익힌 노하우가 가장 큰 자산이다. 또 하나는 시행회사에서 분양업무를 하다가 본격적으로 개발업에 손대는 경우다. 부동산 관련 정보를 얻는 데 가장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최준호 BHP코리아 개발자문팀 이사는 “어차피 디벨로퍼가 되는 데 특별한 자격증이 필요한 것은 아닌 만큼 실무적인 능력만 뒷받침되면 일을 해나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건설사나 시행사 출신들의 경우 현장감각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디벨로퍼의 상당수가 위의 두 가지 루트를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앞서 설명한 대로 디벨로퍼에게 자격증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없어도 그만인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CCIM 등 전문자격증 소지자만 8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더욱이 국내에서도 이제는 모든 분야에서 자격증을 중시하는 만큼 앞으로는 부동산 개발 분야에서도 전문자격증의 필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최근 CCIM에 대한 인기가 크게 높아진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현재는 국내에 이 자격증 소지가가 10여명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수년 내에 대거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 부동산투자분석사협회 한국지회가 본격 가동되기 시작한데다 전문과정 수강생 역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자격시험이 그다지 까다롭지 않다는 점도 열풍을 부추기는 것으로 보인다. CCIM의 경우 필수과목으로 금융분석, 시장분석, 임대차분석, 투자분석 등 4과목을 이수하고, 미국 부동산투자분석사협회에서 인정하는 세미나 등에 참가하면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시험은 객관식 4지선다형이며 만점의 70%를 득점하면 된다.다만 이 자격증을 따는 과정에서 일정한 실무경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은 응시생들에게 다소 부담으로 작용한다. 4개의 필수과목 등 이론을 아무리 열심히 파고들더라도 실무경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응시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실무경력은 이력서에 기재해야 하는데 과거 5년 동안 수행한 프로젝트가 최소 10개 이상 되고 금액 면에서 전체 액수가 500만달러(약 60억원)를 넘어야 한다. 2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했거나 건수에 관계없이 3,000만달러(약 360억원) 상당의 프로젝트를 수행해도 된다.미국에 CCIM이 있다면 국내에는 부동산개발평가사(CRD)가 있다. 국내의 민간기관인 대한부동산경영원에서 수여하는 것으로 디벨로퍼에 대한 최근의 사회적 열기를 반영하듯 CRD에 대한 관심 역시 크게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교육기간은 2개월이며 부동산 개발의 경제적 타당성 분석을 위한 이론과 실무중심으로 교육과정이 진행된다. 다만 이 자격증의 경우 올해 초에 생긴 만큼 아직 업계에서 완전히 자리잡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대한부동산경영원측은 “부동산 개발 평가 업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지난번에 성황을 이룬 만큼 8월 말 시작하는 제2기 부동산개발평가사 과정에도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예상된다”고 말했다.대학가에도 부동산대학원 인기 높아각 대학이 운영 중인 부동산대학원에도 부동산전문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특히 부동산 투자분석 과목의 경우 부동산대학원 안에서도 최고 인기강좌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건국대와 한성대가 부동산대학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원자가 몰리면서 입학경쟁률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최근 각 대학의 대학원 진학경쟁률이 점점 낮아지며 미달사태를 보이기도 하지만 이들 부동산대학원에는 학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의 홍지영 조교는 “학부 때부터 부동산학을 전공한 학생들 외에 최근 들어서는 다른 학과를 나와 들어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며 “선진국에서 부동산 관련 직업이 돈과 명예를 함께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원자가 느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또 경희대는 행정대학원 내 전문가과정에 부동산 경매ㆍ투자분석사 과정을 만들어 운영 중이고, 성균관대는 경영대학원에 부동산전공을 따로 마련해 이론 중심의 강의를 하고 있다. 이 밖에 전주대와 단국대도 행정대학원 안에 부동산학과와 부동산법학과를 별도로 둬 부동산 관련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다.부동산 전공자들 가운데는 아예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미국 등지로 유학을 떠나는 사람들도 크게 느는 추세다. 세계무대에 나가 부동산 관련 최신 트렌드와 이론을 공부하겠다는 의도다. 건국대 부동산학과의 경우 지난해 학부 졸업생과 대학원생을 합쳐 4명이 미국으로 떠났다.대부분 부동산 개발 전문가 과정인 MRED (Master of Real Estate Development)를 이수하기 위해 떠났다는 것이 학교측의 설명이다. 이런 열기에 힘입어 현재 국내에만 50여명의 MRED 소지자가 활동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대부분이 전공을 살려 부동산 관리나 개발업무에 종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디벨로퍼가 되려는 사람들은 당분간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뜨는데다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분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최준호 BHP코리아 개발자문팀 이사는 “요즘 일부 부동산 관련 업체를 가보면 ‘직원들끼리 스터디’ 등을 구성, 부동산 투자분석 관련 공부를 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며 “디벨로퍼에 대한 인기는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최이사는 “충분한 실무경력을 쌓은 다음 부동산 개발에 뛰어들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돋보기 / 전문직, 부동산 디벨로퍼 변신 ‘러시’의사·변호사·회계사 등 속속 ‘새 출발’의사·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부동산 디벨로퍼로 변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이들은 전문지식을 부동산 개발에 접목시킴으로써 부동산 개발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의사출신 디벨로퍼의 대표주자는 헬스케어커뮤니케이션의 신우섭 사장(33)이다.의사면허증을 취득한 뒤 레지던트 대신 부동산 개발을 택했다.신사장이 주력하는 분야는 병·의원 전문 개발이다.특히 1개 건물이나 1개층을 통째로 병·의원으로 변신시키는 ‘클리닉센터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클리닉센터 ‘메디프랜드’를 개발했고, 최근에는 강남역 인근에서 성형외과·피부과 등 여성미용 전문의원을 모은 뷰티클리닉센터를 개발 중이다.의약분업 이후 개업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이 분야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의원개업을 준비 중인 의사를 대상으로 입지선정, 내부 인테리어, 장비수입, 경영컨설팅 등을 원스톱으로 처리해주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신사장은 “부동산 개발사업은 아이디어와 기획력만 있으면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할 수 있는 매력을 지니고 있는데다 잘만 하면 높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유방암전문·심장전문 등 전문병원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이다”고 말했다. 또한 “리츠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헬스케어커뮤니케이션에는 신사장 외에도 3명의 의사가 활약 중이다.공인회계사출신 디벨로퍼로는 메트로애셋의 전인규 사장(44)이 있다.전사장은 IMF 경제위기 때 경매시장에서 업무용 빌딩을 층으로 매입해 1년 이상 보유한 뒤 되파는 식의 투자를 하다 재미를 느껴 아예 개발사업에 몸을 던졌다.지금은 서울 보라매공원 인근 주상복합빌딩 보라매아카데미타워의 1개층(1,500평)을통째로 매입해 클리닉센터로 탈바꿈시키는 개발사업을 진행 중이다.이는 미용실 등 다른 업종과 섞여 있지 않은 국내 최초의 순수 클리닉센터다.전사장은 “회계사라는 직업상 경제흐름을 늘 주시하다 보니 부동산흐름에 눈을 뜨게 됐다”며 “직업상 세법에 특히 강해 개발사업을 하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중견 건설업체인 동일토건의 고재일 사장(63)도 공인회계사 출신이다.연립주택개발부터 시작해 아파트형 공장개발 등으로 영역을 넓혀 나가다 IMF 외환위기 직전 아파트개발에 뛰어들었다.고사장은 회계사 출신답게 유동성과 수익성을 중시한다.수익성이 없는 사업에는 뛰어들지 않을뿐더러 은행돈을 거의 쓰지 않는다.협력업체에는 100% 현금결제를 해준다.아파트 및 오피스텔 개발사업을 준비 중인 부동산 써브의 이인경 사장(42)도 공인회계사 출신이다.변호사 출신 중에는 조영호 변호사(42)와 김유신 변호사(34)가 직·간접적으로 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마더랜드의 조영호 변호사는 사법시험에 합격하기 전 공인중개사로 일한 경험을 살려 상가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지난해에는 경기도 용인시에서 1,000여평 규모의 근린상가를 성공적으로 개발했다.김유신 변호사는 중소 시행사와 연계해 토지매입에서부터 분양까지 관여하고 있다.조성근·한국경제 부동산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