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활황 업고 달러화 가치 안정세

요즘 들어 국제외환시장에서는 ‘리츠 달러화’(Reits Dollar)란 새로운 용어가 눈에 띈다. 아직까지 공식화된 것은 아니나 최근 미국경제가 부동산시장의 활황에 의해 지탱됨에 따라 미 달러화 가치가 안정을 찾는다는 의미에서 사용되고 있다.실제로 미국의 부동산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1년간 미국 부동산 가격(주택가격 기준)은 8%나 급등했다. 여러 가지 요인 중에서 연방기금금리가 40년 만에 최저 수준이 될 정도로 금리가 낮음에 따라 시중에 풀린 자금이 부동산시장에 대거 유입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이와 동시에 테러와의 전쟁, 금융불안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현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금융부채를 통해 실물저축을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믿는 소위 ‘채무-디플레이션 신드롬’(Debt-Deflation Syndrome)이 확산되고 있다.이번 부동산 경기가 종전과 다른 것은 경기가 침체되는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이 올라 경기침체기를 단축시키고 경기회복을 촉진시킨 경기선행적인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종전에는 경기가 어느 정도 단계에 올랐을 때 마지막으로 부동산 가격이 올라 경제 전반에 거품을 발생시키면서 많은 후유증을 낳는 경기후행적인 성격이 짙었다.특히 이번에는 재료가 있는 지역은 가격이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가격이 더 오르는 ‘차별화 장세’(Nifty-Fifty)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그만큼 투기적인 요인이 아니라 실수요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최근 들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갈수록 부동산 거품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 문제는 미국발 금융불안에 이어 당분간 세계적인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현시점에서 부동산 거품이 붕괴된다면 이번 경기회복은 부동산 가격상승에 따라 받쳐주는 자산효과가 워낙 큰 점을 감안, 미국경제가 이중침체(Double Dip)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실제로 미국의 경우 주가가 10% 상승할 경우 민간소비는 0.3% 증가한다. 반면 부동산 가격이 10% 상승하면 민간소비가 0.6% 증가해 2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어떻게 보면 부동산 가격상승에 따른 자산효과가 현재 미국경제를 지탱해준다고 볼 수 있다.일단 부동산 거품이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거는 이렇다. 갈수록 △가계부채가 위험수위에 와 있고 △금융기관들의 주택자금 부실화가 높아지고 있는데다 △정보기술(IT) 몰락→주가붕괴→달러화 가치하락으로 이어져 온 일련의 미국경제 거품붕괴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부동산 부문도 거품붕괴는 필연적이라는 시각이다.특히 부동산 거품론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금리인상으로 금융비용이 증가하거나 고용사정 악화로 소득이 줄 경우 부채가 급증한 가계를 중심으로 보유 부동산을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반면 부동산 거품경고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이번의 부동산 가격상승은 실수요를 반영해 투기적인 징후가 거의 없고 지금의 경제여건을 감안한다면 당분간 금리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아직은 우려할 만한 단계는 아니라고 주장한다.오히려 중장기적으로 고령인구비율 증가 등 인구구성 변화로 부동산 경기의 활황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도 대두되고 있다. 현재 미국 가구의 자가 소유 현황을 보면 가구주 연령이 45~50세인 2,070만 가구 중에서 76%, 35~40세인 2,440만 가구 중 67%가 자가 소유인 점을 감안하면 갈수록 자가 소유에 따른 주택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현재 미국 내에서 부동산 거품우려에 대한 평가는 낙관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앞으로 부동산시장은 부동산담보대출의 차환이 둔화되면서 부동산 가격의 상승폭이 낮아지는 이른바 ‘질서 있는 진정국면’(An Orderly Calming Down)으로 전환될 것으로 주요 부동산 관련 예측기관들은 내다보고 있다.과거의 경우에도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한 이후 절대 가격 수준이 하락하기보다 상승률이 낮아지는 데 그쳐 절대 가격 수준은 평탄한 고원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에서 부동산 거품붕괴에 따른 자산 디플레와 미국경제의 이중침체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으나 이번에는 기우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그렇다면 미 달러화 가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올 들어 지금까지 국제외환시장은 미 달러화 가치가 세계 모든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인 시기로 요약해볼 수 있다.현재 예측기관별로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고 있으나 앞으로 미국 주택시장의 활황이 유지되는 한 설령 미국의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된다 하더라도 미 달러화 가치는 세계 각국의 경제여건에 따라 달리 움직이는 ‘차별화’(Decoupling)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소위 리츠 달러화의 향방을 한 마디로 요약한 표현으로 볼 수 있다.지금까지 엔/달러 환율은 가파른 하락세를 보여 왔으나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단계에 진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앞으로 예상되는 미ㆍ일간의 경제여건을 감안하면 엔/달러 환율이 추가 하락될 요인이 별로 없다. 오히려 미 증시와 경기가 다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4/4분기 이후에는 엔/달러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정책적인 면에서도 현시점에서 엔/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은 일본은 엔고에 따른 디플레 효과 때문에, 미국은 증시자금 이탈에 따른 역자산효과 때문에 수용하기가 어렵다. 그동안 미국과 일본이 미 달러화 가치의 추가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협조개입에 나선 것도 이런 점이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앞으로 국제외환시장에서 가장 예의 주시해서 바라봐야 할 것은 유로화 가치가 어디까지 회복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0.96~0.98달러 범위 내에서 움직이는 달러/유로 환율은 늦어도 올해 안에는 등가수준인 ‘1유로=1달러’ 선이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기관들은 내다보고 있다.유로화와 함께 앞으로 국제외환시장에서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는 통화가 중국 위안화 가치다. 지난 94년 이후 중국의 환율제도는 ‘1달러=8.28위안’을 중심환율로 하는 통화위원회(Currency Boardㆍ일종의 고정환율제) 제도를 유지해 왔다.문제는 올 들어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실질적인 원년을 맞아 제도 유지에 따른 부작용이 심하게 노출되고 있는 것. 대표적으로 중국이 WTO 가입에 따라 하루하루 변하는 외환수급을 환율로 잡아주지 못함에 따라 인플레 등 내부적으로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요즘 들어 중국의 통화정책 관련자들이 수시로 현 환율제도를 복스바스켓시스템으로 변경해야 한다, 차제에 아예 자유변동환율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하는 것도 이런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시기는 점칠 수 없으나 언젠가는 중국의 통화위원회 제도가 포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다.결국 최근 국제외환시장에서 리츠 달러화에 대한 논의는 그만큼 각국의 경제여건에 따라 미 달러화 가치가 달리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해준다고 볼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은 리츠 달러화 논의에 맞춰 그 어느 때보다 환율예측의 정확성을 기하고 환위험 관리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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