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동떨어진 괴리감 ‘심각’수준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한 학문' 인식 만연...미국에서는 경제학 최고 인기 '대조적'

‘경제학은 인간의 무한한 물질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연구하는 학문이다.’ 시사평론가 유시민씨가 에서 한 말이다.제한된 조건에서 최대한의 효용을 이끌어낸다는 경제학 논리처럼 경제학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학문이다. 과거 애덤 스미스의 분업,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 존 메이나드 케인스의 공공정책에서 최근 금융권의 정보의 역대칭성까지 현실 경제 곳곳에는 ‘죽은 경제학자들의 살아 있는 아이디어’가 자리잡고 있다.하지만 정작 경제학을 가르치는 대학은 거꾸로 가고 있다. 신입생들은 경제원론의 복잡한 그래프와 수학공식에 혀를 내두르고, 졸업예정자들은 취업문턱에 서서 경제학의 효용가치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 가장 현실적이고 현대적인 학문이어야 할 경제학이 ‘왕따’ 당하는 원인은 무엇일까.“교수들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경제학의 위기는 일선 교수들의 자업자득인 셈이죠. 이론 중심 강의로 학생들이 경제학을 멀리하고 있습니다.” 현실 속의 경제는 급변하고 있지만 일부 교수들은 여전히 책 속의 고리타분한 이론에 집착하고 있다는 게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손정식 교수의 지적이다.70년대 폴 앤터니 새뮤얼슨의 경제학 원론이 아직까지 경제학 최고의 바이블로 자리잡고 있고, 일부 교수들은 10년 넘게 똑같은 문제를 기말고사에 버젓이 출제하고 있다. 이런 현실과의 동떨어진 괴리는 학생들이 경제학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학생활 내내 책 속 이론만을 마주하면서 현실 경제현상들을 이론과 접목하는 데 큰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졸업생들이 입사 후 경제학을 전공했다는 것에 회의를 느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이론교육의 한계는 중고교 교사들도 마찬가지다.실제로 중·고교 교과서의 경제학 이론은 대학에서 배우는 경제원론의 요약본에 머무르고 있다. 복잡한 그래프로 얼룩진 경제교과서에 학생들은 응용은커녕 수학공식처럼 외우기에 급급하다. ‘경제학은 어렵다’는 인식이 중고교생들에게 만연해지고, 대학 진로에 놓인 수험생들은 결국 경제학을 외면하고 만다.외부적인 요인도 많다. 먼저 국내 대학 시스템의 문제다. 국내 대학의 경우 학부 교과과정은 일본이나 미국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경영학과 법학 등 인기 학과가 미국과 달리 대학 재정 등의 이유로 학부과정으로 편입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경제학의 고질적인 문제가 생긴다.경제학은 이른바 경영학과 법학의 기초학문이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학부과정에서 경영학과 법학을 가르치는 예가 드물다. 학부과정에서 경제학의 인기가 가장 높다. 경제학을 학부과정에서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석사과정에서 MBA, 로스클 등에 진학하는 것이 이른바 ‘미국식 엘리트 코스’다.또한 최근 기업에서 면접을 강화하고 실무적인 자격증을 요구하는 것도 경제학이 점점 학생들에게 멀어져 가는 요인이다. 금융권과 기업에서 자격증을 요구하지만 행정고시를 제외하고는 실제 경제학과 학생들이 학과 공부만으로 딸 수 있는 자격증은 거의 없다.실무적인 지식을 배우는 데서 경영학에 비해 점점 비교우위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사회과학에서도 경제학과가 설자리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렇게 경제학과 졸업예정자들이 느끼는 취업에 대한 불안감은 결국 신입생들에게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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