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판매망 활용해 삼성 등 ‘빅3’ 맹공

베이징시 서부 시즈먼은 휴대전화 매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거리 곳곳에 휴대전화 상점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5층짜리 건물이 모두 휴대전화 가게인 곳도 있다. 그 건물은 휴대전화를 사려는 사람들로 언제나 복잡하다. 시즈먼뿐만 아니다. 베이징 뒷골목에도 여지없이 휴대전화 상점이 들어서고 있다. 중국 이동통신시장이 얼마나 활기를 띠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지난 6월 말 현재 중국의 이동전화 가입자수는 1억7,600만명. 올 들어 6개월동안 무려 3,135만명이 신규로 가입, 전년 동기 대비 50.9%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매월 500만명 이상이 새로 휴대전화를 구입한 셈이다. 중국은 지난해 7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시장으로 등장했었다.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휴대전화시장에 요즘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 중국 휴대전화시장은 약 2년 전만 하더라도 모토롤러, 노키아, 지멘스 등 3개 외국 업체가 주도해왔다. 이들 메이저 3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85% 이상을 차지했었다. 여기에 삼성, 필립스, 에릭슨, NEC 등을 합치면 중국시장의 96% 이상을 외국 기업이 장악해 왔다.그러나 지난해부터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외국 기업에 밀려 빛을 발하지 못했던 중국 업체들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 것. TCL, 하이얼, 하이신, 콩카 등 가전업체들이 이 시장에 대거 뛰어들고 있으며 버다오, 커지엔, 다탕, 롄샹 등 IT 전문 업체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이들 중국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현재 약 19%로 지난해 말보다 8%포인트나 높아졌다.중국 업체 중 가장 뛰어난 실적을 보이고 있는 회사는 TCL. 이 회사는 올 들어 4개월 동안 모두 160만대의 휴대전화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7%에 육박했다. 현재 모토롤러, 노키아, 삼성에 이은 시장점유율 4위 업체로 지멘스를 따돌렸다.만년 꼴찌권에서 머물던 휴대전화 전문업체인 버다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2년 전만 하더라도 시장점유율 통계에 잡히지 않던 이 회사는 판매망을 대폭 늘리면서 현재 6위 업체로 약진했다.반면 외국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낮아지고 있다. 모토롤러의 경우 시장점유율 30% 안팎에서 현상 유지에 머무르고 있다. 한때 30%를 기록했던 노키아는 지난 수년간 2~3%포인트씩 떨어져 지금은 20% 초반에 머물고 있다. 3위였던 지멘스는 삼성과 TCL에 밀려 5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모토롤러, 노키아, 삼성 등 3대 외국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62%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중국 업체가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판매망에 있다. TCL, 하이얼, 콩카, 롄샹 등은 가전, 컴퓨터 등 기존 판매망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휴대전화를 유통망에 얹어 판매, 대도시뿐만 아니라 지방 소도시 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휴대전화시장이 중소도시로 급속하게 확장되면서 이들 판매량이 자연스럽게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중국 국내 업체 약진의 또 다른 이유는 브랜드에 있다. 각 업체들은 가전제품 또는 컴퓨터 등 기존 사업영역에서 쌓은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워 휴대전화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하이얼, TCL, 롄샹 등은 중국 내 최고의 브랜드 인지도를 갖고 있어 쉽게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그들은 가격경쟁력에서도 앞서 있다. 각 업체들은 후발주자로서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기능을 단순화, 가격을 대폭 낮추고 있다. 일부 업체는 1,000위안(약 14만원) 안팎의 신제품을 출시, 외국 제품과 경쟁하고 있다. 모토롤러, 노키아 등 외국 기업은 모델에 따라 다양한 가격을 출시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신제품의 경우 국내 업체 제품가격보다 2~3배 비싼 실정이다.시장 전문가들은 휴대전화시장에서의 중국 업체 돌풍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기술적인 측면에서 이미 선진 기업과 동등한 위치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특히 올 초 서비스가 시작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 휴대전화의 경우 중국 업체들이 거의 독점, 커다란 시장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중국 IT시장 전문가들은 오는 2005년 중국 국내 업체의 휴대전화 시장점유율이 50% 벽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모니터, 대형 TV, 반도체 등 다른 IT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중국에 진출한 정보기술분야 외국 기업들이 중국 업체의 대대적인 반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woodyhan@hankyung.com돋보기 중국 ‘삼성 애니콜’ 돌풍고가정책 고수 … 점유율 ‘쑥쑥’대부분 외국 휴대전화업체들이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음에도 삼성은 오히려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애니콜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말 7.7%에서 현재 8.9%로 늘어났다. 삼성은 이로써 지멘스를 따돌리고 시장점유율 3위 업체로 뛰어올랐다. 이에 따라 중국 업체들 사이에서는 ‘삼성배우기’가 한창이다.삼성이 두각을 보이고 있는 것은 고가정책에 있다. 애니콜 신제품의 가격은 약 4,000위안(약 56만원) 안팎. 시중에 700위안(약 9만8,000원)대 휴대전화가 판매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고가다. 시장에서 애니콜은 ‘고급=고가’라는 이미지가 굳어져 있다.삼성의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의 시장진입 증가로 중저가시장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면서 “세련된 디자인과 고기술로 가격차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이밖에도 대리점간 과당경쟁을 원천적으로 막은 ‘모델별 총판유통’ 방식, 다양한 광고, 경쟁사보다 앞선 새로운 서비스 제공 등이 삼성 돌풍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삼성 애니콜의 중국 내 사업은 이제 시작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은 CDMA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삼성은 선전 커지엔과의 합작공장 규모를 연산 500만대로 확대하는 등 CDMA단말기 분야에서 모토롤러를 이기겠다는 계산이다.삼성은 또 톈진공장 GSM단말기의 내수시장 판매를 위해 애쓰고 있다. 그동안 수출만 해온 톈진공장의 휴대전화가 내수로 전환될 경우 중국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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