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족 만들기 …‘가족창업’이 뜬다

‘가족창업’이라는 용어가 대두된 것은 지난 99년 실업이 사회문제로 떠올랐을 때부터다. 당시 정부는 고용창출과 경기회복 차원에서 소규모 창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나선 바 있다. 소상공인이 활성화돼야만 진정한 의미에서 경제가 회복되고,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의도에서였다. 여기에는 직업을 잃은 가족들이 함께 힘을 합쳐 새로운 일터를 만드는 가족창업도 포함돼 있었다.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진 지금, 다시금 가족창업이 창업시장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목표가 달라졌다. 잃어버린 일자리를 대신하는 소극적인 의미에서 ‘부자가족’을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편으로 의미가 변했다.가족끼리의 창업은 끈끈한 가족애가 기본 바탕이 되기 때문에 다른 동업 케이스보다 성공 확률이 높다. 적게는 인건비를 줄여 밖으로 새는 수익까지 붙잡을 수 있어 좋다. 성공에 대한 기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공유하는 한편 함께 사업을 일구고 결실을 나눈다는 점에서 가족간 결속을 높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가족 구성원이 고용인이자 경영인가족창업의 의미는 광범위하다. 작게 시작할 수도, 크게 시작할 수도 있고 동네 치킨집이 될 수도, 최첨단 하이테크 산업이 될 수도 있다. 세 자매가 의기투합해 만든 인터넷 아동복 할인점 ‘바다네’와 2000년에만 1,913억달러의 순이익을 낸 다국적 기업 월마트는 둘 다 가족기업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이정완 가족창업 컨설턴트는 “가족사업을 구분하는 기준은 기업의 규모나 기술적인 측면이 아니다. 2명 이상의 가족 구성원이 노동력과 자본력을 합쳐 사업체를 만들고 경영 및 관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확정적이지는 않더라도 다음 세대의 가족 구성원에게 기업의 소유권과 리더십이 계승될 것으로 예측되는 사업체가 바로 가족기업”이라고 말한다. 즉 가족 구성원이 고용인이자 경영인으로 참여하는 사업 형태가 가족기업이며, 이를 만드는 작업이 곧 가족창업인 셈이다.가족창업의 목적은 모든 기업이 그러하듯 ‘이윤추구’에 있다. 하지만 가족과 사업이 공존하기 때문에 가족간 화합과 복지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특성이 있다. 가족들끼리 호흡을 맞춰 수익을 내고 그 성과를 나눠 가지니 사업에 대한 애착이 클 수밖에 없다.국내외에서 7개 감자탕집을 운영하는 ‘칠형제우리감자탕’의 경우 맏형인 이정만 일산 본점 사장이 15년 전에 감자탕집을 창업, 사업을 일정 궤도에 올려놓은 후 형제, 조카, 외사촌 등에게 사업노하우를 전수해 점포를 늘렸다. 이사장은 “혈육의 정을 기본으로 같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믿음이 있고 서로 업무 협조도 잘 된다”고 말한다. 형제가 높은 수익을 내면 함께 기뻐하고, 그 비법을 스스럼없이 공유하니 이보다 나은 시너지 효과가 없다. 칠형제우리감자탕은 월 3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반면 단점도 있다. 정에 이끌려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되거나 사업이 안정권에 들어선 후에는 발전보다 ‘현상유지’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은 게 그것이다. 또 가족 구성원 사이에 불협화음이 생기면 오히려 남보다 관계 회복이 어려운 점도 있다.“가족창업 붐 일면 경제도 튼튼해진다”어머니와 함께 애견전문점을 운영하는 장소영 나라애견 서울 강남점장은 “점포운영에 관해 의견충돌이 생기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머니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전통적인 가족관계가 사업에 그대로 적용돼 때로 부작용을 낳기도 하는 것이 가족사업의 단점이자 특징이다.사실 가족 구성원이 소규모로 창업한 케이스는 주위에서 흔히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가족창업, 가족기업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단순히 소자본 창업의 한 형태로 취급될 뿐 가족창업 고유의 특수성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미국 세인트루이스대학에서 패밀리비즈니스를 강의하고 있는 김지희 박사는 “한국경제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 그중에서도 가족기업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인식과 연구 수준은 매우 낮다”고 밝힌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유럽에서는 가족기업 지원정책과 지원제도가 활성화돼 있고, 이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대학에서는 경영학의 한 파트로 다뤄지는데다 전문연구소만 수천개에 달할 정도다.선진국들이 가족창업에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을 쏟는 이유는 가족기업이 성공하는 기업의 한 유형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고용불안을 해소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측면도 크다. 자신의 인터넷 사이트에 가족기업 코너를 운영하고 있는 강세호 전 유니텔 사장은 “경기침체 때마다 양산되는 실업자, 최근 부쩍 사회문제가 된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가족기업 붐이 일어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다행히 최근 들어 가족사업 교과목을 독립적으로 설치하는 대학이 생겨나고, 소비자경제학, 가족자원경영학 분야에서 관련 강의와 연구가 시작되고 있다. 가족이 함께 성장하고 성공을 나누는 가족창업이 활성화되면 경제 기반도 훨씬 공고해질 것이란 게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가족간의 정과 결속력에 관한 한 어느 민족에게 뒤지지 않는 한민족의 특성이 ‘가족기업 선진국’의 단초를 제공할 것이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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