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도미노’따른 개인파산자 속출 ‘농후’

연체시 폭언 . 협박 다반사...부당행위 대금업자 규제책 마련 시급

자영업을 하고 있는 김모씨(42)는 지난 3월 한 대금업체로부터 250만원을 빌렸다. 임대해 쓰고 있던 사무실 주인이 이를 급하게 비워달라고 해 무리해서 옮기고 보니 직원 월급 줄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자를 입금해야 할 날짜를 넘기자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휴대전화로 1시간 넘게 갖은 욕설을 들어야 했다. 전화를 끊으면 회사나 집으로 찾아올까봐 마음대로 끊을 수도 없었다. 직원은 공갈과 협박도 서슴지 않았고, 여고 2학년인 김씨의 딸 휴대전화에도 전화를 걸어 모욕을 주었다. 정확히 어떤 얘기를 했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차마 입에 담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그는 “말로 하는 거라지만 이들이 어찌나 교묘하게 심리적인 고통을 주는지 당해보기 전에는 도저히 알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집으로 갈 테니 몇 시까지 모두 모여 있어라’는 협박도 받은 적이 있었다. 실제로 찾아오지는 않았으나 가족들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 “돈을 제때 갚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굴욕적인 취급까지 당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전화에 시달린 이 회사 직원은 지금도 김씨를 찾는 전화가 오면 아무나 연결시켜 주지 않는 게 버릇이 됐다.신고가 되는 대금업체 이용자의 피해사례 중 가장 많은 것이 이 같은 폭언과 욕설, 협박 등이다. 또한 형제나 친구 등 제3자에게 대신 빚을 갚을 것을 요구해 채무자의 가족 및 사회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하는 경우도 자주 접수된다. 이런 경우 20~30대 젊은층에서는 가출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밖에 폭행 등의 ‘고전적인’ 강수도 등장한다.이번에 시행되는 대부업법에 따라 등록을 한 대형업체들의 경우에는 폭행까지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사채업자 중에는 수억원을 굴리는 개인에서부터 일본계 대형업체, 토종 대금업체 등 그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연체자가 당하는 피해의 유형 또한 수없이 다양하다.또 금융감독원 비제도금융조사팀 조성목 팀장은 “대형대금업체로부터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금융당국 등에 호소를 하기도 하지만 개인사채업자의 돈을 이용하는 이들의 피해는 집계가 잘되지 않기 때문에 가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피해사례 집계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문제는 이제까지 빚을 연체한 이들에게 부당행위를 하는 사채업자들을 제재나 처벌할 근거가 없었다는 데 있다. 피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전화를 통한 협박이나 부모 등 제3자가 대신 갚을 것을 강요하는 사례. 하지만 형법이나 민법의 적용에 따라 처벌해야 하는데 이런 피해들은 대부분 처벌이 곤란했다.최근 통과돼 10월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대부업법은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정요건(대출잔액이 5,000만원 미만이거나 광고를 하지 않는 곳 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등록해야 한다)에 해당되는 업체는 재경부에 등록을 해야 하고, 등록업체는 대부업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그 핵심내용은 대출이자 및 연체이자율 제한, 부당한 추심행위에 대한 처벌 근거가 생긴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많은 업체들이 이 요건을 피해가서 등록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이 법이 효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일각에서는 ‘빚 도미노’에 따른 개인파산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조사에 따르면 사채를 이용한 사람들 중 51%가 카드사, 은행 등 다른 금융사에 진 빚을 갚기 위해서였다. 즉 이들은 신용불량 한계점에 있는 것이다. 또한 최근 대금업체들의 연체율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려 15%대로 추정되는 점도 이런 가능성을 더해주고 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