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서울“우리도 전단지를 수집하거나 신문에 광고 난 걸 보고 새로 영업을 시작하는구나 하고 동향을 파악합니다. 5~8개의 일본계 업체들과 주인이 누군지 확실치 않은 대금업체들이 강남역 주변에서 영업을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감독원)“난리 그 자체예요. 자본금 1억원짜리부터 300억원짜리까지 강남역 주변에 새 업체들이 마구 생기고 있는데, 이제 정말 경쟁이 보통이 아니게 생겼습니다.”(H대금업체 부장)‘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확정되면서 과거와 달리 드러내놓고 합법적으로 돈을 빌려주겠다는 업체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2002년, 일본100대 부자 중에 대금업체 사장이 5명이나 포함되었다. 이중 한 사장은 말쑥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신문 전면광고에 등장했다. “고객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일본에서 시작된 대금업이 우리나라에서 한창 꽃을 피우려 하고 있다. 30여년의 역사를 가진 ‘원산지’ 일본에서는 이미 만개한 상태.대금업은 정확히 ‘고금리 소액대출’ 시장에 포함된다. 고금리 소액대출이란 신용도가 낮아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는 고객을 상대로 100만~500만원 단위의 금액을 꿔주는 일종의 틈새시장이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는 사채업자들이 독점해 온 비제도권 대출시장이었다.그러나 3년 전부터 일본계 대금업체들이 진출해 시장개척에 나서고, 할부금융사들이 쉽고 빠르게 받을 수 있는 ‘론카드’로 시장을 급격히 확대하자 그 시장성에 주목하는 금융사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시장에는 이미 사금융을 비롯해 일본계 대금업체, 상호저축은행, 캐피털사와 신용카드사 등이 뒤엉켜 백병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은행들도 가세했다.이들이 제공하는 대출금리는 조금씩 다르다. 신용카드사의 현금서비스, 은행계열 소비자금융사, 상호저축은행, 일본계 및 국내 대금업체, 개인사채업자 순으로 금리가 높아진다. 이같이 분류되는 고금리 소액대출 시장에서 가장 선전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대금업이며, 또 거꾸로 말해 대금업체들의 호황이 고금리 소액대출 시장 전체를 만들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99년을 전후로 국내에 진출한 일본계 대금업체들은 고금리 소액대출 시장에 일대 바람을 일으키며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이렇게 팽창하기 시작한 고금리 대출사들은 이제는 고객을 잡기 위해 ‘금리수수료 인하’ ‘30분 속결대출’ 등을 내걸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현상을 놓고 서민들이 간편하게 급전을 빌릴 수 있다는 긍정론과 서민을 다중채무자가 되게 해 나락에 떨어뜨릴 것이라는 부정론이 엇갈린다.한동안 엄청난 성장을 해 온 국내 대금업시장은 이제 국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저축은행 등 경쟁자가 엄청나게 늘어난데다 대부업법 시행에 따라 전면적으로 양성화되면서 이자제한 등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2년간 대금업은 급속하게 팽창한 신용카드의 거품을 흡수하는 역할을 해 왔는데, 최근 신용카드 연체율이 급증하는 등 거품이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이미 대금업이 팽창한 일본에서는 그 부작용 역시 만만치 않음이 입증됐다. 불어난 빚을 감당 못해 개인파산을 신청하거나 가출, 이혼, 자살 등으로 탈출구를 찾으려는 채무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채무자들 중에는 이런 대금업체들에 대한 반감과 원한이 누적된 나머지 복수를 저지르고 자신은 인생파멸을 택하는 경우도 허다했다.우리나라에서도 간간이 관련 범죄 등이 나타나고 있지만 일본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 비제도금융조사팀 조성목 팀장은 “올해 안에 개인 빚과 관련해 사기나 살인 등 강력범죄가 급증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돋보기 / 사금융과 관련된 상식과 오해은행서 돈 빌려 줘도 사채가 더 좋다?1. 사금융은 신용불량자들이 주로 이용한다.NO. 사채를 이용하는 사람들 중 64.7%가 신용불량자가 아닌 사람들이다.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으려고 이를 지연시키기 위해 사채를 쓰게 되는 것으로 풀이된다.2. 생활비나 사업자금이 부족해 사채를 쓴다.NO. 당장 먹고 살기 위한 생활비나 사업자금으로 사용한 사람은 42.8%. 나머지는 대부분 이미 있는 빚을 갚기 위해 사채를 썼다. 이들 중에서도 신용카드 연체금을 갚기 위한 사람들이 26.9%로 가장 많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듯’ 또 다른 사채를 갚기 위해 쓴 사람도 600명(8.8%)이나 됐다.3. 한 군데 빚이 있는 사람은 알고 보면 여기 저기 깔아놓기 마련이다.Yes. 이용하고 있는 사채업체수가 1개인 사람은 38.9%(2,654명)밖에 되지 않고, 2개 이상의 사채업체를 이용하는 사람이 59.1%였다. 세 군데 이상 이용하고 있다는 사람도 25.7%나 됐다.4. 은행 등 제도금융권에서는 돈을 빌릴 수 없는 사람만 사채를 쓴다.NO. 설문결과를 보면 제도금융권을 이용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은 사람이 37.2%(2,540명)나 됐다. 그 이유는 돈이 급히 필요한데 제도금융권은 대출에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였거나 지레 ‘나는 대출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또 ‘부모님이 알게 될까봐’ 은행 등에서 대출 받기를 꺼려 한 사람도 있었다.5. 여성들은 낭비벽 때문에 사채를 쓰게 된다.Yes. 20~30대 여성은 과다한 쇼핑 때문에 사채까지 쓰게 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40~50대 여성의 경우에는 주식투자를 잘못한 게 가장 큰 이유여서 연령대별로 차이가 있다.※ 금감원에서 6,8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올 4월에 내놓은 결과를 근거로 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