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성장… 스포츠단도 운영 ‘승승장구’

대형금융그룹과 손잡고 새 시장개척 나서...긍정적 이미지 확보 위해 안간힘

2001년분 신고소득세액을 바탕으로 일본 국세청이 납세자순위를 공개한 지난 5월 중순 어느날. 일본국민들의 시선은 오후 내내 석간신문 톱뉴스에 꽂혀 있었다.NHK 등 거의 모든 방송들도 밤늦게까지 고액납세자랭킹을 빅뉴스로 다루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당겼다. 매년 한 번씩 발표되는 내용이지만 올해 역시 일본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은 각별했다. 과연 지난해에는 누가 돈을 많이 벌었고, 누가 스타 갑부로 떠올랐는지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명단을 분석한 일본언론의 시각은 일치했다.‘주식갑부의 퇴조와 빠찡꼬, 소비자금융업자들의 대약진’이 언론의 지배적인 평가였다.상위 100위까지의 납세자 중 주식을 팔아 돈방석에 앉은 사람의 수는 모두 27명으로 2000년의 49명보다 22명이나 줄었다.그러나 빠찡꼬와 소비자금융(대금업)업자들의 상황은 달랐다. 소비자금융업자들은 프로미스, 다케후지 등 대형업체의 사장을 비롯한 5명이 100위 이내에 얼굴을 내밀었다.소비자금융업자, 돈방석 앉아언론은 고액납세자랭킹에서 소비자금융업체의 최고경영자들이 두각을 나타낸 것이 우연이 아니었다고 분석했다.최근 수년간 초고성장가도를 달려온 이들의 기세가 고액납세자명단에서도 확인됐다고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지금도 크게 바뀐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금융업체들에 대한 일본언론과 고객들의 시각은 수년 전만 해도 우호적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금융사각지대의 약자를 등치는 악덕장사꾼이라는 인상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60년대 초부터 싹튼 소비자금융업은 ‘사라킹’(월급쟁이라는 의미의 ‘샐러리맨’과 돈을 뜻하는 일본어 ‘킹’의 합성어)이라는 단어를 탄생시키며 서민들을 등치는 장사의 상징으로 꼽혀왔다.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연 100%대의 살인적 고금리를 받아내 사회적 지탄을 받기도 했으나 비판여론에 몰리면서 점차 이율을 낮추고 영업기반을 넓혀 왔다. 지난 91년을 정점으로 숫자가 줄기는 했지만 대금업협회의 회원사수는 2000년 말 현재 1만1,200개사를 웃돌고 있으며, 이중 무담보대출 전문업체만도 6,000여개를 헤아리고 있다.소비자금융업체들의 이자율은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연 109.5%에 달했으나 83년 73%, 86년 54.75%, 91년 40.004%, 2000년 29.2%로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왔다. 일본정부의 출자법상 금리상한에 묶인 결과였다. 그러나 일본 금융계의 실정에 비춰 본다면 29.2%도 낮은 수준이 절대 아니다.1일짜리 무담보 콜금리가 사실상 제로인데다 대형민간은행들이 고객에게 지급하는 보통예금 1년 이자가 100만엔에 10엔(0.001%)인 점만 감안해도 그렇다. 서민들이 빌려 쓰는 장기대출이율도 기껏해야 3~4%대다. 은행이나 우체국 창구를 통할 때보다 최소한 8배나 되는 부담을 각오해야 하는데도 일본인들은 이 돈을 두려움 없이 쓰고 있는 것이다.일본언론과 전문가들은 소비자금융업체들의 고성장을 이끈 견인차로 사회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제도적 뒷받침, 그리고 업체들의 집요한 선전공세 등 세 가지를 꼽고 있다.다케후지, 아코무, 아이플, 프로미스 등 대형 4개사가 지난 5월에 발표한 2001 회계연도 영업수익은 다케후지 4,254억엔, 아이플 3,971억엔, 아코무 4,149억엔, 프로미스 3,944억엔이었다. 전년 대비 5.8%(다케후지)에서 최고 41.5%(아이플)가 늘어난 수치였다.대출잔액은 1위인 다케후지가 1조7,666억엔을 기록한 것을 비롯, 아이플 1조6,359억엔, 아코무 1조6,186억엔, 프로미스 1조5,432억엔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대금업체 시장, 신문 전면광고 등장4개 업체만 놓고 볼 때 이들은 6조5,643억엔 규모의 여신을 깔아 놓고 무려 1조6,318억엔의 영업수익을 올린 결과가 됐다.대형대금업체는 이제 스포츠팀까지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다케후지의 여자배구팀 인수다. 다케후지는 2001년 8월14일 유통업체 이토요카도가 갖고 있던 여자배구팀의 인수 사실을 발표, 스포츠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아이플은 신인탤런트 발굴을 위해 전국 각지를 돌며 치른 이벤트를 통해 2001년 8월 나가노현 출신의 후지사와 준코(23)를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벤트에 응모한 사람들은 무려 7,300여명. 아이플은 7,000대1 이상의 바늘귀를 뚫고 영광을 차지한 후지사와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한편 연예활동을 적극 후원해 젊은층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하지만 소비자금융업계의 외부환경이 호재로만 채워진 것은 아니다.대출금리 상한이 29.2%로 묶여 있다 하더라도 고이자와 무분별한 판촉공세는 여전히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각 업체간 영업, 자금력 및 조직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면서 대형업체들에 의한 중소업체 매수, 합병 사례가 크게 늘어날 것이 분명한 상태다.시장이 포화상태로 접어들면서 경쟁 격화로 대출이율은 낮아질 가능성이 높은 반면, 은행, 외국자본을 등에 업은 신규 참가업체들은 저이자를 앞세워 기존업체들의 기반을 파고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환능력을 상실한 개인파산자가 꼬리를 무는 것 또한 적신호가 되고 있다.한편 소비자금융업체들이 고성장가도를 질주함에 따라 이들을 향한 은행, 카드사들의 러브 콜도 잇따르고 있다.산요신판, 프로미스, 아코무 등은 미쓰이스미토모, 도쿄미쓰비시, UFJ 등 대형금융그룹과 손잡고 전문회사를 세워 또 다른 시장개척에 나서고 있다. 성장비결이 학계로부터도 주목받고 있지만 소비자금융업에 대한 전체적 인상은 아직 밝다고 보기 어렵다.아코무의 기노시타 모리요시(52) 사장은 지난 4월 자신이 등장한 전면광고를 신문에 대문짝만 하게 실었다. 양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그가 미소와 함께 ‘고객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 기업광고였다.이 회사의 와타나베 노리요시 경영전략본부장은 “광고는 사장이 사실상 사원들에게 던진 메시지였다”며 “(고리대금회사에 다닌다고 위축되지 말고) 믿고 따라 달라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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