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대상 온라인 비즈니스 ‘급성장’

게이와 레즈비언. 이른바 동성애자들. 오랫동안 정상적인 사회에서의 ‘일탈’ 현상으로 여겨졌지만 요즘에는 당당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여겨지고 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그렇다. 특히 인터넷상에서는 더욱 귀한 손님들이다. 신분 노출이 필요 없는 인터넷은 이들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고파는 등 경제활동을 하는 데 더없이 좋은 공간이기 때문이다.여행사인 오르비츠(Orbitz)는 지난여름부터 자사 웹사이트(Orbitz.com)에 게이와 레즈비언 섹션을 정중하게 만들어놓고 있다. 세계 최대 이동전화업체인 모토롤러도 예외가 아니다. 온라인 자동차딜러인 카즈디렉트닷컴(CarsDirect.com)은 최근 동성애자들을 위한 대표적인 웹사이트인 게이닷컴 등에 자사의 웹사이트를 연결해 놓았다.미국의 게이와 레즈비언은 대략 1,650만명으로 추산된다. 외부노출을 꺼리는 사람들을 포함하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온라인 경영자들에게는 주목할 만한 떠오르는 시장이다. 올해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e비즈니스의 원년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인터넷 속에서의 각종 사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게이와 레즈비언들은 통상 일반인들보다 고학력이고 컴퓨터를 잘 다루는 경향이 있다는 게 인터넷 경영자들과 관련 연구기관들의 분석이다. 이들은 또 대부분 자녀들을 두지 않아 가처분소득이 더욱 많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테크놀로지컨설팅업체인 포리스터의 헨리 하트벨드 애널리스트는 “게이, 레즈비언은 일반인들보다 온라인을 더 오래 사용해 왔고, 온라인 구매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며 “이 사회를 무시하는 온라인 비즈니스는 앞으로 성장기회를 잃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한다.오르비츠, 공격 비즈니스 ‘앞장’현재 인터넷상에서 게이와 레즈비언을 가장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회사는 오르비츠. 지난 6월 게이, 레즈비언 버전을 만들어 이들이 좋아하는 캘리포니아 팜비치나 매사추세츠주의 프로빈스타운 등 유명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다. 자녀를 두고 있는 게이, 레즈비언이 자녀들과 함께 여행하는 데 필요한 조언도 싣고 있다.올리비나 아틀란티스 이벤트와 같은 잘 알려진 게이, 레즈비언 여행사의 휴가상품을 소개하기도 하는 오르비츠의 마케팅담당 임원 마이클 샌드스는 “이런 노력은 지금까지 좋은 결과를 낳고 있다”며 “마케팅 대상 그룹 중 이보다 더 좋은 그룹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샌드스는 정확한 매출규모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대략 월 평균 10만명이 회사 사이트의 게이섹션을 찾는다고 말한다. 게이 사이트를 찾는 사람들의 여행예약비율은 일반 오르비츠닷컴을 찾는 사람들보다 50% 이상 많다는 것. 오르비츠말고도 엑스피디아닷컴, 플레넷아웃닷컴 등 많은 여행 관련 업체들이 게이, 레즈비언 포털을 만들어 놓고 영업을 하고 있다.신형차와 중고차를 온라인으로 파는 카즈디렉트닷컴은 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자신의 웹사이트를 게이포털의 엔터테인먼트 섹션들에 연결해 놓아 게이, 레즈비언이 자신들에게 맞은 자동차의 가격이나 성능 등을 자세히 알 수 있도록 해놓고 있다.이 회사의 척 후버 마케팅담당 부사장은 “이들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 등을 통해 게이, 레즈비언이 원하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곤 한다”며 “게이포털에 광고를 내거나 사이트를 연결하는 비용 이상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얘기한다.그는 “아직 게이나 레즈비언만을 위한 별도의 사이트들 만들 필요성까지는 느끼지 못한다”면서 “한 번 사이트에 들어가면 많은 사람들이 거의 비슷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만큼 이 사이트로 유도하는 전략수립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게이·레즈비언 대상 마케팅도 활발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이 몇 년 전부터 게이마케팅에 뛰어들었다면 온라인시장의 게이비즈니스 분야에는 일대 지각변동이 있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직 대기업이 눈치 채지 못한 이 시장에서 일부 선발주자들이 각축을 벌였고, 지금은 몇 개의 시장리더들이 구축돼 있는 상황이다.대표적인 업체가 플레넷아웃 파트너스(PlanetOut Partners)로 이 회사는 재정적으로 상당히 안정된 상태다. 플레넷아웃 파트너스는 그동안 인수합병(M&B)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500만명 이상의 게이, 레즈비언을 고객으로 확보해 놓고 있다.이 회사의 COO인 마크 엘더킨은 “광고주들이 자사 사이트에 90일만 광고를 하면 전 미국 게이, 레즈비언 인구의 최소한 3분의 1에는 접근할 수 있다”고 자신할 정도다. 이 회사는 게이 이외에도 흑인이나 남미계 등 소수그룹에 대한 차별화된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게이, 레즈비언을 대상으로 온라인 마케팅을 하거나 자사 웹사이트의 일부를 이들을 위해 할애하는 회사들은 직접적인 영업이익 이상의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모토롤러에서 게이, 레즈비언 비즈니스위원회의 공동의장직을 맡고 있는 개인통신 부문 영업담당 매니저인 로버트 윌리엄스는 “게이와 레즈비언에 대한 공개 마케팅은 회사 내의 게이와 레즈비언에게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길 수 있게 되는 등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고 설명한다.대표적인 예가 지난여름에 실시한 ‘모토프라이드’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게이와 레즈비언 인구가 많은 뉴욕과 캘리포니아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모토롤러측에서 게이 프라이드 페스티벌의 후원을 담당하면서 행사경비를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모토롤러 웹사이트의 일부를 게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 사이트에서는 모토롤러 신형 휴대전화를 타기 위한 각종 게임이 벌어지기도 했다.지난여름 이 사이트를 방문한 사람은 7,000명 이상이고, 게임에 참여한 사람도 1,700명에 이르고 있다. 윌리엄스 매니저는 “휴대전화 판매는 모두 오프라인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이 캠페인이 얼마나 직접적인 매출증대로 이어졌는지는 측정하기 힘들다”고 말하지만 “행사기간에 게이, 레즈비언 사회로부터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다”며 간접적인 효과가 컸음을 강조했다.모토롤러는 게이, 레즈비언을 위한 웹사이트 등 온라인 마케팅을 계속 실시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출산율이 낮아지고 기존의 소수그룹이 다수그룹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기업의 이익추구를 위해서는 이 같은 그룹에 대한 접근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모두 인식하고 있다. 이제 어떤 사업을 하든지 게이, 레즈비언을 무시하고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결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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