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건강식품시장 진출 러시

요즘 건강식품업체들에는 긴장감이 넘친다.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새 강자(롯데제과)가 나타났기 때문. 롯데의 진출이 던진 충격파는 예상외로 컸다. 이제껏 건강식품시장을 쥐고 흔들던 중소 전문 업체나 방문판매업체들은 ‘비상등’을 켜고 새로운 전략짜기에 부심 중이다.이뿐만이 아니다. 이미 올 초부터 꾸준하게 영토확장을 꾀해온 제일제당과 대상 등 식품업체들도 ‘롯데 경계령’이 내려지면서 행보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간 내부적으로 진출을 모색하고 있던 대기업들도 ‘여기서 밀리면 따라잡기 힘들다’는 생각에 진출시기를 앞당길 예정이다. 이처럼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시장공략은 건강식품시장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전망이다.현재 건강식품시장에 이미 참여했거나 참여를 준비하고 있는 대기업은 식품업체와 제과업체 대다수로 보면 된다. 롯데제과의 참여로 발등에 불이 붙은 제과업계에서는 동양제과가 별도 사업부를 설립했고, 해태제과, 빙그레 등도 내부적으로 시업진출을 확정하고 진출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일제당과 대상이 건강식품을 주력사업으로 정하고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식품업계에는 동원그룹 계열사인 동원F&B가 내부적으로 10종의 건강식품을 개발한 가운데 진출 초읽기에 들어갔다.그렇다면 대기업들이 건강식품시장 진출이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우선 현대인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5일 근무’ 등 ‘삶의 질’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레저문화 확산과 함께 건강이 소비자들의 주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관련 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것. 업계에서는 “건강식품은 해마다 10~20% 이상 소비가 늘어나는 고성장산업”이라고 파악하고 있다.이는 건강식품시장의 매출추이를 보면 쉽게 이해된다. 건강보조식품은 90년 초 2,000억원이던 매출이 96년 1조1,000억원까지 커졌다가 IMF 외환위기 당시 하락세를 보여 98년 5,000억원까지 줄어들었지만 99년 이후 연평균 30% 정도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99년 8,700억원, 2000년 1조원, 2001년 1조1,500억원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는 전년 대비 20% 정도 늘어난 1조4,000억원 규모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이와 함께 유통구조가 크게 변화하고 있는 것도 대기업의 참여를 부채질하고 있다. 즉 다단계나 방문판매 위주에서 편의점, 할인점 등 신유통망으로 유통경로가 다양해지면서 그만큼 진출폭이 넓어졌다는 것이다.이전까지 건강식품은 방문판매나 다단계 판매, 약국 판매 등이 주류를 이뤘다. 업계에 따르면 2000년 기준 국내 건강식품 유통경로는 방문판매 37%, 다단계 27%, 총판 22%로 1대1 판매에 의존하는 비율이 무려 86%에 달했다.이에 비해 약국, 소매점, 전문점, 통신판매 등 일반 유통은 14%에 불과하다. 참고로 미국은 1대1 판매 21%, 일반유통 79%로 우리나라와 정반대다. 아울러 다단계나 방문판매의 단점인 유통마진이 높아 소비자의 가계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방문판매의 경우 유통마진이 84%, 다단계는 70%, 총판은 90%에 달하는 반면, 전문점은 55%에 불과하다.대기업 참여로 소비자 선택폭 확대게다가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지난 2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조사한 ‘방문, 전화 권유판매 소비자피해 실태조사’ 결과 건강보조식품이 조사대상 8,200건 중 1,154건(14%)으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또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건강식품 판매원들은 방문판매(74%), 노상판매(23.6%) 등을 통해 충동구매(53.4%)나 미성년자 계약(38.3%)을 유도하는 상술을 써온 것으로 밝혀졌다.결국 건강식품의 유통경로가 미국이나 일본(일반 유통 36%)처럼 편의점이나 할인점 등 시중 유통망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예측이 대기업의 참여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최태진 롯데제과 건강사업부문장(이사)은 “불필요한 유통단계로 인해 생긴 마진을 줄여 제품가격을 낮추고 대기업 브랜드로 신뢰감을 심어준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아울러 건강식품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대기업들의 활동범위가 넓어진 것도 한몫 했다.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돼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률안이 시행되면 건강식품의 제조ㆍ가공업체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판매업체도 기초단체장에게 의무적으로 신고해야한다. 또 그동안 금지돼 온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표시 및 광고가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기존 영세업체들의 설자리가 좁아질뿐더러 광고를 통해서도 식품의 효용성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1대1 판매를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자본력과 유통망이 막강한 대기업들에 유리한 대목이다.그럼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일단 롯데 등 대기업의 진출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쪽은 건강식품을 주력으로 삼았던 암웨이, 허벌라이프 등 외국계 다단계업체와 남양알로에, 세모 등 방문판매업체 등이다. 복잡한 유통 및 수익구조를 통해 원가 대비 높은 수익률을 올렸던 이들 업체는 대대적인 판매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그러나 일각에서는 대기업들의 진출이 선발업체들의 시장을 빼앗기보다 ‘일반 유통’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생겨나 시장의 덩치를 키울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분명한 것은 안심하고 품질 좋은 건강식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의 요구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따라서 대기업들의 참여가 소비자들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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