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성장률 5.5~6%선 예상

2003년 국내 경제는 다소 어두울 것으로 보인다. 재정경제부 및 한국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대우증권 등 주요 경제연구소들은 내년 경제성장률, 물가, 경상수지 등 주요 국내 경제지표들이 올해보다 나빠질 것으로 한결같이 분석했다.(표 참조) 여기에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한 심리적인 불안요인이 크게 반영됐다. 하지만 실제 공습이 이뤄지고 장기전으로 이어질 경우 국내 경제에 큰 충격을 안겨다줄 것으로 예상된다.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두 가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쟁이 초기에 끝나지 않는다면 국제유가의 불안을 불러오고 이는 국내 경제의 대외거래, 물가 등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얘기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경제의 소비와 투자심리를 급격히 냉각시켜 수출에 차질을 빚게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미국이 ‘더블딥’(Double Dip)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태가 조기에 종결된다면 사정이 달라질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사담 후세인의 제거를 뚜렷한 목표로 삼고 있어 단기 군사작전으로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할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이에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내 경제에 대한 부정적 효과의 크기는 미국의 대이라크의 전쟁상황이 얼마나 길어지느냐’에 따라 사정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오는 12월 대통령선거도 내년 국내 경제에 영향을 끼칠 변수다. 그러나 올해 중 이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기 때문에 내년 경기향방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는 보지 않는 분위기다.경제성장률·민간소비·투자올 하반기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던 국내 경제가 8월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한 집중적인 정부지출과 수출회복세에 힘입어 올 연간성장률이 지난해(3%)의 두 배 수준으로 뛰어오를 것으로 각 경제연구소들은 전망하고 있다.이에 2003년 경제성장률은 5.5~6%로 2001년(3%)보다는 두 배 가까이 높지만 2002년 5.8~6.3%에 비해서는 다소 낮을 것으로 재경부 및 주요 경제연구소들은 전망하고 있다. 재경부는 내년 경제가 올해와 비슷한 수준(6%대)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내년 예산안을 짜놓았다.정부 관계자는 “최근 미국 경기의 회복지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많은 연구소들이 내년 경제전망을 다소 하향 조정하고 있지만 투자와 수출회복 추세를 감안할 때 실질 경제성장률이 올 수준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민간소비는 물가상승, 임금상승률 둔화로 가계의 구매력 증가세가 둔화되고, 평균소비성향이 하락하면서 올해보다 다소 낮은 5.3~5.7%를 기록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이는 올 2/4분기 들어 소비증가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가계대출 억제정책을 시행하는 등으로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데다 이 같은 추세가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추측에서 비롯됐다. 올 민간소비지출 증가율 예상치는 5.8~7%.내년 건설투자는 올 상반기까지 건설투자에 유리하게 작용했던 확대재정이 중립을 견지하고 있고 부동산경기 억제책 등으로 주택건설의 증가세가 올 하반기 들어 둔화되면서 연간 3.1~4%대의 낮은 증가세를 기록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내년에 금리가 상승될 경우 건설투자의 둔화폭은 좀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올 하반기 이후 건설수주, 건축허가면적 등 건설경기 선행지표들의 둔화세가 지속되더라도 이미 확보된 건설수주 물량을 감안할 때 내년 건설투자는 일정 수준은 유지할 것으로 주요 경제연구소들은 전망하고 있다.경기가 흐린 건설투자와 달리 설비투자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맑음’이 우세하다. 경기회복세의 지속, 견조한 수출증가 전망 등으로 설비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는데다 지난 2년 동안 설비투자가 부진한 데 대한 상대적 영향으로 주요 연구소들은 2003년 설비투자가 올해(6.1~7.4%)보다 높은 8~12%대로 보고 있다.수출입·경상수지내년 수출증가율은 올해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데 각 연구소들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다만 증가율 수치에 있어서는 약간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수출은 미국경제의 회복속도가 관건이기는 하지만 올 하반기는 물론이고 내년에도 두 자릿수의 증가세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하고 있는 반면, 나머지 연구소들은 6.4~8%대로 예측하고 있다.수입에 대해선 한결같이 수출증가율을 앞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과 설비투자 확대로 인한 자본재 수입 및 환율하락에 따른 소비재 수입 증가가 주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우증권(6.6%)을 제외한 각 연구소들은 수입증가율이 10%를 넘을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경상수지와 관련, 정부 및 한국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 등은 올해 30억~40억달러의 흑자에서 소폭의 적자를 전망하고 있는 반면, IMF, 현대경제연구원, 대우증권 등은 소폭이나마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원화절상과 수입유발적인 수출구조로 수입증가율이 수출증가율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여행수지 악화 등으로 서비스수지도 만성적인 적자 기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소비자물가올 하반기 소비자물가는 내수둔화와 원화강세의 영향으로 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낮은 상승률에 대한 반사효과로 올 하반기 중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상반기 2.6%보다 높을 것이라는 보고서가 쏟아지고 있다.내년에는 물가상승 압력이 점차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마찬가지다. 경기상승에 따른 총수요 압력 확대와 풍부한 시중 유동성, 국제유가의 불확실성, 그리고 새정부 출범 이후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 등이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5%대 수준임을 감안할 때 올해와 내년의 6% 가까운 성장은 완만하게나마 인플레 압력이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여기에다 통화당국의 저금리 정책과 은행의 가계대출, 부동산 구입자금 대출, 신용대출 확대 등 유동성 증대가 물가불안을 야기할 우려도 있다”고 분석했다.물가불안의 요인으로 장기적인 주택가격 폭등으로 인한 자산가격의 버블, 자산효과에 의한 소비증대 등의 현상도 지적되고 있다. 국제유가 역시 물가불안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물론 미국이 이라크 공격 후 전쟁을 조기에 매듭짓는다면 사정이 달라지게 된다. 내년 소비자물가는 올해(2.8~3%)보다 약간 상승한 3.2~3.5% 선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금리·환율주요 경제연구소들은 장기금리는 그동안 미국경기의 불투명성과 채권공급 부족으로 인해 가려졌던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의 영향력이 점차 대두돼 2003년에는 점진적으로 상승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예컨대 그동안 예금상품의 낮은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은행권과 투신권에 머물러 있던 자금들이 자본시장의 직·간접투자상품으로 돌아와 실물시장과 괴리를 좁히는 차원에서 장기금리가 상승할 것이란 얘기다. 내년 회사채수익률(3년 평균)은 올 7%대에서 7.5~8% 선으로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올 상반기 중 원/달러 환율은 줄곧 1,300원대를 유지하다가 4월 이후 급격히 하락, 7월 하순 달러당 1,165원까지 내려 4월 중순의 고점에 비해 14%의 절상률을 기록했으며, 최근에는 다시 달러당 1,220원 선에서 유지되고 있다.최근의 달러화 약세 추세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주식시장 침체 등의 구조적 문제에 따른 조정과정이어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제외환시장에서의 달러화 약세 추세를 반영, 원화환율은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걸쳐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내년 하반기에는 미국경제 전반에 걸쳐 실추된 신뢰가 회복되고 기업 수익 개선 등 미국경제의 회복세가 진행됨에 따라 원화환율은 다시 상승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경제연구소들은 추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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