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넷서비스 놓고 ‘티격태격’

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의 대립이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는 세계 6위권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대표적인 산업을 상징한다. 할리우드는 음악, 영화 등의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중심지이며 실리콘밸리는 정보기술(IT)로 대표되는 하이테크산업단지다.모든 전쟁이 그러하듯 이들의 전쟁도 영토(사업영역)싸움이다. 실리콘밸리는 IT의 활용 분야를 음악, 영화 등으로 확대해 시장확장을 추구하는 반면, 할리우드는 이 같은 시도가 자신의 생존 기반을 허물고 있다며 대항하고 있다.이들이 최근 가장 첨예하게 맞붙은 분야는 영화. 인터넷을 통해 영화를 서비스하려는 IT업계의 시도에 대해 엔터테인먼트업계는 불법복제를 성행시켜 영화시장을 축소시킨다며 적극적으로 저지하고 나섰다.특히 영화업계는 정치권을 움직여 PC에 대해 저작권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정부차원의 표준을 만들거나 디지털표식(Watermark)을 변조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제출된 상태다. 이들은 또 법무부 장관에게 P2P시스템 운영회사나 개인이용자들을 기소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IT업계의 반격도 만만찮다. 인터넷으로 영화를 서비스하는 인터테이너(www.intertainer.com)가 메이저 영화사를 상대로 반독점소송을 낸 것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 9월23일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낸 소장에서 AOL타임워너, 비방디유니버설, 소니 등 3개사가 담합해 디지털 방식의 영화배급가격을 정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인터넷 영화서비스를 지연시킨 다음 무비링크(www.movielink.com)를 공동으로 설립, 이 시장을 독점할 가능성이 생겼다고 강조했다.IT업계도 워싱턴 정가를 움직였다. 특히 미국경제의 회생을 위해서는 초고속인터넷의 보급을 확대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의 보급이 필요하다는 점을 워싱턴 정가에서 설파하고 다녔다. 그 덕분인지 최근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회는 할리우드가 더욱 많은 콘텐츠를 온라인시장에 개방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 실리콘밸리의 손을 들어줬다.할리우드의 실리콘밸리 ‘딴지걸기’는 20여년 전부터 시작됐다. 소니가 지난 84년 베타맥스 VCR를 내놓자 영화사들은 영화를 복제해 시장이 줄어들 것이라며 이 제품의 판매금지를 요청하는 소송을 냈다. 7년간에 걸친 법정싸움 끝에 할리우드는 패소했지만 VCR시장이 커지면서 영화대여산업이 급성장, 극장수입을 능가하게 돼 예상치 못한 이익을 챙겼다.할리우드의 실리콘밸리에 대한 공격은 하이테크의 발전속도가 빨라진 90년대 후반에 더욱 잦아졌다. MP3플레이어와 TV녹화장치(PVR)에 대한 판매금지소송, 음악파일 공유 사이트인 냅스터에 대한 서비스중단소송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의 대립은 신기술에 대한 할리우드의 부정적 시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기술발전이 자신들의 시장을 앗아간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신기술은 영화산업의 발전과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란 게 실리콘밸리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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