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채용 대세 “부지런해야 취업문 뚫는다”

채용예정 기업 82%가 수시채용 선호 … 전기전자ㆍ금융ㆍ유통업종 채용규모 크게 늘려

올 하반기 채용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수시채용의 증가와 전기전자ㆍ정보통신ㆍ금융ㆍ유통 분야의 대규모 채용을 들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채용형태와 관련해 수시채용을 택하고 있고, 경기의 전반적인 상승에 힘입어 일부 업종에서는 상당한 규모의 인력채용을 준비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 입장에서는 수시채용에 대비하고, 상대적으로 취업문이 넓은 업종을 두드린다면 의외로 쉽게 관문을 통과할 수도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한때 국내 기업들은 특정한 날짜를 정해 채용을 하던 정기채용을 선호했다. 대개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집단적으로 입사시험을 실시했다. 특히 개별 계열사가 아닌 그룹별로 필요한 인력을 뽑는 경우가 많아 정기채용은 어떤 면에서 효율적이었다. 선발 후 연수를 함께 실시할 수 있다는 점도 정기채용의 이점 가운데 하나였다.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풍속도는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인터넷의 보급 이후 원서를 인터넷으로 접수하는 곳이 늘었고, 채용패턴 역시 수시채용 쪽으로 급격히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하반기 채용의 경우 수시채용이 대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완전히 자리잡아 가는 모습이다.최근의 채용 관련 조사에서도 이는 뚜렷이 드러난다. 인크루트가 528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하반기 채용형태를 조사한 것을 보면 채용계획을 확정한 기업 가운데 무려 41%가 수시채용만으로 인력을 선발하겠다고 대답했다. 또 41%가 정기채용과 수시채용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82%가 채용형태로 수시채용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대표적인 수시채용 기업으로는 삼성전자, 대우전자, 삼보컴퓨터, SK텔레콤 등의 전기전자 관련 대기업을 들 수 있다. 또 포스코, 르노삼성자동차, 한국타이어,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등 국내의 대표적인 제조업체들도 수시채용으로 사원을 뽑을 예정이다.전기전자 업종을 비롯한 대형제조업체는 생산설비가 구축돼 있는데다 사업부문의 다양성으로 각 사업부 단위에서 비정기적으로 필요인력이 발생해 수시채용을 선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유통과 식음료 업종의 기업들도 수시채용을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통의 경우 최근 국내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전국에 영업점을 내고 있어 인력에 대한 수요가 수시로 발생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때 구조조정을 하느라 거의 채용을 하지 않았던 금융회사들 역시 올해는 수시채용 방식으로 적잖은 인력을 뽑을 예정이다.기업들이 정기채용보다 수시채용을 선호하는 이유는 인원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1년에 한 번 대규모로 인원을 뽑을 경우 배치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수시채용을 하면 이런 단점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또 특정 부서에서 인력을 요청할 경우 다른 부서의 인력을 빼오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 수시채용을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수시채용의 경우 한 달 정도면 채용일정을 끝낼 수 있어 새로운 직원을 수혈하는 데 안성맞춤인 셈이다.수시채용, 인력 탄력적 운용에 유리지원자에 대해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점도 수시채용의 강점으로 꼽힌다. 사실 과거 그룹공채 방식으로 수천명을 한꺼번에 선발하는 경우 각 개인의 능력이나 적성을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특히 계열사가 많은 그룹의 경우 채용인원이 너무 많은데다 지원자 역시 수만명에 이르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달리 방법이 없었다.하지만 수시채용은 이런 단점을 충분히 메워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단 뽑는 인력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데다 지원자격을 세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수정예를 선발하는 데 다른 어떤 채용방식보다 유리한 것이다.최승은 인크루트 팀장은 “아마 수년 내에 정기채용 방식은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미 80% 이상의 기업이 수시채용을 채택하는 만큼 지원자들도 취업 관련 정보를 얻는 데 이를 참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수시채용이 하반기 채용시장의 큰 트렌드를 형성하는 가운데 특정 업종의 활발한 인력채용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IMF 외환위기 이후 채용시장이 극심하게 얼어붙었던 것을 감안할 때 올해 하반기 일부 업종에서 대거 인력채용에 나서는 것은 취업희망자들 입장에서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가장 주목받는 업종은 전기전자와 정보통신 분야다. 모든 관련 업체들이 신규인력 채용에 나섰다고 할 만큼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000명 이상의 신규인력을 뽑을 예정이고, 그동안 경영상 적잖은 어려움을 겪어온 대우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도 200명 안팎의 직원을 새로 채용할 방침이다. 삼성전기, 큐리텔, 현대오토넷, LG산전, LG이노텍, 삼성SDI, 삼성코닝 등도 100명 안팎의 직원을 신규로 뽑을 계획이다.교육과 유통 관련 업체들 역시 지난해보다 크게 늘려 뽑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학습지와 유아교육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 교육 부문의 경우 어림잡아 1만명 이상의 신규인력을 뽑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관측하고 있다.이는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유통업체들 역시 영업점의 대폭적인 확대로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하반기에 대대적인 충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대표적 유통기업인 신세계와 롯데의 경우 경력직과 고졸사원을 포함해 채용규모가 각각 2,000명을 넘을 전망이다.건설업과 금융 분야 역시 부실이 대부분 제거된데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인원을 크게 늘려 뽑을 전망된다. 건설업의 경우 건설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며 대형업체들을 중심으로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더 채용할 계획이다. 대대적인 구조조정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금융 부문도 사정은 비슷하다.인크루트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금융권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 50% 가량 늘어난 인력채용이 예정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국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 대구은행, 한미은행, 대우증권, 교보증권, 교보자동차보험, 동부화재 등은 100명 안팎의 대규모 인력채용을 준비하고 있어 예년에 비해 취업문이 훨씬 넓을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 무려 230여명을 채용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이밖에 제약회사들 역시 영업과 연구, 관리직 중심으로 지난해보다 채용을 늘리고 있다. 일동제약이 50명의 신입사원을 뽑는 것을 비롯해 보령제약 60명, 종근당 40명, 중외제약 50명, SK제약 23명, 글락소스미스클라인 13명 등 대부분 지난해보다 20~30% 정도 늘려 잡고 있다.이에 비해 조선ㆍ기계ㆍ철강 관련 업체들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줄여 사원을 뽑을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최대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에 275명을 채용했으나 올해는 260여명으로 다소 줄일 예정이다.또 삼성중공업 역시 지난해보다 20여명 줄어든 40~50명 정도만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상반기 170명을 채용한 대우조선해양은 하반기 채용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건설경기 회복으로 내수가 살아나고 있으나 통상마찰 등 대외적인 여건이 좋지 않아 올 하반기 채용규모를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할 방침이다. 포스코가 170명의 신입사원과 연구 및 해외인력을 채용할 계획이고, INI스틸은 아직 정확한 채용규모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김농주 연세대 취업담당관은 “몇몇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분야에서 지난해보다 채용인원을 늘려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취업준비생들은 자신이 희망하는 분야에 대한 정보를 꼼꼼히 살핀 다음 합격 가능성을 감안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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