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통해 본 인간의 서바이벌 기록

● 최영순 지음/부키/2002년/356쪽/1만2,000원

‘결혼은 비즈니스다.’마치 결혼정보회사의 광고 문구를 보는 듯한 이 말은 어쩌면 14세기 유럽에서도 유행했었는지 모른다.14세기 유럽은 남성 과잉 사회에서 여성 과잉 사회로 바뀌면서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산업화 이전인 이 시기에 결혼은 경제적인 면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특히 귀족들의 결혼은 조혼이 많았다.당시 결혼은 봉건체계에서 부친이 사망했을 때 군주에게 재산이 귀속됨을 막는 한 방편이기도 했던 것. 실제로 교회가 인정하는 결혼연령은 12세였다. 평민들의 결혼풍습도 마찬가지. 수공업자들의 결혼 역시 ‘비즈니스적’ 성격이 강했다.이 같은 유산상속과 연결된 ‘결혼의 경제학’은 중세를 넘어 산업화시기에도 이어졌다. 지금 이 시대에 유행하는 결혼정보회사들도 다소 차이는 있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을 결정짓는다는 점에서는 먼 이국땅의 옛 결혼풍습과 무척 닮아 있다.는 ‘일반인을 위한’ 경제사 책이다. 거시적으로는 인류 5,000년 역사를 통한 자본주의의 전 과정을 보여준다. 또 미시적으로는 위의 결혼의 경제학처럼 경제와 생활의 연관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딱딱한 학자와 이론의 나열이 아닌 삶의 현장에서 나타나는 모습을 통해 실물경제학을 제시하는 것이다.저자는 책을 5부로 나눠 고대에서부터 현재까지의 경제생활을 짤막한 일화들을 모아 철저하게 이야기 중심으로 풀어가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류 5,000년의 경제활동 속에서 과연 경제를 움직이는 힘은 어디서 나왔고, 그것이 어떻게 세상을 바꿨는지 등의 주요 관심사를 독자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이야기의 소재를 후추, 사탕무, 설탕 등의 친근한 일상용품에서 찾고 있다.따라서 이 책은 경제사 교과서, 특히 대안교과서에 가까운 책이다. 흥미롭고 약간은 가벼운 듯한 일화들이 모여 반만년의 인류역사를 모두 구현해내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기 때문이다.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고대에서 중세까지의 경제생활은 인물과 사건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특별한 변화가 없던 중세에서 근대 이전까지는 나름대로 경제에 변화를 일으켰다고 보는 사건들을 ‘무엇이 경제를 움직였는가?’라는 제목으로 보여주고 있다.신대륙 발견에서 산업혁명까지의 시기는 선진국들의 공업화 과정을 들어 보여주고, 그 결과물인 자본주의의 장단점을 따져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현시점에서 경제를 바라보는 역사서인 만큼 미래에 대한 전망도 담고 있다. 과거로부터 이어져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경제적 문제 거리들을 논의 과제로 제시하는 것이다.책장을 덮고 나면 ‘경제사가 순전히 경제적일 수만은 없다’는 경제학의 거목 슘페터의 말이 마치 이 책의 발간이 끝난 뒤에 나온 얘기처럼 느껴진다. 역사 속에 나타나는 경제적 변화가 끊임없는 사회적 변화를 유도하고 있음을 다양한 일화를 통해 거듭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것이 ‘경제사’는 경제학을 공부하는 학생들만을 위한 것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학문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철저하게 이야기 중심으로 풀어 ‘일반인을 위한 경제사 책’을 표방했다는 이 책의 시도는 인정해줄 만하지 않을까.미국서평 / 고객경험 경영충성도 높은 고객을 보유하라● 숀 스미스 외 지음/파이낸셜 타임스/2002년/288쪽/68.98달러최근 경영 조류에 대해 다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든 고객이 왕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제는 귀가 닳을 정도로 듣고 또 들은 ‘80/20 법칙’을 따져 봐도 그렇고, 실제로 기업에 수익을 안겨주는 고객은 분명히 따로 존재한다. 그러나 수많은 고객들 중에서 누가 왕인지 어떻게 구분해낼 것인가.기업에 있어서 최고의 고객을 맞는 방법은 바로 다른 경쟁사와는 절대 거래를 하지 않을 정도로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다.숀 스미스와 조 휠러가 저술한 은 홍보에 돈 한 푼 들이지 않는데도 새로운 고객의 40%가 다시 찾아오는 회사, 고객들이 자신들의 친지와 동료들에게 상품 혹은 서비스를 자발적으로 그것도 열성적으로 소개해주는 회사, 그리고 다른 회사로 발길을 돌리는 것을 절대 상상할 수도 없는 고객들을 보유한 회사를 만드는 방법을 말하고 있다. 그 방법의 정점에는 고객의 경험이 있다. 즉 회사는 고객의 경험에 직접적으로 개입해 경험을 분석하고 발전시켜 회사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예를 들어 온라인경매회사 e베이를 살펴보자. e베이는 사용자들이 웹에서 겪게 되는 경험에 최우선 순위를 뒀고, 99년 이후부터는 새트매트릭스사를 통해 고객 피드백 시스템에 집중했다. 이것은 고객만족과 충성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이다.또한 e베이는 이에 그치지 않고 각 고객들이 특별한 관계라고 느낄 정도의 e메일을 보내 끊임없이 고객의 행동과 경험을 분석했다. 그리고 이렇게 도출된 결과를 웹에 적용하고 관리자들이 필요한 부분을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e베이는 살아 움직이는 회사다. 자신들이 경험한 것들이 그대로 적용되고 불만을 느끼기 전에 이미 조치가 취해지기 때문이다.저자들은 e베이와 같은 회사들은 고객들에게 단순한 만족감을 주는 것을 넘어서 그들을 회사의 대변자로 만드는 경영을 해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저자는 고객만족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치 않으며 만족된 고객은 충성스러운 고객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은 그 회사 외에도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다른 경쟁회사들의 유혹에 충분히 빠져들 수 있다.경쟁이 치열해져 가는 이 시대의 기업들은 충성도 높은 고객을 보유해야 한다는 게 이 책의 내용이다. 또한 그러한 고객은 어떻게 해야 형성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들은 고객 충성도 달성에 성공하고 있는 기업의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경영자나 관리자들이 고객의 관점에서 현재를 다시 생각해보고, 지속적이면서 의도적이고, 또한 차별화되면서도 가치 있는 고객의 경험을 창출하고 제공하는 방법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최종옥ㆍ북코스모스 대표 jochoi@bookcosmos.com신간 안내나는 네게 의미가 되고 싶다오대규 지음/한국경제신문/280쪽/8,500원‘선천성 뇌성마비 3급 장애. 전체수석으로 경영학과 입학. 애칭은 한국의 스티븐 호킹. 장애가 있는 1위 실적의 보험컨설턴트. 벤처회사 사장.’ 그가 이번에는 ‘작가’라는 경력을 하나 더했다. 모바일게임업체 노리넷의 오대규 대표가 장애를 뛰어넘은 자신의 성공스토리를 담담하게 그려가고 있다. 뇌성마비 장애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공평하다고 주장하는 저자의 인생에 대한 따뜻한 시각이 담겨 있는 책.부자의 꿈을 이룬 14명의 보통사람들게일 리버맨 외 지음/권치오 옮김/창해/288쪽/1만원‘부유한 부모도, 물려받은 재산도 없다. 나는 어떤 방법으로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부자들의 성공비결 나열에서 벗어나 보통사람 신분에서 부자가 된 사람들의 체험담을 담담하게 그린 책이다. 예를 들어 블루스 연주자 비비킹은 젊은 시절에는 길거리 연주자였지만 60세에 큰 성공을 거뒀다. 평범한 사람에서 부자로 변신한 14명의 이야기를 통해 보통사람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시기심:‘나’는 시기하지 않는다롤프 하우블 지음/이미옥 옮김/에코리브르/416쪽/1만6,500원시기심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한 번도 남을 시기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데 저자는 한 표를 던진다. 특히 인간의 시기심은 심리학은 물론 사회학ㆍ문학과 광고에 이르기까지 여러 측면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시기심이란 ‘우울한’ ‘야심에 찬’ ‘분노에 찬’ 등의 감정으로 나타난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내면의 성찰, 즉 마인드 컨트롤을 위해서 이러한 분석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타고난 성, 만들어진 성존 콜라핀토 지음/이은선 옮김/바다출판사/304쪽/1만원1967년 캐나다에서 일란성 쌍둥이 중 한 명이 생후 8개월째에 생식기를 다치는 사건이 생긴다. 부모와 성전환전문가는 성의 환경결정론을 들어 이 아이를 여자아이로 키우지만 아이는 성정체성 혼란으로 자살까지 시도한다. 결국 14세 때 자신이 남자로 태어났음을 알고 남성으로 돌아간다. 저자는 지 기사를 토대로 남성과 여성, 그리고 이를 초월한 인간성에 대한 성찰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나는 사람에게 투자한다마키노 요 지음/신동기 옮김/시아출판사/336쪽/1만2,000원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회장 워렌 버핏은 연평균 24.7%의 운용성적을 35년 이상 달성한 전설적 투자자. 저자는 이처럼 높은 수익률을 보여온 버핏의 투자비결을 심층 분석하고 있다. 평범한 방법으로 투자하는 그의 투자기법에 대한 분석에서 경영철학까지 언급하며, 아예 ‘버핏형 기업’에 대한 분석으로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버핏에게 초점을 맞추면서 ‘주식회사 미국’의 변화상을 그리는 책.
상단 바로가기